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시조(始祖)인
야곱(Jacob)에게 사랑하는 아들 요셉이 있었다.
오랜 후손 중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버지 야곱과 아들 요셉이 있었다.
요셉은 목수로서 나사렛 마을에 살았다.
그는 밤색 머리와 짧은 금빛 턱수염으로
이 지방에서 색다른 존재였다.
꿈을 꾸는 듯이 조용조용 말하는 사람이었다.
막일하는 목수라기보다는 학자다운 인상을 주었다.
요셉(Joseph)은 어려서 어버이를 잃고
작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목수의 일을 배웠다.
마디가 굵은 큰 손으로 집을 짓고
울타리를 만들며 의자와 책상을 만들었다.
문을 만들고 수레바퀴나 농기구 같은 것도 만들었다.
그의 일터는 나사렛 동네 한 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목공소였다.
비록 흙바닥이지만 언제나 대팻밥과
톱밥의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목공소 뒤에는 작은 헛간이 있어 간단한 요리를 하였다.
그곳에서 홀아비인 요셉의 식사가 마련되었다.
저녁이면 문간에 걸터앉아서 터진 옷을 꿰매기도 하였다.
문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보기도 하였다.
어두워지면 노랗게 타는 등잔불의 심지를 돋우어 놓고
빌려온 책을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읽곤 하였다.
대부분 유대인이 읽는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쓰인 책들이었다.
요셉은 꿈꾸는 사람으로 불리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느새 머리가 벗어진데다가
금빛 구레나룻이 멋있게 자랐다.
그는 남들처럼 장사치들의 놀음판에 끼는 일이 없었다.
술집 여자와 상종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이웃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었다.
대게 망나니 같은 나사렛 사람들에게는
그의 생활 태도가 진기하게 보였다.
나사렛(Nazareth) 마을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활발한 무역의 통로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품을 가득가득 실은 대상(隊商)의 낙타가
조수처럼 밀려들어 법석대는 날도 있었다.
동방으로부터 향료(香料), 약재료,
무지개와 같이 고운 비단이 들어왔다.
서방에서는 솜씨 있는 공예품(工藝品),
포도주와 기름이 들어왔다.
남쪽 알렉산드리아와 북쪽 다마스커스를
연결하는 물물교환과 무역도 제법 활발하였다.
밤이 되면 대상의 무리는 들판에서 잠을 잤다.
그들의 모닥불이 여기저기서 타올라
산기슭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마을 사람들은 이 여행객들에게서
여러 가지 뉴스를 얻어들었다.
밤낮으로 신기한 광경과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
그 대상들이나 낙타 몰이꾼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마저 거칠어서 툭하면 시비를 걸고 싸웠다.
언제든지 싸움판을 벌이는 깡패들이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가나의 사무엘(Samuel)이라는
사나이가 요셉의 목공소에 검은 그림자를 나타냈다.
대장간 거리 끝에 있는 작업장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 젊은 장사꾼이 저녁 햇살을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키가 크고 건장해 보였다.
“안녕 하세요? 하나님께서 그대와 함께하시기를.”
사무엘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요셉은 일하던 마치를 놓고 널빤지를
밟고 있던 두 발을 떼었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으며
웃는 얼굴로 친구를 맞이하였다.
“별일 없었나? 사무엘, 어서 들어오게.
자네가 부탁한 갈릴리산 참나무와
신나무 상자는 마침 다 되었네.
저녁밥을 먹으려던 참이야. 같이 들지 않겠나?”
“아냐, 난 집에서 막 먹고 오는 길일세. 어서 들게.
사무엘은 커다란 몸집을 어지러트린
대팻밥 위에 비스듬히 뉘었다.
그동안 요셉은 끌과 손도끼와 톱을 치우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빵과 치즈와 우유 한 잔을 저녁이라고 차려놓았다.
“맛있어 보이는데, 누가 식사를 마련해 주나?”
사무엘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홀몸이니 무엇이든 내 손으로 해야 하네.”
“그래, 요셉, 자네 쓸쓸하지 않나?”
“가끔….”
요셉이 빵에다 치즈를 바르느라고
말 없는 순간이 흘렀다.
“적적함을 없애는 좋은 묘방이 있네.”
사무엘은 혼자 중얼거리며 검은 눈을
이상하게 휘둥그레 떴다.
요셉은 실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듯이
킥킥거리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는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아니야. 이 사람.”
사무엘은 정색하며 말했다.
“알아. 자네를 바람 내려고 꾀는 것은 벌써 단념했어.
그런 허튼 이야기는 아니야.
자네에게 여자 얘기는 전혀 통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건 전혀 그것이 아니야.
자네가 장차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건가 하는 것일세.”
“어떤 길이라니, 어디로 간단 말이야?”
“예루살렘으로 말이야.”
“그래 그 큰 도시에 목수가 부족하단 말인가?”
“목수라고? 허 참, 그래 자네는 자네 일 밖의 일은
통 생각을 못 하는가 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