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맛!]칼국수가 팥물에 빠질 때남녀노소 겨울 입맛 사로잡아요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를 품은 마지막 달.
태양의 부활을 알리는 이즈음, 우리 몸도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다.
붉은 팥 요리로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 무사안일을 빌어보자.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남녀노소 사로잡는 겨울 영양식 ‘팥’이 해답
‘순삭(순간 삭제를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말에 폭풍 공감하며,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들어섰다. 바쁨과 조급증 사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겨울 영양식은 뭐가 있을까? 동지(冬至)를 품고 있는 12월, 뭐니 뭐니 해도 ‘팥’을 이길 먹거리가 없어 보인다.
동짓날 팥죽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 보충과 동시에 집안 곳곳에 뿌려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기능도 한다. 팥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외에도 당질, 칼륨과 비타민 B1 등 다양한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당뇨병과 설사 등을 치유하는 데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텁텁하고 쌉쌀한 맛이 나는가 하면 달콤하고 짭짤한 맛도 있다. 곧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폭넓은 맛의 스펙트럼을 지녔다는 얘기다.
겨울 한가운데, 몸에 좋고 액운도 쫓아 행운을 들이는 팥죽·팥칼국수 한 그릇 어떨까?
국수 한길 18년, 비법은 순도 100% 국내산 팥
김해에서 소문난 ‘정성별미국수(165㎡·100좌석)’를 찾았다. 그 명성대로 점심 무렵인 오후 2시를 넘긴 시간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주방 벽면 ‘정성 : 온갖 힘을 다하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글귀가 눈에 띈다. 주방은 정성효(60), 매장 내부는 강민석(26) 대표가 도맡고 있다. 이들은 모자지간이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정 대표가 면을 뽑아 삶고 헹궈 뚝딱뚝딱 국수를 완성한다. 멸치 육수에 빠지면 멸치 칼국수, 콩물에 빠지면 콩국수, 팥물에 빠지면 팥 칼국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겨울에는 팥 칼국수가 단연 인기라며 열어 보인 냄비에는 걸쭉한 붉은 팥물이 펄펄 끓고 있다. 새알심 넣은 동지팥죽도 곧 개시한다고 하니 그 맛 또한 기대된다.
“전라도 부안과 무안에서 공수한 100% 국내산 팥을 씁니다. 팥 외에 다른 것을 안 넣으니 원재료가 좋아야지요.” 2005년부터 18년 동안 국수 한길을 걸어온 정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긴 말이다.
곡물이 지닌 자연의 맛, 팥 칼국수로 재충전
강 대표가 직접 팥 칼국수를 내어온다. 걸쭉한 팥물과 호박죽을 추가해 차림을 완성했다. 인공색소가 흉내 낼 수 없는 천연붉은색과 황금색이 조화롭다. 고명으로 듬뿍 올린 통팥이 직접 팥을 쪄서 갈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하루 소진하는 팥의 분량이 대략 20㎏(1말) 이란다. 맛은 어떨까? 한 젓가락 떠올리자 붉은 옷을 입은 오동통한 면발이 자태를 드러낸다.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과 오묘한 팥 맛이 혀를 감싼다. 곡물이 지닌 은근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라고 할까. 팥을 곱게 내려 목 넘김도 부드럽다. 개인 취향에 따라 소금을 더해 간간하게, 설탕을 뿌려 당도를 조절하면 된다. 몸에 자연의 맛이 차오르자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맛있고, 어릴 적 동지팥죽 먹던 생각이 나서 자주 오게 돼요. 팥으로 밥해 먹고, 감기 걸렸을 때 팥물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져요.” <경남공감> 잘 보고 있다는 인사를 건네는 김선영(42·김해) 씨가 더욱 반갑다.
으슬으슬 추워지는 날씨에 우리 몸의 월동준비가 최우선이다. 한 해 동안 지친 몸과 마음, 팥이 지닌 자연의 맛을 채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
정성별미국수
위치 김해시 삼계동 1515-2
메뉴 팥칼국수 7500원 동지팥죽 8000원
멸치국수 5500원 서리태콩국수 7500원
영업 11:00 ~ 20:30
문의 055)331-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