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류스타(44)-백서빈(영화배우, 탈렌트)
유연성과 설득력을 겸비한 내공의 연기자
맑고 푸른 하늘에 뜬 연이다/ 번갈아 바뀐 바람에도/ 꼬리 흔들고 미소 지으며/ 물에 비친 바람을 응시한다/ 팔월로 달아오른 열정이 건반처럼 튀어 오른다/ 우윳빛 아침을 짜 내는 믿음과 성실 / 주홍과 어울려 춤추는 작은 행복의 알갱이들/ 아침에도 지지 않는 달과 별 / 시간의 나이가 스쳐가는 계절에도/ 달라지는 빛깔과 생김새에도/ 연은 치장을 달리하고 날아오르고/ 잠들지 않는 별을 이웃한다/ 팔월의 영광이여/ 사라지지 않을 별빛이여/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산상수훈 으로 참가)
백서빈(Baek SeoBin, 白瑞斌)은 백윤식의 두 아들 중 차남으로 갑자년 구월,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적인 소질이 농후했던 서빈은 TV 인기 프로그램 ‘뽀뽀뽀’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서이초등, 영동중, 양재고교를 다니면서 연예인을 동경했지만 험한 길임을 잘 아는 부모의 반대로 학업에 전념했다. 경희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고, 연기를 복수전공 했다. 연기수업 워크숍으로 올린 첫 공연은 배우에 대한 꿈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내일도 칸타빌레
서빈은 가족들 앞에 당당히 연기하겠다고 말하지 못하던 순간에는 친구들과 춤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음악에 자신의 몸을 맡겨 그 선율과 하나가 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대학 입학 후, 서빈은 탭댄스, 재즈댄스, 현대무용까지 관심을 넓혔다. 이러한 모든 수련은 배우가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배우가 된 지금, 서빈은 예전만큼 춤에 몰두하지 못하지만 가끔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으로 춤을 춘다.
서빈은 연기에 대한 운명적 유전자를 지닌 듯하다. 자신의 연기적 갈증을 채워 준 공연에서 느낀 희열과 감동, 학교 대표로서 대학로 무대에 오른 경험 등 배우로서 성취감을 맛본 그는 폭넓은 연기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 후 2011년 SBS의 사극 <뿌리 깊은 나무> 에서 장은성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연기적 재능도 불구하고 연예인 이 세라는 꼬리표는 조신한 몸가짐과 피나는 연기 공부가 수반되어야 했다.
뿌리깊은 나무
그는 자신만이 연기해 낼 수 있는 캐릭터 분석에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백서빈화’를 해야 하는지에 끝까지 매달린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공연, 연기자의 매력이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는 연출과 이야기 구조에 관심이 많다. 많은 명작들은 물론이고 에드워드 노튼의 선한 얼굴을 통한 광기어린 연기. 그의 반전연기가 빛나는 <프라이멀 피어> 같은 영화는 서빈이 가까이에 두고 보는 훌륭한 교과서이다.
서빈은 세계영화사에 빛나는 백편 같은 거창한 작품이 아닌 멀지 않은 곳에서 현대적 연기의 자양분을 얻는다.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봄날은 간다>, <연애의 목적>, <뷰티풀 마인드>, <죽인시인의 사회>, <크레이머대 크레이머>, <비포 선라이즈>, <원데이> 등은 자신의 연기적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그는 어렵게 공부해서 쉽게 보여주는 연기적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는 주목할 배우이다. 그의 연기는 유연하며 리듬을 탄다.
산상수훈
서빈은 연기자 이전에 모범적 인성을 소지하고 있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분주히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우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크다. 소통을 위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연기를 할 때, 탁월한 순발력과 기억력으로 상대 연기자와의 공감대 조성에 최대한 노력한다. 선한 눈빛에서 풍겨 나오는 이지적 분위기는 동정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빈은 작년 <산상수훈>으로 러시아 소치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산상수훈
좀비스쿨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소치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예감(산상수훈 으로)
유영의(법명 대해) 스님감독의 <산상수훈>은 서빈에게 연기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었고,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을 고찰하는 계기와 많은 깨우침을 준 작품이었다. 위대한 예술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다. <산상수훈>은 남과 내가 둘이 아님을 가르쳐 주었고, 서빈의 연기가 자신과 많은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배우로서 더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 한다.
삶의 본질을 다룬 <산상수훈>은 설교를 대화로 풀어내는데 성공한 영화, 헐리우드 작품의 완벽한 대립물, 영적 도덕교과서로 통한다. 제39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이래, 유수한 해외 영화제, 미국조지아대, 파리대, 함부르크대, 베니스대에서 시사회를 요청중이며,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시사회를 개최했었다. 프란체스코 교황도 응원하는 작품은 ‘불이상’ 등 수상실적을 쌓아가고 있고, CNN에서 영화에 대한 특집을 제작 중이다.
백서빈
백서빈은 소치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까지 연기에 심혈을 기우려 왔다. 그는 드라마 SBS <뿌리깊은 나무>(2011), MBN <노크>(2012), SBS <쓰리데이즈>(2014), KBS <내일도 칸타빌레>(2014), tvN <초인시대>(2015),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2017)와 영화 <좀비스쿨>(2014), <찌라시>(2013), <산상수훈>(2017)에 출연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신인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경우는 처음이다. 한류스타로서 부쩍 분주해질 날이 도래했다.
백서빈
백서빈은 1) 깨끗하고 신선한 2) 선하고 부드러우며 지적인 3) 서글서글하고 귀티 나는 청정 캐릭터라는 것이 그의 이미지에 대한 총합이다.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에서 자신의 ‘정형’을 비우고 개성 있는 ‘도윤’을 연기해 내었다. 공대 출신에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춤으로 단련된 유연한 몸놀림과 내공의 연기력을 갖춘 준비된 배우로 충무로에 진입조짐이 보이자 그에게 뮤지컬・드라마・영화・중국 합작영화 등의 교섭이 쇄도하고 있다.
백서빈
백서빈, <산상수훈>에서 조곤조곤한 말투로 영화 속의 배역들을 설득 해내는 연기는 일품이었다.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채운 다음, 늦게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의지는 정도를 지킨 전통 예인들의 수범적 자세를 보는 것 같다. 자신의 힘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한 그는 많은 국내외 작품 연기에 쓰임을 받을 것 같다. 단 세 편의 영화 작품에서 연기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연기적 결전을 알렸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한 사람들과 양질의 작품에서 의미 있는 배역을 맡아 한국 예술사에 빛나는 연기자가 되기를 바란다.
백서빈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