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음악회
최 화 웅
비와 안개, 그리고 바람을 동반한 여름날씨가 변덕스럽다. 비는 장대비, 안개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무진 해무, 바람은 현을 훓고 지나가는 강풍이 멋스럽다. 장마철의 비와 안개, 바람은 생명으로 거듭나려는 모험이다. 거기다 바흐의 첼로 선율에 천둥번개가 더해지면 더 바랄 게 없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31번 국도를 타고 태풍을 맞으러 바닷가를 달리듯 장마철의 문화나들이는 한제의 보약이다. 칠월 들어 지난 7일 부조니 탄생 150주년 기념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과 18일 저녁 ‘One Month Festival’ 무대에는 첼리스트 이명진과 몬티첼로 앙상블의 환상적인 무대가 장마와 더위에 지친 영혼을 추스렸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은 딸 사비나의 예약으로 몬티첼로 앙상블은 예가인문학교실 스프링위시의 예약으로 이루어졌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피아노가 가장 피아노다운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페루치노 부조니의 작품으로 특별히 구성한 전반부에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따른 환상곡 ‘아버지의 추억에 부침’ BV253과 ‘카르멘에 의한 실내악 환상곡’ BV284를 비롯한 엘레지 BV249 중 제2곡 ‘이탈리아로’와 제4곡 ‘투란도트의 규방’ 등 주옥같은 명곡을 들을 수 있었다. 백건우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부조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메달을 수상한 대가답게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여 모리스 라벨의 소나티네와 클로드 드뷔시의 프렐류드 제1권 중에서 3번 ‘들판을 지나는 바람’, 6번 ‘눈 위의 발자국’, 7번 ‘서풍이 본 것’에 이어 후반부에는 프레드릭 쇼팽의 스케르초 제1번과 제2번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예술에 일생을 바친 예술인의 정열과 감수성, 섬세한 터치와 기교로 객석을 샅샅이 정화시켰다.
한편 18일 저녁 무지크바움에서 살롱음악회로 열린 ‘One Month Festival’의 이명진과 금호 영재 출신들의 몬티첼로 앙상블은 첼리스트 심순호, 남성현, 송민제, 배성우 등 4인이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했다. 이들은 전반부에서 하이든의 Divertimento 아다지오 비바체와 알바노니의 아다지오, 몬테베르디의 'Pur ti miro'(당신을 동경해요)에 ldj 후반부에 피첸 하겐의 ‘아베 마리아’, ‘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뜻의 영화 포르 우나 까베자의 영화 '여인의 향기‘ OST, 그리고 다비드 포퍼의 ’폴로네즈 드 콘서트‘,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사계‘, 즉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등을 연주했다. 이 여름에 리베르 탱고의 리듬이 경쾌한 남성중창단의 발성으로 온몸에 밀물져왔다.
첼로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다. 첼로의 음역은 묵직한 남자의 소리 또는 인자한 아버지와 형을 연상시켰다. 바이올린의 소리는 얇고 아름다워 여성적이다. 첼로의 소리는 남자 시인, 바이올린의 높은 음역은 여자시인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첼로소리는 가족의 목소리로 마냥 그윽하고 정겹다. 이번 연주회에는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계 중에서 봄과 여름을 연주하는 정통클래식으로부터 영화 ’여인의 향기‘OST 등으로 잘 알려진 곡을 신선하게 편곡해 무르익어가는 칠월의 한여름밤을 뜨겁게 달구며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를 식혔다. 앵콜곡으로 오한 스트라우스의 피치카토와 달빛 세레나데가 구름 속의 보름달에 응답하는 듯 했다.
첼로처럼
문 정 희
하룻밤을
첼로처럼 살고 싶다.
매케한 담배연기 같은 목소리로
허공을 긁고 싶다.
기껏해야 줄 몇 개로
풍만한 여자의 허리 같은 몸통 하나로
무수한 별을 떨어뜨리고 싶다.
지분 냄새 풍기는 은빛 샌들의 드레스들을
넥타이 맨 신사들을
신사의 허세와 속물들을
일제히 기립시켜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치게 하고 싶다.
죽은 귀를 잘라버리고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게 하고 싶다.
슬픈 사람들의 가슴을
박박 긁어
신록이 돋게 하고 싶다.
하룻밤을
첼로처럼 살고 싶다.
첫댓글 그리움님의 문화산책에 오늘도 마음으로 동참합니다...^^*
무지크 바움, 고전음악 감상실, 리베르 탱고,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첼로, 문정희.
컴퓨터 안에서 '한여름 밤의 음악회'를 보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묵직 듬직한 첼로의 연주를 듣고 싶네요~~~^^
갑자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 생각났어요. 가슴 한켠이 묵직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