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첫 번째 퓨전 APU인 E, C시리즈는 적은 전력 소모로 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였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 퓨전 APU A시리즈를 만들었다. 앞으로 AMD에 남은 혁신은 개발자들이 서로 다른 프로세서를 더욱 쉽게 오가며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필 로저스 AMD 수석 엔지니어가 미국 현지시각으로 6월14일, 미국 벨뷰 메이덴바우어 센터에서 열리는 ‘AMD 개발자회의(AFDS)’ 기조연설을 통해 한 말이다. 필 로저스 수석 엔지니어는 개방형 표준 기술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필 로저스 수석 엔지니어는 “개방형 표준 기술이 컴퓨터의 발전을 지속시켜줄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컴퓨터 업계의 고민, ‘다크 실리콘’
컴퓨터 업계는 현재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년간 컴퓨터 성능을 높여온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랐고, 트랜지스터 개수를 늘리는 방법도 전력 문제 때문에 막다른 길로 몰렸다. 트랜지스터는 많아지는데 전력의 한계 때문에 많은 트랜지스터를 모두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와트 전력으로 트랜지스터 100개를 쓸 수 있는데, 전력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400개로 늘어난 셈이다. 전력 문제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트랜지스터를 ‘다크 실리콘’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다크 실리콘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컴퓨터의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에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다크 실리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의 종류에 따라 분산해 처리하는 기술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웹브라우징과 같은 작업은 CPU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비주얼 작업이나 게임 등은 GPU로 처리하는 것이 컴퓨터 자원을 100배 이상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코어의 종류에 맞는 일을 분산해 처리하는 일이 다크 실리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선수를 친 건 AMD의 경쟁사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의 쿠다(CUDA) 개발 환경은 바로 이 같은 다크 실리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솔루션이다.
AMD “오픈CL로 기술 경쟁 촉진”
전혀 새로운 개발 환경은 기존 개발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AMD가 들고 나온 해결책은 ‘오픈CL’이다. 오픈CL은 후발주자인 AMD의 자구책인 동시에 개방형 표준이라는 대의명분까지 갖고 있는 셈이다.
개방형 표준을 따를 때 개발자나 개발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파이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정 업체에 종속적인 표준은 소수의 개발자나 개발사가 파이를 전부 차지할 수는 있을지라도 파이 크기 자체가 작다는 문제가 있다. 경쟁구도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 기술의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개방형 표준 개발 환경은 한 업체나 소수 개발자가 전체 파이를 가질 순 없지만, 파이 크기가 큰 만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 같은 파이 속에서 개발자나 개발사 간의 기술 경쟁도 활발하게 이뤄져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개방형 표준을 이용한 AMD의 전략은 개발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모양새다. 전동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대학원생은 AFDS 행사에 참석해 오픈CL이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전동환 학생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킬 플랫폼은 다양하다”라며 “오픈CL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는 한 플랫폼을 위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이나 데스크톱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모두 동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젬 데이비스 ARM 기술 및 미디어 프로세싱 분야 부사장도 AFDS 기조연설에서 개방형 표준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젬 데이비스 ARM 부사장은 “오픈CL은 기본이며, 개발 환경이 개방형 표준으로 옮겨가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개방형 표준 방식을 따르는 것이 개발자와 업체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