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을 세우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셔서 "여기서도 하네요. 저 안산에서 왔어요." 놀랍고 반갑다며 말씀 건네십니다. 피켓 서면서 안산에 사시는 분들을 몇번 만났었는데 아무래도 감정이 더 유별하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또 눈물이 핑 도네요.
터미널 안쪽에 긴 글을 세워놓고 효선이는 길 건너로, 상준이와 저는 밖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가와 피켓의 글을 읽고 갑니다.
고요했던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기를, 울컥 목울대를 타고 올라오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세월호가 다시 기억의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래봅니다.
한참을 서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다가와 전화 한번만 쓸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묻습니다. 공중전화가 안된다고,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전화기가 없어서 그런다며 손주뻘 되는 상준이에게 너무나 공손하게 부탁을 합니다. 초라한 옷차림새, 쓰다남은 벽지에 삐뚤빼뚤 적어온 전화번호, 공중전화에서부터 걸어오느라 머리와 어깨에 하얗게 쌓인 눈...
마음이 시리고 아픕니다.
약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주눅들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목숨들이 버텨내기에 너무 고통스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끝없이 추방 당하고 내몰리는 삶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역시 그런 목숨들의 일부이기에 아프고 아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할아버지가 아는 분의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변덕스런 날씨를 헤치고 유영언니가 커피와 호두과자를 사가지고 응원 나왔습니다. 일인시위를 함께 하지 못해서 늘 미안해하는 언니입니다. 리멤버를 지지하고 격려해줘서 고맙고 큰 힘이 됩니다.
엄청난 눈발에 북극곰이 되버린 효선이 사진 올립니다. 여리고 눈물 많은 효선이, 그리고 리멤버 식구들~ 이들이 얼마나 깡다구가 센지 사진보면 아실겁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저 추운날 환하게 웃는 효선언니는 그야말로 깡다구 갑이네요.
힘없는 사람을 향한 언니의 측은지심도 깡다구 제대루고요..
약함이 곧 강함인 우리들.
사진속에 들어가 언손 꼭 잡아드리고 싶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아참 언니 298아니고 268이요 ㅋㅋㅋㅋ
언능 고칠게ㅋㅋ
깡다구~ㅋ오랜만에 듣는 정겨운말~
우리는 질경이~우습게 봤지…
끝까지 지켜보라구~ㅋ
날이 엄청 심난했는데 느무느무 애썼네~
상듄이 녀석 좀 멀리서나 찍을것이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