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제주도에서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제주 영주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시지프스’가 만든 단편영화 <빨래>의 상영회입니다. 13분짜리 단편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하는데요. 영화제작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제주 영주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시지프스 학생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주 영주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시지프스’인데요.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올해 여름 이명세 명예교사와 함께한 <탐라는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단편영화 <빨래> 상영회가 지난 11월 8일 제주 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열렸는데요. 각본부터 촬영, 연기, 연출까지 아이들끼리 함께 만든 영화를 사람들 앞에 첫 선보이는 기쁜 날, ‘시지프스’ 학생들과 서상욱 교사를 만나봤습니다.
제주 영주고 영화동아리 <시지프스>를 소개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신에게 받은 형벌로 끝없이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어렵고 힘든 영화의 제작과정을 끝없이 거듭해 나가보자는 의미입니다.” -서상욱 교사(시지프스 지도교사)-
제주 영주고는 특성화고등학교로 ‘디지털영상과’가 편성되어 있어 영화와 방송에 대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영화 동아리 ‘시지프스’는 2008년 영주고에 기능올림피아드를 출전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능반’으로 시작해 활동해 오다가 동아리로 발전하여 2010년 ‘시지프스’라는 정식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주로 영화와 영상 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경험을 쌓고자 하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방과 후 시나리오, 촬영, 편집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에서 특별한 활동이 없을 때는 금요일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함께 보거 플롯의 전개 과정이나 영상 분석, 사운드 분석을 하며 영화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는데요. 이런 활동들이 이번에 선보인 단편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서상욱 교사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상에 관심이 많아 ‘시지프스’에 함께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연출, 촬영 등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를 골라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미현 학생(1학년, 연출부)은 원래 촬영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연출부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미현 학생이 연출부를 하면서 쓴 시나리오가 바로 영화 <빨래>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힘들지만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영주고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습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장비는 모두 학교에서 지원하고 서상욱 교사가 물심양면으로 영상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편하고 힘든 부분은 생기기 마련일 텐데요. 제주도의 특성 상 대중교통이 편중되어 있지 때문에 운전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크고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이동하기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바로 생각지 못한 더위였는데요. <빨래> 촬영이 이루어진 이번 여름 유난히 더웠던 제주도의 날씨 때문에 촬영장에서는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햇볕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제작부장은 다른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파라솔과 테이블을 가져와 그늘을 만들고 촬영장에서는 제작부 아이들이 부지런히 시원한 물과 수건을 날라 주어서 더위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작부장이 가져온 파라솔
영화 <빨래 >제작의 경우 13분짜리 단편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준비기간을 제외하고서도 3일 간의 촬영과 3개월이라는 후반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동고동락하는 사이에 선후배사이도 참 돈독해졌을 것 같죠?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영상 작업을 하는 것이 좋아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다현(1학년, 연출부), 김보은(2학년, 제작부), 허재은(2학년, 제작부), 강승필(3학년, 촬영부),
박준우(1학년, 연출부), 오태경(1학년, 편집부), 이미현(1학년, 연출부), 김은주(1학년, 연출부)
동아리도 좋지만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아이들. 동아리 활동이 부담이 되었을 법한데요. 실제로 학기 중에는 수업과 시험, 수행평가도 해야 해서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동아리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김은주 학생(1학년, 연출부)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학교생활과 병행하기 힘들어도 동아리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영상작업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또 서로서로 힘이 될 수 있어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보은 학생(2학년, 제작부)-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
영주고 영화 동아리에는 지도교사가 서상욱 교사와 오영옥 교사, 두 분이 있습니다. 서상욱 교사는 1,2학년에서 이루어지는 영상제작 이론과 기초과정을 지도하고 있고, 오영옥 교사는 3학년들의 영상제작 실무과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서상욱 교사(오른쪽) “명민한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다양한 예술적 경험과 고민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품고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사회인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서상욱 교사-
서상욱 교사는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제작과정이 워낙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는데,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거나 학생들의 원망을 들을 때면 교사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럴 때 영화 동아리와 영상과를 위해 온 마음과 시간, 열정을 쏟아내는 오영옥 교사를 보면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힘들지만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시지프스’는 달린다!
이번 영화를 위해 힘든 작업을 지나왔지만 영화의 매력에 빠진 영주고의 ‘시지프스’는 힘든 것도 잊고 벌써 다음 작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부터 오태경 학생(1학년, 편집부)이 작업 중인 시나리오로 단편영화를 기획 중인데요, ‘성취’를 주제로 학생들이 바라보는 선생님의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입니다. 주제인 ‘성취’의 이미지는 ‘달리기’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실제로 뛰는 영상을 카메라에 많이 담을 예정이라고 해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는 신이 내린 형벌로 끝없이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지만, 제주 영주고 영화 동아리 ‘시지프스’는 자신들이 반복해야하는 영화의 제작과정을 형벌이 아닌 꿈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기에 작품을 만들어 갈수록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시지프스’! 이들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