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게임을 보고 있을 적에 그 게임을 중계하는 아나운서에 따라 게임을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일 겁니다.
요즘 올림픽 중계 때문에 여러 얘기들이 많던데 그건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스포츠 중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개인적인 기준이 몇가지 있다. 먼저, 눈을 감고 들어도 경기의 객관적인 내용과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한다. 이부분에서는 캐스터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로, 캐스터와 해설자가 나름의 쇼맨십을 갖고 경기의 고조에 맞춰 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종목 그 자체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뿌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멋진 목소리와 특유의 시원한 발성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듯하다. 특히, 미국의 전설적인 해설자 Mike Breen 같은 사람의 중계는 모든 명경기에 해설이 아닌 경기의 일부로 함께 살아 숨쉬는데, 이 아저씨 특유의 괄괄하면서도 개 멋진 목소리의 역할이 크지 않나 싶다.
셋째로, 중계진 특유의, 자신만의 인장이 있어야 한다.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달변의 말을 재밌게 하는 사람을 앉혀놔도, 제대로 된 해설이 나오지 않는다.
진행되는 경기를 리얼타임으로 소개하면서, 사이사이에 재밌는 농담 하나를 완성시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스포츠 중계의 시|작성자 소보쳌
물론 종목마다 특성이 다르고 게임마다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대처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겠지만 최소한의 소양과 재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막식 때부터 도쿄 올림픽을 챙겨보고 있다는 프리랜서 김모(26)씨는 지상파 방송사 중계진이 영 마음이 들지 않는다. “상대를 무작정 비방하고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하는 등 너무 옛날식 중계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씨뿐만이 아니라 MZ세대가 전반적으로 가진 불만이기도 하다.
MZ세대가 문제 삼은 대표적인 발언은 지난 25일의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나왔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쥔 직후 MBC 중계진은 “태극낭자들의 꿈, 올림픽 9연패가 현실이 됐다”며 “얼음공주가 웃고, 여전사들이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 탁구 단식에서 KBS 중계진이 신유빈 선수와 붙은 58세의 룩셈부르크 니시아리안 선수에 대해 “숨은 동네 고수” “여우처럼 경기한다”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SBS 중계진도 지난 23일 개막식에서 한 외국 선수가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퍼포먼스를 하자 “홈쇼핑 느낌 난다”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김씨는 “안 그래도 성희롱, 비방, 조롱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실시간 댓글에 시달리는데 명색이 지상파 방송 해설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0)씨도 “나도 성 인지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중계 발언은 재미있지도 않고 오히려 구시대적”이라며 “외국 선수들을 향한 무례한 발언도 지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28세면 여자 나이로 많은 나이” “살결이 야들야들해 보인다”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게 인상적” 등의 중계진 발언이 비판을 받았다. 함은주 스포츠 인권연구소 대외협력위원장은 “스포츠 현장에 아직 남성이 더 많다 보니 남성주의적 시각에 따른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인종과 성별 등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가이드가 있는데 이런 내용이 각 방송사도 교육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는 ‘편파 중계’도 구태다. 한 대학생은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한 방송사의 ‘반일 중계’를 꼬집으며 “일본이 하는 걸 사사건건 비꼬는 말투로 중계하는 건 너무 유치하고 치졸한 수준”이라며 “일본에서 평창 올림픽 중계할 때 그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일본이 그렇게 한다 해도 우리가 똑같이 그렇게 하는 건 수준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SNS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상대 선수랑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는 걸 보면 마음이 좋아진다” “상대 선수도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걸 아니까 둘 다 열심히 응원 중”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올림픽에서 상대 선수를 조롱하다니 창피하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변화도 있었다. 지난 28일 양궁 중계를 하던 KBS 강승화 아나운서는 장민희 선수를 ‘궁사’라고 표현했다. 화면에는 ‘승부를 즐기고 승리를 기다리는 여궁사’라는 자막이 나왔는데 강 아나운서는 여기서 ‘여(女)’를 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직업 앞에 ‘남’은 안 붙이면서 ‘여’는 왜 꼭 붙이는지 의문이었는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 “멋있다” “프로답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중앙일보, 정희윤 기자
스포츠 중계는 객관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애국심 고취도 좋고, 우리나라 선수들 출전에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데도 계속 우리 선수가 잘하고 있다는 멘트, 그리고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툭하면 과거 전적을 들먹이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게임이 진행 중이고 현 상황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인데 몇 년 전의 전적이나 세계 랭킹 순위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하나 같이 그런 얘기를 전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고, 현장을 중계하는 사람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면 그게 최상일 겁니다. 모든 게임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고, 또 결승이나 준결승까지 올라 온 선수가 다 운으로 왔겠습니까? 우리나라 선수들만 땀을 흘린 것은 결코 아닐 겁니다. 이젠 지나친 애국심보다 게임을 보고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이는 것이 관전자의 바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열심히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을 욕보이는 언행은 정말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