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암에 대한 이해
1장. 암은 왜 생길까? 세포가 '죽는 법'을 잊어버린 순간
1-1. 암이 자라기 쉬운 염증성 토양 — 나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만든 염증 토양(인슐린 저항성, 스트레스반응, 장내미생물 불균형)
암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생기지 않습니다. 세포에 변화가 쌓이고, 그중 일부가 살아남아 늘어나면서 생겨납니다. 여기에 오랜 염증이 더해지면 세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달라져, 암이 자라기 쉬운 ‘염증성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만성 염증이 모든 암의 필수 원인인 것은 아닙니다.
인체가 허용하지 않는 4대 범인 음식(글루텐·유당·과당·설탕)을 섭취하고,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겹치면 장 점막의 방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 점막의 세포들을 단단히 연결하는 치밀연접이 약해지고, 세균 내독소인 LPS 같은 물질이 혈류로 이동해 염증 반응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염증성 토양에서도 질병의 경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면역 조절에 문제가 생겨 자기 조직을 공격하면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세포의 증식과 사멸을 조절하는 장치가 무너지면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성 위염과 염증성 장질환의 세부 내용은 연계작 『자가면역 질환』에서 다룹니다.
위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나 자가면역 반응이 점막을 오랫동안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위 점막이 위축되고 일부가 장 점막처럼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위암 위험을 높이지만, 장상피화생이 있다고 반드시 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가면역성 위축성 위염에서는 위 신경내분비종양의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대장에서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을 넓게 침범하고 염증이 오래 지속될수록 대장암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흔한 산발성 대장암의 일부는 용종에서 시작해 선종을 거쳐 암으로 진행합니다. 이 경로에서는 APC를 비롯한 유전자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모든 대장암이 같은 경로를 따르는 것은 아니며, 염증과 유전자 변화가 서로 완전히 독립된 것도 아닙니다. 염증은 세포의 유전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암이 생긴 뒤에도 주변 환경은 중요합니다. 일부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한데도 포도당을 빠르게 분해해 젖산을 만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와버그 효과라고 합니다. 해당작용은 포도당 한 분자에서 순 ATP 약 2개를 얻어 에너지 효율은 낮지만, 세포가 빠르게 늘어날 때 필요한 재료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암세포는 해당작용과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함께 이용하며, 증식하는 정상세포와 활성화된 면역세포도 해당작용을 활발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암에서는 포도당 수송체 GLUT1이 증가해 포도당 흡수가 활발해집니다. 만들어진 젖산과 산성화된 주변 환경은 특정 조건에서 면역 반응이나 주변 조직에 영향을 주고, 암세포의 침윤과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효과는 암의 종류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자율신경계·호르몬·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 NLRP3 인플라마좀, NF-κB 같은 염증 신호가 암의 발생과 미세환경에 관여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1-2. 깔끔하게 죽지 못한 세포 - 어설픈 사멸 신호가 만드는 유전자 손상(Minority MOMP)
철거가 반쯤만 진행된 건물처럼, 어설프게 죽다 만 세포가 DNA에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세포는 수명이 다하거나 심하게 손상되면 스스로 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이 세포자멸사입니다. 그 스위치를 누르는 곳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발전소이면서 세포의 생사를 가르는 사령탑입니다. 미토콘드리아 바깥막에 구멍이 뚫리는 일(MOMP)이 일어나면 사이토크롬 c 같은 '자살 신호 물질'이 세포질로 흘러나와 철거 작업이 시작됩니다.
강한 사멸 신호를 받으면 거의 모든 미토콘드리아에서 구멍이 뚫리고(Majority MOMP) 세포는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그런데 신호가 애매하면 일부 미토콘드리아에서만 구멍이 뚫릴 수 있습니다(Minority MOMP). 이때는 철거 효소가 약하게만 켜져 세포를 죽이지는 못하고, DNA를 자르는 효소(CAD)가 켜져 DNA에 상처만 남길 수 있습니다. 2015년 Ichim 등은 세포와 마우스 실험에서 이 과정이 DNA 손상과 유전체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형질전환과 종양 형성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2025년 Geiger 등은 어떤 미토콘드리아가 구멍이 뚫릴지는 확률적 요인(우연)에도 좌우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죽다 만 세포의 또 다른 길도 있습니다. 2022년 Kalkavan 등은 사이토크롬 c가 아주 조금 새어 나오면 caspase(철거 효소)와는 별개의 경로(HRI–ISR–ATF4)가 켜져 항암제를 견디는 '약물 내성 지속 세포(persister)'가 생길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 상태는 유전자 변이 없이 나타나고 일시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1-3. 암세포를 눈앞에 두고도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 — 면역 파수꾼 NK세포의 마비
NK세포(자연살해세포)는 몸속을 순찰하며 비정상 세포를 찾아내는 선천면역세포입니다. 정상세포에는 보통 MHC class I이라는 ‘정상 표지’가 있습니다. 이 표지가 사라지거나 세포 표면에 스트레스 신호가 나타나면, NK세포는 표적 세포를 알아보고 퍼포린과 그랜자임을 이용해 죽일 수 있습니다. 다만 표지 하나만으로 암세포를 모두 찾아내는 것은 아니며, 실제 공격 여부는 여러 활성·억제 신호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NK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면 그 항원을 수지상세포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수지상세포가 이를 처리해 제시하면, 암을 인식하는 킬러 T세포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NK세포는 수지상세포를 종양으로 불러들이고 그 기능을 돕는 방식으로도 이 과정에 참여합니다. 이처럼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이 서로 협력하는 과정은 항암 면역 반응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다만 이러한 연결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종양의 종류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종양 주변 환경은 NK세포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종양 안의 저산소, 젖산 축적, 아데노신, TGF-β 같은 억제 신호는 NK세포의 이동과 활성,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암세포 표면의 MICA/B 같은 신호 분자가 잘려 나가면 NK세포가 표적을 알아보는 일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NK세포의 항암 기능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개입한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2025년 Nature 논문은 암세포가 변이 미토콘드리아를 종양 침윤 T세포로 넘겨 대사 기능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였고, 종양이 T세포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나노튜브로 가져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면역세포는 활성산소(ROS) 적체로 인해 면역 세포 탈진(Immune Exhaustion)에 빠져 더 이상 싸울 힘을 잃게 됩니다.
1-4. 청소되지 않은 변이 세포 — 인체 감시망을 뚫고 정착하는 방법
정상 세포가 악성 종양이 되기까지는 암 개시 세포, 전암 세포, 암세포의 단계를 거치며 암종과 개인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립니다. 그동안 면역은 '제거, 평형, 탈출'의 세 단계로 변이 세포와 싸웁니다.
2015년 Martincorena 등은 건강한 사람의 정상 피부에서도 암 드라이버 변이를 가진 세포 클론이 흔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은 암이 되지 않습니다. 변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같은 환경이 암으로의 전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최근 종양생물학의 흐름입니다.
염증 토양에서 자라나고, 마이너리티 MOMP로 유전적 변이를 획득했으며, 면역 파수꾼의 감시까지 따돌린 변이 세포는 마침내 고유의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자체 변장과 고정화(Immune Editing)를 통해 면역학적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은 강인한 변이 세포들은 면역원성이 낮은 세포들만 살아남는 면역 편집(Immune Editing)과정을 거칩니다. 이들은 마치 몸의 원래 주인인 것처럼 혈관을 끌어들이고(Angiogenesis),주변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독자적인 미니 장기를 형성합니다. 또한 세포사멸 유도 수용체를 차단하고 BCL-2 같은 생존 단백질을 과발현함으로써, 어떤 항암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에도 굴하지 않는 불멸의 성채를 완성하게 됩니다.
첫댓글 1. 암세포 --> 암조직으로 변하는 과정.. cancer initiating cell-->premalignant -->cancer cell로 진행되는 과정은 15~ 20여년에 걸쳐 일어나는 대장정의 역사... '선천면역 NK cell이 제거하지 못할때, 후천면역 T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지 못할때, .. 그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 minority MOMP, Gut dysbiosis, stress reponse 등으로 정리
2. 모든 질병은 만성염증에서 출발한다.
만성염증이 과하면 자가면역질환. 이상하게 변이되면 암...
위 : 위축성 위염 – 자가면역질환.
변이되면 장상피화생 거쳐 위암으로
대장 : 과민성 대장증후군, 크론씨병 – 자가면역질환.
변이되면 폴립, 선종을 거쳐 대장암으로
만성염증에서 출발하여 자가면역질환과 암으로 대비되어 발전하는 내용이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네 수정하겠습니다~
1. 암의 정의와 오해
우리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서 세포는 필요할 때만 나뉘고, 늙거나 다치면 스스로 사라집니다. 암은 이 질서가 무너질 때 시작됩니다. 사라져야 할 세포가 살아남고, 필요하지 않은 세포가 계속 만들어집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이렇게 멈추지 않고 분열하며 주변 조직으로 번지는 것을 암의 핵심으로 설명합니다.
'종양'과 '암'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종양은 세포가 불필요하게 불어난 덩어리 전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그중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는 것이 악성 종양, 곧 암입니다. 양성 종양은 침범하거나 퍼지지 않고, 떼어내면 대개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다만 양성이라고 늘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크게 자라 장기를 누를 수 있고, 뇌에 생기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암은 모두 혹'이라는 생각입니다. 폐암이나 위암처럼 덩어리(고형 종양)를 만드는 암이 많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은 대개 덩어리 없이 혈액과 골수에서 늘어납니다. 그래서 암을 정의하는 핵심은 모양이 아니라 '세포의 통제가 무너졌는가, 침범하고 전이할 수 있는가'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암은 모두 혹'이라는 생각입니다. 폐암이나 위암처럼 덩어리(고형 종양)를 만드는 암이 많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은 대개 덩어리 없이 혈액과 골수에서 늘어납니다. 그래서 암을 정의하는 핵심은 모양이 아니라 '세포의 통제가 무너졌는가, 침범하고 전이할 수 있는가'입니다.
규모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와 미국암학회의 2022년 추정으로 그해 전 세계에서 약 2천만 명이 새로 암 진단을 받았고 970만 명이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인구 변화만 반영해도 2050년에는 연간 새 환자가 3,5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생 한 번 암을 겪는 사람은 약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추정됩니다.
논뮨 NCI 'What Is Cancer?'; Bray F, et al. CA Cancer J Clin 2024;74(3):229-263 (GLOBOCAN 2022)
2. 암세포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암의 특징(Hallmarks)
암은 몸 밖에서 들어온 이물질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기능을 잃고, 살아남아 늘어나는 데 유리한 변화를 쌓아가면서 생겨납니다.
대개 한 가지 변화만으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암 연구자 더글러스 하너핸과 로버트 와인버그는 암세포가 갖추는 공통된 능력을 ‘암의 특징(Hallmarks of Cancer)’이라는 틀로 정리했습니다. 여러 능력을 얻는 과정을 게임 캐릭터가 능력치를 높이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암이 같은 능력을 같은 순서로 얻는 것은 아닙니다.
암세포가 갖출 수 있는 여덟 가지 능력은 세 단계로 묶어 볼 수 있습니다.
1. 세포의 제동을 풀다
암세포는 스스로 성장 신호를 만들고, 성장을 멈추라는 신호를 무시합니다.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죽는 과정을 피하고, 정상 세포의 분열 한계를 넘어 계속 분열할 수 있습니다.
2.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얻다
암세포는 에너지를 만들고 쓰는 방식을 바꿉니다. 또 종양 주변에 새 혈관이 자라도록 유도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습니다.
3. 주변으로 퍼지고 면역 감시를 피하다
암세포는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면역세포가 자신을 알아보거나 공격하는 일을 피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여덟 가지 능력은 암의 공통된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틀입니다. 여기에 더해 2022년에는 암세포가 상태를 바꾸는 능력, 유전자 작동 방식의 변화, 미생물군의 영향, 종양 주변 노화세포의 역할 등 네 가지 관점이 제시됐습니다. 이 내용은 암세포뿐 아니라 암을 둘러싼 환경까지 함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Hanahan D, Weinberg RA. Cell 2000;100:57-70, Cell 2011;144:646-674 (고전·고인용); Hanahan D. Cancer Discov 2022;12(1):31-46 (최신)
암의 정의와 암의 규모, 암의 특징을 먼저 정리하고 암의 진행과정을 쓰면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