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다운(Top down)과 버텀 업((bottom up)
탑 다운(Top down) → 하향식
버텀 업((bottom up) →상향식
우리가 사람들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을 때는 두 가지 프로세스 process 가 작동한다. 하나는 하향식 top-down 정보처리 기제이고 다른 하나는 상향식 bottom-up 정보처리 기제다. 하향식 정보처리는 말이나 텍스트에 대한 배경지식에 주로 의존한다.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 연설을 처음으로 듣는다고 해보자.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한 중고생이라면 킹목사의 연설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민권운동이나 킹목사의 활동에 대해 다량의 독서 경험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연설의 내용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언어 실력이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이에 비해 상향식 정보처리는 소리, 단어를 인식하고 구와 절을 이해하며, 이를 통해 문장과 문단의 의미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티끌 모아 태산 되듯, 소리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를 엮어 커다란 의미의 산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상향식 정보처리에 있어서는 소리와 개별 단어및 연어 collocation 와 문장 구조 syntax 에 대한 지식, 문장이 연결될 때 쓰이는 여러 가지 접속사에 대한 지식 등이 동원된다.
언어 처리 및 이해에 대한 연구는 이 두 과정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작용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글을 읽거나 말을 들을 때 상향식/하향식 정보처리가 짝을 이루어 상호작용함으로써 의미를 실시간으로 그려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향식 처리, 즉 흔히들 말하는 “기본기”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배경지식이 부족한 글을 읽을 때, 처음 접하는 뉴스를 들을 때다. 이른바 ‘낯선’ 텍스트를 접할 때 그렇다. 이때에는 배경지식이라는 측면에서 ‘비빌 언덕이 없어진다.’ 따라서 개별 단어와 구, 절, 문장을 실시간으로 꿰는 weave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오해를 줄이고 이해에 이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원리 속에서 인생을 본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순간 이른바 ‘생활력’이 중요해진다. 자신이 놀던 물에서 벗어나는 -- 자신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벗어 던지는 순간, 걷고 움직이고 밥짓고 땀흘리는 삶의 기본기가 중요해진다. 모든 걸 털고 홀연히 떠나는 여행자들,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하는 등반가들, 장르를 창조하는 예술가들… 겉으로 보기에 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대담한 결정”이나 “직관적 행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영역에서 꾸준히 기본기를 연마하는 모습이다. 기본에 대한 끈질긴 고집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아까 피아노를 치는데 오른손으로도 트릴을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