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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상산고등학교 |
근현대사 교과서가 처음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전시본이 나온 2002년 7월이었다. 일부 언론에서 당시 국민정부는 찬양 일색, 이전 문민정부는 부정적적으로 서술했다고 보도한 것에서 부터이다. 검정에서 탈락한 교과서가 김대중 정권의 치적을 덜 다뤘다고 보도함으로써 검정 심사 과정 전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교과서는 출판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당시 정부의 간섭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2004년 10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이 시작되었다. 여러 사건들을 거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학사와 지학사 역사교과서 2종을 선택해서 토요일 현재까지 아이들의 속을 썩이고 있는 상산고 측은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 1월 1일 밤, 익명의 학생이 대자보를 붙였다. “안녕들하십니까?”의 형식을 빌려 만든 이 대자보는 1월 1일 밤에 급식실 앞 게시판, 매점 앞, 학교 중앙 현관에 총 3부가 붙었다. A4용지 4개를 붙여 프린트한 대자보 전문 중 일부를 상산고 학생의 블로그에서 캡쳐 |
위의 글은 A4 네 장의 인쇄된 글로 실종 중!!
역사는 집권자의 사관에 의해 좌지우지할 것이 절대로 아니다. 역사 연구 단체들과 학회, 교육계의 역사전문가들에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지위가 부여되어야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고로 교육을 통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쓰여지는 것이 역사책이기에 가장 어리석은 책에도 꼽히기도 한다. 역사를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허나 역사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왜곡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교과서로 채택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그 어떤 논리를 들이대고 구차할 변명일뿐이다.
역사적 사실은 결토 변하지 않는다. 왜곡시켜 그 사실을 놓고 하는 판단은 개인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는 있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역사 기술에 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후대에게 나침반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를 알기 위해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바르게 인식해야 하고, 그 현실을 이해하면서 미래를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마다 이념 공세와 압력을 가하여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의 정체성마저 뒤흔드는 이런 일들에 참으로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정권에 따라 역사교과서의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부당하다. 부당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절차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원하는 바를 강제해 내는 현실 권력의 힘에 따른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인가 보다.
정치적인 공세와 국정교과서 제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은 위기의 민주주의 회복과 저자의 동의없는 출판사의 일방적인 수정, 그것을 요구하는 교과부의 압박, 학교장들의 편법과 전공 교사의 전문성 무시로 압박되는 학교 교육의 비자율성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서 학생들을 이끌어 주고 지켜주어야 할 이들이 학교 선생님들이다.
교과서 문제는 역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사회 과목까지 번지고 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검정 취소 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현 교육의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바른 역사 의식으로 이끌어 주는 일은 일선 교육자들의 책무인 것이다.
▲ 학생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학교 |
역사 교과서를 제대로 지켜내는 것은 결국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내일을 꿈꾸고 생기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거리는 생글거리는 십대들이 저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끌벅적하고 대학은 학문 탐구와 자신의 철학을 내뿜는 이십대들이 넘치는 그런 풍경, 길거리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세상과 말을 건네는 그런 시간들이 열리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지금 우리의 거리는 앞만 보고 또는 스마트폰과 눈을 맞추며 홀로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 온다. 대학 도서관에는 수험서에 골몰하는 이십대의 무거운 침묵이 꽉 차 있다. 그 거대한 도서관에 가득 들어찬 책들과 눈을 맞추고 있는 진지함으로 또는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빛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화는 어느새 선정적인 것으로 눈길을 모으기에 급급하다.
여기, 상산고등학교에 날 선 눈빛으로 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있다.
과거로부터 어렵게 쌓아올린 작은 역사적 성과들 마저 우리 세대의 무능함과 무관심으로 허물어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전주 상산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2종의 교과서를 비교하여 수업한다? 이 정도 비교의식이 있다면 채택과정에서 당연히 제외되었을 거다. 수능점수 따기에 급급한 교육 현실에서 사실 왜곡까지 들추어내 탐구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저들마다 지닌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부디 실추시키지 않길 바란다. 학교측 관계자들은 자,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 상산고 2학년 재학생이 ‘존경하는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말씀‘라는 제목으로 써서 3일 본관 입구에 게시했다가 4일 철거된 대자보 /사진=트위터 |
[붙임]
위의 글은 지난 번 교학사 교과서 관련해서 쓴 글입니다. 역사 교육,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니까요^^
다행스럽게도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했어요!
(독서, 글쓰기, 토론방 게시판 선택이 어려워서..여기에. 객원칼럼방이 있구나, 거기에?)
첫댓글 그런 학교에서 대자보를 붙치는 학생이 있다는게 대단합니다. 이게 바로 산교육인데요....
용기있는 녀석이더라구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 하려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웠죠. 직접 만나서 그 때 상황을 알게 되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글로 알리는 것이기에.. 블로그에, 오피니언에, 트위터, 페북으로 퍼 날랐죠.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안심이었구요^^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학교.. 늘 미안하고 화가 나고 그러죠. 기성세대로서.
이옥현님의 블로그 http://felice1916.tistory.com
국민TV 조합원 칼럼 쓰시는 분 맞지요?
^^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