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32
천자문221
동봉
0797붙일 속屬
0798귀 이耳
0799담 원垣
0800담 장墻
쑤얼위엔치앙属耳垣牆shueryuanqiang
(소홀하고 경솔함은 두려워할바)
-담장에도 귀가있음 마음에두라-
젊은 친구가 내게 물었습니다
"큰스님, 이명법에 좀 더 쉬운 예는 없을까요?"
수줍음을 타는 그에게 내가 되물었습니다
"좀 더 쉬운 예라! 자네 이름이 뭐였지?"
"네, 큰스님. 조석호입니다."
"조석호라! 그래, 어디 조씨인가?"
"네, 큰스님, 한양 조가입니다"
"앞으로는 항상 '한양 조씨'로 답하시게."
"네 큰스님, 입에 올라서! 명심하겠습니다."
0797붙일 속屬
무리 속/이을 촉屬으로도 새깁니다
주검시엄尸부수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붙일 속属의 본자로
주검의 뜻을 나타내는 주검시엄尸 부수와
소릿값 나라 촉蜀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나라 촉蜀은 산누에나방의 유충幼蟲인데
벌레가 잎에 붙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꼬리 미尾는 동물의 엉덩이고 꼬리입니다
여기서는 동물들끼리 꼭 붙음을 나타냅니다
붙을 속/붙일 속屬의 뜻이 붙다, 따르다니까요
이을 속續 자와 소리만 같을 뿐 아니라
뜻까지도 모두 관계가 깊습니다
무리 속屬으로 새길 경우
1. 무리, 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2. 동아리, 같은 뜻으로 모여 한패를 이룬 무리
3. 벼슬아치
4. 혈족
5. 붙다, 부착하다
6. 거느리다
7. 복종하다, 수행하다
8. 나누다
9. 사랑하다의 뜻이 담겨 있고
이을 촉屬으로 새길 경우
잇다, 모이다, 불러 모으다, 글을 짓다
글을 엮다, 부탁하다, 흡족하다
원한을 맺다, 조심하다, 권하다 와
때마침, 마침, 공경하는 모양
달린 것, 본관에 속한 별관의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물 분류의 한 단위로서
종種의 위에 놓이고 과科의 아래에 딸립니다
참고 : 계界 문門 강綱 목目 과科 속屬 종種
생물 분류에서는 한참 아래 단계입니다
다윈의《that Originally of Species》
곧《종의 기원에 대하여》그 종種의
바로 위 단계가 바로 속屬Genus입니다
이왕 무리 속屬 자에 관한 얘기가 나왔으니
무리 속屬 자와 가지 종種 자가 함께 쓰인
이명법二名法Binomial nomenclature을 볼까요
이명법二明法에서 반드시 쓰이는 게
속명屬名generic name과
종명種名specific name입니다
이를 학명學名scientific name이라 합니다
다시 말해 생물학에서 생물의 종에 붙인
분류학적인 이름을 일컫는 것이며
학명의 표기는 종과 속의 이름으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Linne입니다
린네는 스스로 많은 식물에 학명을 붙였지요
학명은 최초 고안자 린네의 제안에 따라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한 낱말로 구성되며
속의 이름과 종의 이름을 나란히 이어 씁니다
학명 뒤에 이름을 붙인 사람과 아울러
이름 붙인 연도를 밝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오이의 학명은 Cucumis sativus입니다
여기서 Cucumis는 속명generic name이고
sativus 는 종소명種小名specific name입니다
또는 species epithet이라고도 합니다
가령 사람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사람의 학명은 Homo sapiens인데
이를 기울여 표기합니다
손으로 쓸 때는 Homo sapiens 아래 밑줄을 긋습니다
난 아직 스마트폰을 제대로 쓸 줄 몰라
글자를 기울이지 못하고 밑줄을 긋지 못합니다
처음에 오는 속명은 항상 대문자로 시작하고
종소명種名은 소문자로만 표기합니다
인쇄물일 때 속명과 종명은 이탤릭체로 쓰며
명명자命名者의 이름은 정체로 씁니다
벼의 학명은 Oryza sativa Linne입니다
이때 ‘Oryza’는 속명으로서
대문자로 시작되는 라틴어 명사이며
‘sativa’ 는 종명 또는 소종명으로서
소문자로 시작되는 라틴어 형용사입니다
그리고 ‘Linne’는 벼에 처음으로 학명을 붙인
명명자 Carl von Linne의 이름입니다
학명은 단 두 단어二名로
모든 생물 종을 표기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학명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쓰이며
하나의 학명은 오직 하나의 생물 종만을 가리키므로
생물학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령 사람을 얘기할 때 나라마다 다르겠지요
우리나라는 '사람'이라 할 것이고
중국에서는 '렌人ren'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히또人ひと'라 하겠지요
영어로는 맨man이 될 것이고
케냐 탄자니아에서는 '음투mtu'라 표현합니다
그러나 학명은 Homo sapiens입니다
공간적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디에서도
시간적으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한 번 붙인 학명은 그대로 통용됩니다
학명에는 개명改名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사어인 라틴어로 기록되기에
비록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 의미가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앞서 대화를 나눈 조석호로 돌아갑니다
한양 조씨의 조석호 군을 놓고 볼 때
한양이란 본관은 속명屬名에 해당하고
조씨라는 씨종은 종명種名입니다
그리고 뒤에 붙는 명명자는 대한민국입니다
학명에서도 명명자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들 속명과 종명, 명명자는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럼 '석호'라는 개인 이름은 어쩌지요
벼나 오이나 가지나 학명으로 분류는 하되
벼이삭 하나하나마다 붙여진 이름과
오이와 가지에 붙은 낱낱 임시 이름은
개별적인 것이라 부류部類의 류類가 아닙니다
석호라는 이름도 개인일 뿐 류類는 아니지요
무리 속屬과 관련된 글자로는
属 : 무리 속, 이을 촉의 간체자를 비롯하여
彙 : 무리 휘, 고슴도치 휘
附 : 붙을 부
隊 : 무리 대, 떨어질 추/길 수
暈 : 무리 훈, 어지러울 운
曹 : 무리 조, 성씨 조
群 : 무리 군
衆 : 무리 중
輩 : 무리 배
類 : 무리 류/유, 치우칠 뢰/뇌
黨 : 무리 당
濁 : 흐릴 탁
燭 : 촛불 촉
獨 : 홀로 독
蜀 : 나라 이름 촉
觸 : 닿을 촉 자 등이 있습니다
0798귀 이耳
'팔 대째 손자 잉耳' 자로도 새깁니다
귀 이耳 부수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꼴소리形聲 외에 그림象形 문자로도 봅니다
귀 이耳 자를 보면 부처님 생각이 납니다
부처님 귓불은 어깨에 닿았다고 하니까요
역사상 큰 귀에 귓불이 늘어진 분이 또 있습니다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신격화된
라오즈老子 리얼李耳Li Er이란 분입니다
명저《타오더징道德經》을 남긴 이로
태어날 때부터 귀가 남달리 크고 늘어져
리李씨 성에 이름을 얼er로 지었다고 합니다
귀가 크면 남의 얘기를 듣는데 뛰어나지요
뛰어나다는 말은 청력이 좋다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관상에서 소홀하게 넘길 수 없는 곳이
눈 코 입술 못지않은 게 귀입니다
자기 얘기를 잘하는 사람보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의 굄과 존경을 받습니다
이는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삶의 법칙입니다
귀 이耳 자에 담겨있는 뜻으로는
1. 귀, 오관의 하나
2. 성한 모양
3. 뿐, 따름
4. 귀에 익다, 듣다
5. 곡식이 싹나다
6. 팔 대째 손자 등이 있습니다
0799담 원垣
흙 토土 부수의 꼴소리 문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부수와
소릿값 뻗칠 긍亘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1. 담, 담장
2. 울타리
3. 관아
4. 별자리, 별 이름
5. 담을 두르다, 에워싸다
관련된 글자로는
堵 : 담 도, 강 이름 자
墉 : 담 용
墻 : 담 장
牆 : 담 장 자 등이 있습니다
0800담 장墻
장수장변爿의 담 장牆으로도 씁니다
꼴形소리聲 문자이며
흙토변土의 담 장墻과 같은 자입니다
나뭇조각의 뜻을 지닌 장수장변爿 부수와
소릿값이면서 '세우다'의 뜻을 가진 글자
아낄 색嗇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나무를 늘어세워서 막은 담장입니다
이 담 장牆 자에 담긴 뜻으로는
1. 담, 담장
2. 경계
3. 관을 덮는 옷
4. 관의 옆 널
5. 궁녀
6. 담을 치다, 쌓다 등이 있습니다
관련된 글자로는
墙 : 담 장
墻 : 담 장
廧 : 담 장, 소신 색
垣 : 담 원
堵 : 담 도, 강 이름 자
墉 : 담 용 자 등이 있습니다
담 원垣이 담의 길이를 표현했다면
담 장牆은 담의 높이를 표현합니다
담 원垣이 흙과 돌로 쌓은 담장이라면
담 장牆은 철골과 시멘트로 친 담장입니다
덕수궁 돌담길 옆에 처진 담은 원垣이요
교도소 밖으로 둘러친 담은 장牆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조심 행동조심은 백성의 단골메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마음은
파충류 가운데 다리 없는 뱀과 같습니다
다리가 없기 때문에 곧장 가고 싶어도
패션 워커의 걸음처럼 곧게 가지 못합니다
빠져나갈 수 있는 대통 속밖에 없다면
으레 곧게 갈 수밖에 없겠지요
400개가 넘는 척추 뼈와
뼈에 붙어있는 근육을 움직여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는 뱀의 사행운동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현재 지구상에 분포한 뱀의 속과 종은
남극권을 제외하고 456속屬으로
2,900여 종種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무튼 사람의 마음도
마치 사행운동으로 나아가는 뱀과 같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마음이 풀어지지요
그래서 뜻하지 않게 실언을 하고
그 실언한 내용이 담장에 붙은 귀를 통해
밖으로 또 밖으로 퍼져나갑니다
담장에도 귀가 있으니
행동을 조심하고 말을 조심하라 합니다
마음의 세계는 어차피 보이지 않으니까
표정만 들키지 않는다면 괜찮겠지요
하지만 옛날 담장과 요즘 담장은 다릅니다
예전에는 귀를 붙이는 데서 끝났지만
요즘은 동영상으로 찍기 때문에
보통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고정된 CCTV만이 속이屬耳가 아닙니다
움직이는 속이, 곧 숨은 카메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 남을 찍으며 동시에 남에게 찍힙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 그대로가 원형카메라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나를 찍고 있고
보이지 않는 공간이 나를 찍습니다
김영란법의 통과로 란파라치가 겁난다고요
더 무서운 것은 이 거대한 우주공간입니다
그대로 찍어 염라대왕에게 전송합니다
찍으면서 동시에 전송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이 세상은 이미 일찍부터 개발해 왔습니다
콩즈께서 '신독愼獨을 말씀하신 것이
자그마치 기원전 500년 전의 일이고
시왕전 염라대왕 옆 업경대라는 모니터도
이미 기원전 500년 전부터 설치되었습니다
아! 어느새 10월로 접어들었습니다
찬이슬寒露이 10월 8일이고
무서리霜降가 10월 23일입니다
10월은 축제의 달이지요
들뜬 마음을 파고드는 속이屬耳
담장이 아니라 세상이 곧 속이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자유를
우리 모두 스스로 만끽할 일입니다
10/0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