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28. 주련
기둥이나 벽에
써 붙이는 글귀
사찰에 가면 전각 기둥이나 벽에 한문이나 한글로 적힌 글귀를 볼 수 있다. 주로 깨달음의 선구(禪句)들이 한문으로 적혀 있는데 이를 주련이라고 한다.
주련은 판자 위 아래로 연잎을 양각(陽刻)하던가 연꽃이나 당초무늬를 새겨 윤곽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어 새김질을 하는데,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을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양각한 부분과 새김질한 글씨에 먹을 넣든지 군청(群靑)을 가칠한다. 양각한 무늬들은 삼채(三彩) 정도로 단청해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
살림집 안채에도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건다. 생기복덕(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 글귀를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해 받아 건다. 더러는 아이들의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修身)을 제가(齊家)하는 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걸기도 한다. 사랑채 기둥에는 오언이나 칠언의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써서 건다. 한 구절씩을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 한수가 된다.
◇서울 조계사 일주문 주련.
사찰 주련에는 그 절이 가진 무구한 역사와 수행자가 행할 닦음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 자연 속에 가라앉은 무념(無念), 무심(無心)의 형태를 단 몇 줄로 드러내 읽은 이에게 감동을 준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때가 많지만 그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진리의 전언(前言)이 숨겨져 있다.
서울 조계사 일주문 주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이심전심시하법(以心傳心是何法)
불불조조유차전(佛佛祖祖唯此傳)
조계산상일륜월(曹溪山上一輪月)
만고광명장불멸(萬古光明長不滅)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법이 그 무엇인가
부처님과 역대조사가 오직 이를 전하였네.
조계산 꼭대기에 걸린 둥근 달처럼
만고에도 이 지혜광명 영원히 멸하지 않네.
출처 : 금강신문(https://www.ggbn.co.kr)
[출처] 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28. 주련|작성자 안동처사 택전 윤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