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칼로리 인공감미료, 건강한 대안 맞아?[무설탕의 함정②]
이혜영 쿠키뉴스 디자이너
“물처럼 드시면 안됩니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거든요”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음 놓고 마셔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부작용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카린을 먹으면 암에 걸려 죽는다’는 소문이 퍼졌던 이른바 ‘사카린 파동’ 이래로 인공감미료의 위해성은 아직 미지수로 남았다.
10분의 1 열량으로 수백배 단맛 내는 ‘인공감미료’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식품이 설탕 대신 함유한 인공감미료는 △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칼로리가 없거나, 극소량만으로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열량 표시 기준 규정은 식품 100ml당 열량이 4kcal 미만일 경우 0kcal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따라서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제로 칼로리 식품도 엄밀히 따지면 열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치, 뻥튀기 등에 들어가 가장 익숙한 인공감미료는 사카린이다. 정확한 명칭은 ‘사카린나트륨’으로, 지난 1878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유기화학자 아이라 램슨과 콘스탄틴 팔베르크가 콜타르의 산화반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지만, 쓴맛도 함께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다. 0kcal로 표기되는 대표적인 설탕의 대체재다.
수크랄로스 역시 0kcal로 표기되면서 설탕 대비 600배의 단맛을 낸다. 지난 1976년 영국의 식음료 기업 테잇라일이 개발했다. 저온의 액체에서도 다른 인공감미료보다 잘 녹아 음료, 유제품, 잼류에 주로 첨가된다.
아스파탐은 사카린, 수크랄로스와 달리 저칼로리 감미료가 아니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1g당 4kcal로, 설탕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설탕보다 200배 강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사용량이 적어,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을 줄일 수 있다. 지난 1965년 미국의 화학자 제임스 슐라터가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운영하는 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에서는 이들 인공감미료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제시하고 있다. ADI는 평생 섭취해도 관찰할 수 있는 유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일 섭취량을 의미한다. 별다른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체중 1kg당 사카린은 5mg, 아스파탐은 40mg, 수크랄로즈는 15mg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사카린 파동’에서 ‘신이 내린 선물’로 반전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사카린의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확산했다. 사카린이 국내에서 식품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73년인데, 4년이 경과한 1977년 해외에서 사카린이 암을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당시 캐나다 국립보건연구소는 사카린을 투여한 실험용 쥐의 방광에서 종양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이 실험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연구실 내에서 무균상태로 진행한 동물시험 결과를 인체에 그대로 적용해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했다. 또한 실험에서 사카린 투여량은 체중 70kg인 성인 남자가 매일 175g의 사카린을 먹어야 하는 비현실적 조건이었다.
이후 사카린이 발암물질이라는 소문은 불식됐다. 미국은 사카린이 함유된 식품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2000년에 폐지했다. 이듬해인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카린의 위해성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 4월부터 보건사회부(현재 보건복지부)가 사카린의 용도를 엄격히 제한해 왔지만, 2001년부터 대부분의 식품에 사카린을 넣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혈당 조절 못 돕는다? 다시 시작된 의심
사카린을 비롯한 인공감미료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다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골자는 인공감미료가 △장내 세균 △면역력 △혈당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인공감미료가 장내 박테리아 등 유익균을 없애고 소화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학, 싱가포르 난양공대, 호주 애들레이드 의과대학 등에서 수행한 다수의 연구에서 인공감미료가 장내 세균을 변화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과 관련된 유익한 미생물을 감소시키고, 기회감염균을 증가시켜 질병에 더 쉽게 걸리는 체질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최선의 대안이라는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인공감미료가 혈당을 직접 높이지는 않지만, 종국적으로는 혈당 조절을 방해한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다. 유럽 당뇨병학회에서는 인공감미료가 인체의 포도당 흡수에 영향을 미쳐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은 특히 수크랄로스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 연구를 모두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인공감미료의 부작용을 연구한 논문들이 게재된 학술지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공감미료 섭취 이외의 변수를 철저히 통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연구가 소규모 관찰 그룹을 설정하고, 진행된 기간도 수개월에서 1년 수준으로 충분치 않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감미료의 위해성은 물음표로 남은 상태다. 대한당뇨병학회를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은 제로 칼로리 음료 대신 생수를 마실 것을 권장한다. 소아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인공감미료 섭취를 피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다만 연구 결과 가운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한 부작용도 있다. 바로 ‘당 중독’이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의과학자들도 인공감미료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 끼칠 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며 “수크랄로스가 당뇨 고위험군의 인슐린 작용을 억제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의 대체재를 열심히 찾는 사람들은 대개 단음식을 참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라며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수백배 단맛을 내기 때문에 이런 자극에 익숙해지면 설탕의 단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더 단맛을 찾게 된다”고 우려했다.
13일 [무설탕의 함정③]에서 계속.
도움 =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기영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