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일의 유럽축구산업 에세이] ① 한 유명 유럽풋볼클럽 손익계산서 엿보기
어떤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아주 간단하게 살펴보자. 한해 매출이 약 1,832억, 매출 총이익이 1,568억 (아무래도 이 회사는 매출원가가 낮은 걸로 보아 일반적인 형태의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일 확률이 높다.), 영업비용이 1,992억, 영업 외 손익을 가감하면, 이 회사의 세전 경상손실(이익이 아니다.)은 대략 74억으로 계산된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의 영업활동에 아주 중요한 원천이 되는 특정 자산의 미래 경제적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구입 및 유지 자금을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이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가지고 있는 ‘이종업계’ 회사를 통해 지원 받고, 협력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론 이 자산들을 ‘동종업계’에서 일정기간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A라는 주유소가 B라는 주유소로부터 휘발유 일정량을 일정기간 빌려와서 A주유소의 휘발유인 것 양 판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실제 소비자는 이게 A주유소 혹은 B주유소 휘발유인지 모르지만, 이 회사의 경우엔 소비자들이 이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도대체 이 회사의 정체는 뭘까? 이미 짐작하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회사는 다름 아닌 2003-2004 시즌 리버풀 풋볼클럽(이하 리버풀)의 손익계산서를 환산해 본 결과다 (1파운드=2,000원 기준). 이 시즌의 리버풀의 매출은 전 시즌보다 감소했다. 이는 고집스럽게 지루한 축구를 지향하던 훌리에의 실망스런 시즌운영으로 야기된 유럽피안 챔프언스리그 진출 실패에서 온 수익감소에 기인한다. 그리고, 선수들의 영입에 따른 현금 유출은 대부분의 금액을 손익계산서가 아닌 대차대조표상의 자산(무형자산)으로 계상해서, 해당 선수의 계약기간에 따라서 상각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스폰서 계약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상당부분 리버풀의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부분의 투자와 지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또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예로든 주유소와 휘발유는 클럽간 빈번한 선수 임대거래를 말한다. 굳이 이 시즌의 리버풀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본 것은 유럽의 일반적인 1부 리그 풋볼클럽의 경우, 각종유럽대항전에 진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진출한다손 치더라도 우승하기란 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시즌의 리버풀의 영업활동 흐름과 성과는 금액의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클럽이 대략 이런 형태의 운영 및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짐작하는데 좋은 사례가 된다.
이렇게 손익계산서 하나만 들여다 보아도, 축구클럽 운영을 통해서 이익을 창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 가능할 것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제한’된 매출 확대 의 기회는 언제나 클럽경영진들로 하여금 강력한 두통약 상시 복용을 요구한다. 미디어와의 중계권 수입, 관중수입, 클럽과 관련된 상품판매 수입이라는 크게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된 매출구성은 경영진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개발을 통한 매출다각화를 위한 끝없는 고민을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언급한 이 세가지 모두 좋은 경기력과 리그성적의 기반 위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서 좋은 선수와 코치진의 영입은 당연히 따라와야 되는 것이라지만(이 전제에도 그 상관성에 논란이 많지만), 좋은 경기력 자체가 항상 좋은 성적으로 결말 되지 않는 축구경기 특유의 불확실성은 클럽경영진의 또 하나의 숙제인 셈이다. 다른 산업의 경우와 비교를 해보자. C전자의 당해년도 미국시장 수출이 당초 계획보다 미달되었다손 치더라도, 다음해 C전자가 미국시장에서 영업할 수 없게 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이 경우 C전자는 미국 시장에의 성공이 성장의 핵심전략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듬해 더 공격적인 매출전략으로 나설 것이다. 어쩌면 C전자는 내수시장이나 유럽시장에서 미국시장에서의 영업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가졌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이듬해 C전자가 전해 수출부진으로 오직 내수와 유럽시장에서만 영업활동이 제한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클럽의 경우는? 불행하게도 제 아무리 잘나가는 1부 리그 클럽이라 할지라도 강등권으로 밀려난다면, 그 역사와 전통에 상관없이 이듬해 별다른 매출 확대, 아니 유지조차 힘든 2부 리그에서 경기를 해야 되는 신세로 전락된다. 그리고, 앞서 예처럼 시장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 기회도 애초에 없다. 이걸로 끝이면 그래도 다행이다. 더한 악순환이 기다리고 있다. 설사 A전자가 미국시장에서 영업활동을 못한다 해도, 제품개발 연구진과 여타 핵심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축구계는 빈번하다. 리즈유나이티드의 현재의 모습은 그 극명한 차이점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축구는 분명 게임이다. 동시에 축구는 단순한 게임 이상이다. 평생을 사랑해왔던 클럽의 경기장 골대 주변에다 망자의 재를 뿌려 되는 정말 이상한(?) 팬(소비자)이 존재하는 이 게임에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개입하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어떤 산업에서 저렇게 투철한 소비자/브랜드 로열티를 얻을 수 있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3년치 수입과 맞먹는다는 단 30여일 간의 독일월드컵 예상수입에서 엿보듯, 이제 FIFA를 단순한 축구를 통해 세계평화 운운하는 기관으로 바라보는 순진한 사람도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는 이미 스포츠를 넘어선 비즈니스다. 지난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 대표팀이 우리 대표팀에게 패배한 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협박에 가까운 앙탈들은 단순히 경기패배에서 오던 당혹감이나 심판판정의 불만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방송국 RAI가 ‘투자’했던 중계권료(약$140M)에 상회하리라 예상한 ‘기대수익’이 그네들 대표팀 탈락으로 하락이 뻔한 상황에서 FIFA에 제소까지 하려고 했던 움직임들은 이제 더 이상 축구가 단순한 사람들의 게임으로 존재하기엔 그 덩치와 현실적 영향력이 엄청 커져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살펴볼 이유가 여기 저기 있는 셈이다.
잔디밭(토지)을 갖춘 경기장(건물)안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탭들(노동자들)이 팬들(소비자)을 위해서 상대팀과(동업자이자 경쟁자)과 경기(서비스)를 펼치는 클럽축구의 기본적인 행위(영업활동)의 상업적인 발전과정부터 축구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경영환경과 관련산업들 그에 따른 전략적인 기회들을 유럽 축구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같이 고민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현재 한국축구산업의 현실과 도전을 정확히 파악해서, 반세기쯤 뒤에는‘평양FC’란 한 클럽이 ‘KPL(Korean Premier League)’의 한국판 첼시로 불리며 축구 본연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90분간의 경기가 우리에게 은유하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몸짓이 무엇이든 상상하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식의 ‘행복한 반응’ 나온다는 점은 그맘때쯤 이 땅에선 적어도 이른바 충성스런 팬들이(소비자들이) 클럽의 상업적 잠재력으로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일 테니까... 그러나, 하나의 문화로서 축구가 우리네 일상 안에 먼저 자리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함을 늘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쓴이 이찬일은 현재 영국 리버풀대학교 축구산업대학원에 재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