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 구겐하임 건축 설계자인 프랭크 게리(1929~)가 한국 청담동에 세운 에스파스 루이비통 건물 앞이다. 명품과 예술의 접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예술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모 예술사가왈, "좋은 예술이 비싼 예술이 아니라, 비싼예술이 좋은 예술이다." 이곳에서 독일의 현존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의 <4900가지 색채> 전시가 진행 중이다. 2021년 3월 12일 시작하여 7월 18일까지 개최한다.
그리고 메종 에르메스의 박주연 작가 <언어 깃털>(23.26~6.6) 전시와 그 뒷편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 엄효용 작가의 사진전 <진실의 실체가 나타날때>(021.4.1~4.21)을 이어서 소개한다.
상기건물의 맨 꼭대기가 전시관이고 밖으로 향하는 날개 모양의 건조물 상부의 내부는 아래이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1929~)가 슥슥 펜으로 그으면 건축물이 구상되는 듯하다. 이곳은 전시장 관람 이후 밖으로 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 소장품인 <4900가지 색채> 시리즈 중 아홉 번째 버전 Version IX(2007)으로, 한국 최초 공개이다. 전시장에는 총 4점의 작품이 존재하여 언뜻 휙 둘러보면 금방 볼 수도 있다. 관람은 작품도 각자의 기호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관람자가 리히터가 독일 쾰른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과정을 담은 29분 짜리 코린나 벨츠 제작 영상을 보고 있다.
아래의 사진이 결과물이다. 리히터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그림화일이다. 2007년 쾰른 대성당은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된 창문 복원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리히터에게 의뢰했다. 성당측은 나치시대 처형당한 사람들을 주제로 순교자 형상의 작업을 요청을 했는 바, 그는 고심 끝에 비구상 픽셀 페인팅으로 작업의 가닥을 잡아 72가지 색채에 11,500장 유리조각을 만들었다.
(c) gerhard richter.com
전통적인 고딕 대성당에 현대적인 추상 작업을 접목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금은 명소가 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그 당시에 호평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함께 방문한 지인은 한국의 한땀 한땀 보자기 수공예품이 생각난다고 했다. 수공예와 예술도 한 끝 차이일 수 있다. 노동집약적 산물의 경우에는 말이다. 차이는 가격과 아이디어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끝 차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귀결한다^^
금번 전시만 보면 추상작가로 생각되겠지만, 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시작하여 구상, 비구상, 사진 등등 이것저것 하고싶은 것은 다 해본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작년에 개봉해 호평을 받은 아래의 영화를 찾아보는 묘미도 즐겨보자. 동독 태생 리히터가 어떻게 서독으로 넘어왔고 아티스트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네이버의 2,500원짜리 유료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어 몇 개 찍어보았다. 나치 시대 퇴폐 예술전을 설명하고 있는 도슨트이다. 뒤쪽에 독일 표현주의 거장들의 그림이 속속 보이는 와중에 가치없는 그림들이라고 주입을 시키고 있다.
청기사파 일원인 프란츠 마르크(1880~1916)의 푸른 말 앞에서 저 그림은 "후대로 전해지지 않게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어린 꼬마시절의 리히터가 외숙모와 관람을 보고 있는 장면이다.
그러면서 도슨트 아저씨는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보고 꼬마 리히터에게 "이런 예술은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며 무시한다.
리히터는 동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회화를 그리다가, 서독으로 탈출하여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학 교수였던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1921~1986)에게 배운다. 요셉 보이스역을 맡은 배우의 사진이다.
두 번째 전시는 아틀리에 에르메스 지하에서 개최하고 있는 박주연 작가의 <언어 깃털>(2021.3.26~6.6)이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지붕위에서 백마를 타고 깃발을 흔드는 인형이 함께하는 건물이다.
경호원이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서 지하로 내려가면 전시장과 레스토랑이 나온다.
전시장은 고요하다. 울긋불긋하지도 않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오브제들이 벽에 바닥에 그리고 천장에 걸려 있다.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자기만의 색채를 가지고 그 자체로 발산한다.
작가 박주연 <눈먼 눈>(2021)
천장에 매달려 있는 5개의 스피커에서는 각기 다른 사운드가 나온다. 서로 자기 말만하고 있어서 뭐라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녀가 노래를 말한 때>(2021)
<곡선의 길이>(2021)가 바닥에 널려 있고, 위 사진의 문을 열고 나가면 <상처>(2021) 작품이 바닥에 역시 깔려 있다. 두 작품의 차이라면 전자는 천장이 있는 내부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하고, 후자는 오롯이 밖의 세상에 내던져진(바닥이 비로 젖어있어 더욱) 그렇지만 그래서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작품으로 느껴졌다.
<상처>(2021) - 그래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작품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내부에 설치된 <곡선의 길이>보다 잘림이 더 불규적이고 날카롭다.
벽에 걸린 작품은 <열 셋 챕터의 시간>(2021)이고 바닥은 <곡선의 길이>(2021)의 윗 사진과 반대쪽 관점에서의 촬영이다.
<열 셋 챕터의 시간>은 200자 원고지 260매 분량으로 제작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동그라미로 글을 써 나갔다.
설명에 따르면, 전시 타이틀인 '하얀 깃털'에서 '깃털'은 흩어진 의미와 남아있는 목소리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작가가 우연히 접한 문구에서 비롯되었다. 로마시대 역사가 플루타르코스가 쓴 <모랄리아>에서 스파르타인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나이팅게일의 털을 다 뽑아버렸더니 먹을 것도 하나 없는 모습을 보고 너는 그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구나 라고 한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아틀리에 에르메스 건물 뒷편에 갤러리 나우가 위치한다. 이번에는 편한 마음으로 사진을 감상하도록 하자^^
위 사진 위치에서 뒤돌아서기를 하면 아래가 정면에 보인다.
갤러리 나우를 입장했더니, 다소 생경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건물을 레노베이션했나 했더니, 스튜디오를 하는 건물이라서 꾸며진 세트장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운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 엄효용이 금번 전시 작품들은 언뜻 보면 회화처럼보인다. 그런데 사진이라고 한다. 흠..
<잠실 한강공원 이팝나무 봄>(2019)
<잠원 고수부지 느릅나무 여름>(2018)
<위례성길 은행나무>(2020)
본격적으로 안으로 들어가서 더 많은 작품들을 구경한다. 전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어보니, 같은 장소에서 시간대별로 수많은 컷을 촬영한 것을 컴퓨터에 올려놓고 합성을 거쳐서 탄생한 복합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냥 그리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현대예술은 작업 프로세스도 하나의 예술 작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포한강공원 버드나무 봄>(2019)
<리야드 대추야자 겨울>(2020) - 리야드라면 사우디아라비아인데, 그곳의 겨울과 우리나라의 겨울은 다를텐데 하면서 역시나 세계는 각자의 환경에 따라 느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를 수 있겠다는, 그래서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러리 내부의 회의실 같은 방으로 들어와 봤는데, 책상에 사람 다리가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