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가해)
대림 제4주일
믿음의 사람, 요셉 -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마태 1,18) 하지만 요셉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누구도 짐작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요셉은 마리아를 부정한 여인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율법에 따라 처리하는 대신 조용히 파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 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1,20) 이제 요셉의 믿음이 빛을 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의 심하는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하셨는데, 요셉이야말로 ‘보지 않고도 믿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했다는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습니 다.
하지만 온 세상이 의심하고 손가락질한다 해도, 마리아 본인은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믿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만 알고 계시고 하느님만 하실 수 있는 놀라운 일 을 직접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요셉은 어떤 증거도 없이 그저 천사의 말을 믿어야 했고, 믿었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셨으니, 요셉은 진정 복된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당신은 모 든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십니다.” 하고 인사했듯이, 우리도 요셉에게 같은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믿음이 가득하신 요셉이여, 당신은 모든 이들 가운데 가장 복되십니다.”라고 말입니다. “요셉이 파혼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즉 요셉이 ‘~해야지!’라고 계획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정반대되는 것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계획이 하느님의 계획보다 더 타당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자기 뜻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고민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의 뜻에 따랐습니다. 과연 요셉은 보지 않고도 믿었던 순명의 사람, 믿음의 사람이었고, 하느님께서 성가정의 가장으로 선택하실 만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일을 하더라도,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삶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내 뜻이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은 끝이나 실패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가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을 맡기시면, 그 일을 완수할 힘도 함께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 김현웅 바오로 신부 |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