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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국내 치킨 브랜드 BBQ가 뉴욕 맨해튼의 32번가와 인근 한인 타운의 치안 개선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뉴욕경찰국(NYPD)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 시기에 미국의 길거리 치안이 악화됐을 때 뉴욕 경찰관들에게 15%씩 할인해줬다. 경찰관들이 매장을 더 자주 찾자 범죄 예방 효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인맥보다 치맥이다!’ 지난 8월 말 대구에서 열린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에 이런 깃발이 나부꼈다. 치킨을 하느님에 빗대 ‘치느님’이라고 부르는 젊은 층을 비롯해 닷새간 100만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우리나라는 치킨을 즐겨 먹는다.
사실 프라이드 치킨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 남부 지역에서 흑인 노예들이 닭을 튀겨 먹던 데서 유래했다. 전 세계에 대중화시킨 주역도 1952년 창업한 미국의 치킨 브랜드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다.
그런데 요즘은 “KFC가 코리아 프라이드 치킨의 약자”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한국식 치킨이 해외에서 인기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치킨 대란’이 벌어졌다. 경기 시작 전에 치킨을 주문했는데 끝나고서야 배달될 정도로 주문이 몰렸다. 돼지나 소고기보다 저렴한 닭은 부동의 배달 음식 1위다.
우리 치킨이 해외에 알려진 건 드라마 덕분이다.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때는 늘 치맥을 찾곤 하죠.” 9년 전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전지현이 이렇게 말하며 치킨에 맥주 마시는 모습이 아시아 각국에 퍼졌고 ‘K치킨’은 일약 유명해졌다.
우리나라는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연간 50~60㎏에 육박하는 이스라엘, 미국, 말레이시아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그런데도 한국식 치킨이 경쟁력을 갖게 된 건 자영업자가 유독 많은 경제 구조와 관련이 깊다.
1997년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가장들이 상대적으로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치킨집을 열면서 급속히 늘어났다. 치킨집의 20년 흥망성쇠를 봤더니 불황으로 실업자가 늘어난 2008년과 2013년에 치킨집 개업 숫자도 늘었다.
현재 영업 중인 전국 치킨집은 7만9000개가 넘는다. 전 세계 119국에 진출한 맥도널드 매장 수의 2배도 넘는다.
치킨집은 매년 수천 개가 문을 닫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전국의 치킨집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프랜차이즈 기업형으로 운영된다.
국내에 치킨 브랜드만 709개, 가맹점은 3만2000개에 육박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경쟁하고 명멸하면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한 덕에 해외까지 진출해 ‘K치킨’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출처: 이성주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