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회] 위기의 손오공행자(3)
팔계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형, 말만해, 내가 가서 모셔올께."
"그래, 네가 가겠느냐? 보살님을 뵈올 때 절대로
보살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봐서는 안된다.
반드시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드려야한다.
보살님이 물으시거든 요괴의 이름과 사는 곳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도와달라고 말씀을 드려라."
팔계가 오공의 말을 듣고 안개와 구름을 타고
남쪽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홍애아는 동굴안에서 쾌재를 부르며
졸개들과 기쁨에 취해 있었다.
"얘들아, 난 손행자놈을 아주 호되게 혼내주었다.
이번엔 죽지는 않았더라도 아주 혼줄이 났을거다.
가만~?? 이놈이 그리 호락호락 물러나진 않을꺼야.
아마 어딘가 가서 원군을 청해 오려고 할꺼거든.
아! 여봐라! 문을 열어라
놈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야겠다."
홍애아가 구름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팔계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남쪽이라면 관음보살이 있는 곳이 틀림이 없다.
홍애아는 구름을 낮추고 졸개들에게 명했다.
"얘들아, 내 가죽주머니를 가져오너라.
내 팔계놈을 가죽주머니로 잡아다가
너희들에게 맛있는 돼지찜을 만들어주겠다."
홍애아는 여의대라는 끈이 달린 주머니를 하나 갖고 있었다.
졸개들은 가죽주머니를 꺼내서 새끝을 달아서
문전에 내놓고기다렸다.
홍애아는 오래전부터 이 산에 살았으므로
남해로 가는 모든 길을 훤희 알고 있었다.
홍애아는 구름을 타고 지름길로 팔계를 앞질러
날아가서 바위 위에 단정히 앉았다.
그러고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으로 둔갑해서 팔계를 기다렸다.
팔계가 열심히 구름을 날려가는데 바위위에 앉아있는 관음보살이 보였다.
팔계는 그가 가짜 보살인지도 모르고 구름에서 내려 엎드려 절을 했다.
"보살님! 제자 오능이 인사올립니다."
"당나라 스님을 보호해서 경을 가지러 가랬더니
여기는 무엇때문에 왔느냐?"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는 도중에
호산 고송간에 화운동사는 홍애아라는 요괴를 만났습니다.
그놈이 스승님을 채가 버렸습니다."
팔계는 그 동안의 경과를 낱낱이 말씀을 드렸다.
"이런일로 보살님을 제가 모시러 가는 중입니다.
보살님께서 저희 스승님을 구해주십시요."
"그 화운동 주인은 살생을 하지 않는자다.
그대들이 그를 먼저 성내게 했던게지."
"전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공이 약을 올렸지요.
요괴가 아이로 둔갑해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스승님은 저더러 풀어주라 했어요.
그리고 형보고 그 애를 업어주라 했는데
형이 그를 패대기 쳤지 때문에 화가나서
스승님을 채가 버렸어요."
"자! 그만 일어나거라, 나와 함께 그 동굴로 가자 내가 동주를 만나
인정을 베풀라고 부탁해보마, 너희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스승님을 돌려달라고 비는게 좋겠어."
"그 놈이 스승님을 돌려주기만 한다면
저는 절이라도 하겠어요."
"그래, 그래야지. 날 따라 오너라."
바보같은 팔계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홍애아의 뒤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서
화운동으로 돌아왔다. 잠시후 동굴 입구에 이르러서
홍애아는 안으로 들어가며 팔계에게 말했다.
" 이 동굴의 주인은 나의 옛친구이니 넌 걱정말고
나를 따라 들어오도록 해라."
팔계가 우들우들 떨며 동굴안으로 한걸음 발을 디밀었다.
그러자 졸개들이 소리치며 일제히 달려들어서
팔계를 붙잡아 자빠뜨려서 주머니 속에 넣고 끝으로
아가리를 졸라매어 대들보에 높다랗게 매달았다.
그제야 홍애아는 본 모습으로 돌아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저팔계, 이놈아! 그 따위 솜씨로 자롣 당나라 중을 모시고
졍을 가지러 간다느니, 보살을 모셔와서 나를 항복 시킨다느니
입방아를 찢는구나. 두눈을 훤히 뜨고도 내가
성영대왕이란걸 몰라보는 주제에 네 놈을 네 닷셋쯤
매달아 두었다가 돼지불고기로 만들어
졸개들에게 주겠다.
팔계는 주머니속에서 소리소리 욕질을 했다.
"요사한 괴물놈아! 참 간뎅이가 큰 놈이로구나
교묘하게 둔갑해서 잘도 나를 속였군, 흥. 나를 불고기로
만들어 먹겠다구? 나를 먹는 놈은
모두 온역에 걸리게 해 놓을테다."
한편 오공과 오정은 숲속에 앉아 있는데 피냄새가 섞인
비릿한 바람이 휙 얼굴을 스쳤다. 오공은 재채기를 했다.
"이거 큰일이 났구나! 이 바람이 아무래도 불길해.
팔계가 요괴와 맞닥뜨린것 같다."
길을 잘못들었으면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겠지."
"필시 요괴를 만났을거야."
"요괴를 만났으면 돌아오면 될 것 아냐?"
"어림도 없어, 넌 여기를 지키고 있어
내가 잠깐 가보고 오겠다."
"형은 몸이 아프지않아?"
또 그놈에게 걸리면 않되니 내가 갈께."
"넌 안돼 역시 내가 가야해."
오공은 이를 악물며 아픔을 참으며 여의봉을 들고
내를 건너 동굴 앞까지 갔다.
"요괴야!"
파수보던 졸개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대왕님, 손행자가 또 왔습니다."
"폐 일언하고 잡아라"
명령이 한번 떨어지기가 무섭게 졸개들은 일제히 창과 칼을
들고와 아! 함성을 지르며 문을 열어 젖혔다.
"때려잡아라! 때려잡아라!"
오공은 지칠대로 지친 몸이라 졸개들을 상대로 싸울 수가 없엇다.
그래서 얼른 길 옆으로 몸을 숨기고 "변해라!"
하고 주문을 외운뒤 금빛 보따리로 둔갑을 했다.
졸개들은 그것을 주워서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대왕님! 손행자는 겁쟁이 입니다.
때려잡으라는 소리에 당황해서
보따리까지 보리고 달아났습니다.
홍애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그 보따리가 뭐? 대수롭겠느냐?
기껏 헌 편삼이나 모자나부랭이가 들어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하려므나."
한 요괴가 보따리를 지고 들어왔다.
그것이 둔갑한 오공임을 요괴들이 알턱이 없다.
"일이 잘 되간다. 보따리가 업혀간다."
오공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괴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것을 문 안으로 던져버렸다.
오공은 털을 하나 뽑아 선기를 불어넣어 보따리로 둔갑시키고
본신은 파리로 변해 문틀에 앉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씩씩대며 헐떡거리는 팔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공이 소리나는 쪽으로 가보았더니
소리는 매달린 가죽주머니 속에서 나고 있었다.
오공이 가죽주머니 위에 앉아서 들으니 팔계는 아직고
입심사납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이 교활한 요괴놈아! 네놈이 관음보살로 둔갑해서 날 속이고는
이런 곳에 매달았다고 해서 의기양양 하겠지?
뭐? 날 잡아먹겠다고?
만약에 내 형이 이 곳에 와보라, 제천무량법을 써서
네놈들을 모조리 사로잡고 말거야.
형이 와서 날 주머니에서 꺼내주는 날이면
난 쇠갈퀴로 네놈을 사정없이 족쳐서
이 분을 풀고 말겠다.
오공은 이 소리를 듣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디.
"바보녀석! 주머니속에서 경을 치르면서도 아직 항복하지 않았구나.
내 반드시 요괴를 잡아서 이 원한을 갚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팔계를 구하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별안간 요괴의 소리가 들렸다.
이제 삼장과 팔계의 앞날은 어떻게 될것인가!
다음회로 이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