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기독교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 박광애 권사
첫 방문지는 여수에 있는 애양원이었습니다. 넓은 초지에 기념관, 기념탑, 삼부자 순교자 묘 등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지독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신사참배를 거부하셨고, 내 자식을 죽인 원수 같은 자를 살리셨고, 오히려 아들로 삼아 하나님을 영접하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겨 병 고침을 주셨듯, 한센병자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어 치료하고자 하셨다고 합니다. 또 그분은 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곳을 순례하는 까닭은 그분의 행적과 숨결을 우리 내면 가슴속에 더 가깝게 담으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숭고함과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피의 순교가 있기에 우리가 편안히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이를 본받아 순교자 정신을 갖기를 기도해 봅니다.
둘째 날, 아름다운 숲 동산에 왔습니다. 비온뒤 물안개를 머금은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져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 공원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옛날 말로 하면 문둥병, 나병이라는 한센 병을 가진 분들이 모여 살았던 소록도입니다. 한센병자셨던 나이 드신 권사님이 우리를 안내하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손이 오그라졌는지, 얼굴에 흉터가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입술로 증언하는 그때의 실상이 너무 참혹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냉대 받고 쫓겨나서, 사람을 피하고 피해서 이 외진 섬 소록도에 와서 죄 지은 자처럼 모여 살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성치 않은 몸을 가진 한센병자들에게 노예처럼 강제노역과 감금생활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어 죽고자도 했지만, 그분들 마음속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십자가를 붙들고 기도하면서 고통을 이겨냈다는 그분들의 영혼이 안쓰럽고 슬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음 안에서 승리한 삶 아름다운 신앙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 그분들이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동산이 커다란 숲을 이루어 평안의 안식처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셋째 날,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국 기독교 역사박물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이후, 개화기, 일제시대 때 개신교 관련 문헌, 사진, 지도, 향토지 등이 소장되어있고, 평양 장대현교회 예배당을 재현해 놓았는데, ㄱ자형 예배당으로 강대상에서는 청중을 다 볼 수 있지만, 남자 여자는 각기 벽으로 나뉘어져, 남녀 유별하여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교회당 앞에 세운 종탑의 종도 땡땡 쳐보고, 외국 선교사들의 교육 사업으로 머리 길게 땋은 댕기머리에 치마저고리 입은 처녀들이 신교육을 받는 사진도 보았습니다.
순례 일행이 열일곱 분이었는데 막내 정지희 양이 있습니다. 교회 나온 지 얼마 안되고 수줍어하고 또래의 성도도 없어서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씩씩하고 나이 든 권사님들과도 소통이 잘 되고 성도들과 밤 불꽃놀이도 함께 즐겼습니다. 우리가 너무 예뻐서 ‘예쁜 애기’라고 불렀답니다. ‘오드리 햅번 같은 분홍 스카프의 여인’이 해변가에서 찍은 사진. 정말 분위기 죽입니다. 그 여인이 김연자 집사님입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고 떼를 썼더니 얼른 사다준 엄창준 집사. 훈남 중에 ‘훈남’입니다. 어느 분이 기도하셨는지, 비도 적당히 그치고 오고했습니다. 특별히 새벽기도회, 저녁예배 주제 ‘기독교 이해’도 좋았고, 기타반주에 찬송하고 기도하고 은혜가 넘친 시간이었습니다. 왕복 먼 거리를 운전해 주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너무 잘 먹여 주시고, 옛날 정승이 살았던 솟을 대문집, 국내 최초 한옥형 유스호스텔에서 잠 재워주신 모든 것이 즐겁고 감사했던 하계 기독교 성지순례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