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
오늘은 69년 전인 1954년 7월 19일 제가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은혜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삼복더위에 저를 낳으시고 일평생 칠 남매를 기르시느라 고생만 하시다 노년에는 암으로 투병하시며 64세의 안타까운 연세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는 막내인 저의 품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 하셨습니다.
어머니께 잘해드린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신기하게 여겨져 하루는 어머니께 이유를 밝혀주실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한가지는 1971년 제가 17살 되던 해에 해태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일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제 또래들은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는데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스크림 배달통을 자전거에 싣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면서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수금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런 저 자신이 부끄럽게 여기거나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고생을 해 보니 어머니 삶의 흔적이 제게 아려왔고 제 마음에는 돈을 많이 벌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마음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월급을 타던 날 7,000원이 든 봉투를 손에 쥐고 버스에서 내려 한걸음에 달음질하여 어머니의 손에 쥐여 드렸습니다. 온종일 무더위에 배달 일을 하였기에 땀 냄새가 옷에 고스란히 배여 있는 채로 말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저의 마음을 기쁘게 받으셨고, 대견하게 여겼다고 하셨습니다.
또 하나는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병원에서 투병할 때 저는 늦깎이 대학생이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 병시중을 제가 해드렸습니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시고 청결에 대한 결벽증이 심한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여 병상에 누우셔서 기저귀를 차시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대단한 수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 듯 아무렇지 않게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처리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때 아들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셨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불효자였던 저에게 아주 소소하고 별 것 아닌 것에 감격하시고 마음에 새기고 계셨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소원대로 마지막 임종을 제가 지켜 드렸습니다. 하늘에서 천사들의 합창 소리가 들린다고 하셨고, 일찍이 맡아보지 못한 향내를 느끼시면서 제 무릎에 누우셔서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며 평안하고 환한 미소를 띠시고 천국에 가셨습니다.
세상 이치는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듯이 어머니는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분의 마음은 제게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생일이 되면 냉면 사서 먹으라고 돈을 쥐여 주셨던 어머니가 유난히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땅에서는 뵐 수 없지만, 조만간 저도 천국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