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군산에 있는 본가로 갔다.
배추 300 포기와 많은 양의 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숙한 동네 아주머니 8분 그리고 우리 형제들 3남2녀가 모두 모였다.
어머니의 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에 더 많은 손길이 필요했던 거였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작은 잔치가 벌어진 듯했다.
점점 쇠약해져 가는 우리 어머니.
그래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자식들을 위해 그 많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척척 해내신다.
마음이 짠하다.
자식들이 왜 모르겠는가.
몸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당신 살아 생전엔 꼭 당신 손으로 김장을 해서 3남2녀의 자식들에게 전달해 주시고자 하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더 애닲고 뭉클했다.
사랑은 '희생'이자 '헌신'이다.
어머니는 일생 동안 그런 삶을 사셨다.
다리가 아파 거동조차 힘들어 하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해마다 열심히 채전을 갈고 씨를 뿌리셨다.
새벽예배에 다녀오신 후로는 채소들을 한 잎 한 잎 살피며 벌레도 잡아주셨다.
아무튼 지극정성이셨다.
우리는 그런 어머니에게 매번 제안했다.
"차라리 절인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자"고.
어머니는 그때마다 '절대불가'를 외치시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그러면서 '에미마음'을 얘기하실 때면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곤 했었다.
우리 형제들도 누군가의 부모일진대 어찌 어머니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당신의 육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김장은 1년 농사의 대미인데 절대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셨다.
매년 그리 말씀하셨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그 간절한 소망 앞에선 그저 손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차에 김장김치를 가득 싣고 상경하는 길.
차가 몹시도 무거웠다.
그 무게에 비례하여 어머니의 사랑과 형제들의 우애도 차 안에 가득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어머니의 김장김치를 맛볼 수 있을까?
속절없는 세월 앞에 마음만 쓰라릴 뿐이다.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자식들도 계속 나이를 먹는다.
지천명을 넘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동소이하겠지만 부모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한없이 아리고 저릿해 진다.
오늘 아침에도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니는 전화를 안 받으셨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걸었다.
벌써 옆집 김장을 위해 오늘도 품앗이를 하고 계셨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몸관리 잘 하세요"
나도 이 한마디 말고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머니가 이 땅에 계실 때 좀 더 잘 대해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없으면 통한의 아픔이 우리네 영혼을 폐허로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께 깊은 사랑과 존경 그리고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10년 11월 25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