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추종한 ‘만주사변’ 기획자
이시와라 간지(1889~1949)는 사상이 독특한 사람이었다. 머지않아 종말의 날이 오고, 지금의 세계를 멸망시킬 최후의 전쟁이 일어날 운명이니, 아시아를 통일해 그날을 대비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종교적 신념으로 전쟁을 준비했는데, 그 첫걸음이 만주 침략이었다. 관동군을 부추겨 ‘만주사변’을 일으킨 날이 1931년 9월 18일이었다.
이시와라가 권력자의 뜻을 거스르고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도 있지만 알 수 없다. 일본 군부가 이미 20년 전부터 중국에서 만주를 떼어내 점령한다는 계획을 의논했기 때문이다. 관동군은 만주를 점령한 뒤 ‘마지막 황제’ 푸이를 데려다 1932년에 나라를 세운다. 이것이 유명한 만주국이다. 이 일로 국제사회의 항의를 받자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한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의 불길을 아시아로 끌고 들어온 이시와라지만 정작 본인은 튀는 성격 때문에 도조 히데키와 싸운 뒤 군에서 밀려나 진작에 민간인이 됐다. 그 때문에 훗날 전범 재판에도 회부되지 않았으니, 세상사는 참 얄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