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도 유물전시관이
동내에서 운동을 함께하는 林翁에게서 도심에서 출토된 유물을 그 자리에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사립명문 J高를 나오고 같은 재단인 K大 사학과를 나와 특히 한국사에 관심이 지대한 분입니다. 벌써 십년 가까이 고교 동창 역사탐방 모임을 주도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왕궁, 왕릉, 박물관 등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필자도 고교 동기 역사탐방 모임에 참여하고 있기에 수시로 정보교환을 하고 있지요. 우리 모임이 두서너해 먼저 시작하여 초창기에는 대개 필자가 정보 제공자였기에 '도심유물전시관'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화 선진국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빌딩이 雲集한 종로 공평동에
그 도심이란 곳이 종로 네거리에서 아주 가까운 공평동이라는 데 놀랐습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고층건물이 운집한 그곳이 '공평동'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말입니다. 바로 근처에 조선시대 義禁府가 위치해 있어 고위공직자들의 잘못을 '公平'하게 척결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이 근처에 백년을 자랑한다는 이문설렁탕집이 있어 의아해 했는데, 동대문구 이문동과는 다른 이곳의 지명에서 유래했답니다(조선시대 里門이란 방범 등의 목적으로 세운 문으로 종로 雲鐘街 지근과 外大 근처에 있고 부산 등 지방에도 있답니다.). 새로 지은 고층건물(센트로폴리스 빌딩)의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지하 1층에 '공평도심유물전시관'이 있습니다.
공평동 도심유물전시관
이 유물전시관에 대한 필자의 지식이 워낙 저렴(?)하여 서울역사박물관이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따다 붙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5년 공평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온전하게 발굴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전면적으로 보존하고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조성하여 2018년 9월 12일 개관하였습니다. 도심정비사업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를 최대한 ‘원 위치 전면 보존’한다는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공평동 룰은 도심정비사업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를 최대한 ‘원 위치 전면 보존’한다는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시 매장문화재에 대한 전면 보존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매장문화재를 고려한 건축설계를 하고 매장문화재 보존 면적에 따른 용적율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사업시행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였습니다. 아울러 유적전시관 조성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서울시 총괄건축가와 협의를 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조성된 전시관은 서울시에서 운영합니다.
2014~15년에 걸쳐 실시된 발굴조사를 통해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총 108개 동 건물지와 중로, 골목길 등의 유구와 1,000여 점이 넘는 생활유물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중 유구의 상태가 가장 온전히 남아있는 16~17세기 Ⅳ문화층 유구를 전시관 내부로 이전하여 복원하였습니다.
이중 전동 큰 집, 골목길 ㅁ자 집, 이문안길 작은 집의 3개 건물지가 핵심 콘텐츠로 각 건물지별로 1/10 축소 모형, 가상현실인 VR체험, 출토된 유구 위에 1:1 복원 모형 등 다양한 전시기법을 통해 16~17세기 한양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사용했던 골목길이 확인되어 이문안길과 전동 골목길을 직접 걸으면서 조선시대에 와 있는 느낌을 직접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귀한 유물들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도심에 그것도 바로 그 자리에 유물전시관이 세워진 데는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과거 뼈아픈 실책의 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도심의 귀중한 유물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종로 청진동 쪽을 개발하는 데 알게 모르게 많이 소실되었답니다. 건물을 짓는 이들의 입장에선 이런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골치 아픈 일(?)이라서 대충 묻고 간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유물전시장을 조성하는 대신 용적율을 높여주는 윈-윈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거지요.
입장료는 없고 해설 있어요
위치는 종각역 3-1 출구 지근 거리 센트로폴리스 빌딩 지하 1층
하루 3번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에 해설이 있는데, 소용시간은 50분 내외
오다가다 한번 들러 보세요!
여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나 지면 관계로 일부만 올립니다. 직접 와서 보시길..
그냥 갈 수 없지요. 종로를 읊은 한시 한자락 붙입니다.
종로 거리에서 연등 구경하기(鐘街觀燈) - 일부 / 월산대군(月山大君)
京都十里千萬家(경도십리천만가)
한양 십리 안에 수많은 집들,
燈街處處蒸紅霞(등가처처증홍하)
등불 켜진 거리 곳곳 붉은 노을이 피어 오르는 듯.
香車寶馬滿路去(향거보마만로거)
향기로운 수레 단장한 말들이 거리에 가득 지나고,
醉歌遊女顔如花(취가유녀안여화)
취해 흥얼대며 노니는 계집들 얼굴이 꽃같구나.
동생(成宗)에게 왕위를 빼앗긴 불우한 왕자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 한강변에 사저를 짓고 음풍농월(吟風弄月)로 세월을 보냈으나 깊은 시름은 달랠 길 없었는지 삼십대 중반에 요절합니다. 대문장가이며 시인인 서거정·이승소·강희맹 등과 함께 읊은 '한도십영(漢都十詠)'은 조선 漢詩의 전범이 되었다고 하지요.
蛇足 : 조선 초기라서 불교에 대한 탄압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 같네요. 불교 연등행사를 즐기는 이들이 많고, 고관대작들도 이를 한시의 주제로 삼았을 정도이니까요.
첫댓글 역시 대단하신 박옹이십니다. 같이 들었는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다시 읽어보니 새록새록 새삼스러워지네요. 그런데 제가 건설회사 밥을 좀 먹은 탓에 별건 아니지만 수정사항이 있어 감히 고칩니다. 위의 글 "입장료는 없고 해설 있어요" 바로 앞 문장의 건폐율을 높여주는 윈-윈 방식에서 "건폐율"은 "용적률"로 바꿔야 합니다.
참고: 건폐율은 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비율이고 용적률은 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비율입니다. 여기서 건축면적이란 수평투하면적이고(위에서 아래를 보았을 때 보이는 대지에서 건축물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 연면적은 건축면적에 곱하기 층수를 한 전체 연면적입니다. 지하층 면적도 연면적에 산입이 됩니다만 지상용적률만 계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쿠! 도자 앞에서 삽집했네요.^^ 아직도 100% 이해가 가는 건 아니나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고형! 필자의 졸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