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울진 망양정 송강松江 정철鄭澈과 중국 회양 태수 급장유汲長孺*
-윤동재
달밤 울진 망양정에 올랐더니
강원도 관찰사 송강 정철과 중국 회양 태수 급장유가
대낮부터 마신 술에 거나하게 취했지만
둘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도무지 끝이 없었지요
송강은 급장유에게 망양정 앞 바다를 가리키며
바다 끝은 하늘인데 하늘 끝은 어디인가?
높이 뜬 저 달이 천촌만락千村萬落을 골고루 다 비추고 있듯
내 훈민도 백성들에게 골고루 미치고 있다고 자랑했지요
그러면서 <훈민가訓民歌> 16수를 급장유에게 보여주며
찬찬히 눈여겨 읽어보라고 했지요
급장유는 선정을 베풀고 백성을 교화하는 일은
목민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전혀 새로울 게 없지만
중국에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어 거의 외울 지경이 된
<관동별곡關東別曲>은 금강산 기행시가의 백미라며
우리말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비할 데 없이 생동감 있게 살려
우리나라에서 일찍부터 뭇사람들이
좌해진문장左海眞文章이니 동방東方의 <이소離騷>니 하고
송강을 칭송하는 게 결단코 지나친 말이 아니라고 했지요
<훈민가> 16수 <관동별곡> 모두 우리말 우리글로 쓴 작품인데
급장유가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속으로 의심스러웠는데
급장유는 내 속마음을 얼른 읽고는
송강의 우리말 우리글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
우리말 우리글 공부에 거의 평생을 바치고 있노라고 했지요
급장유의 말을 듣고 금방 고개가 끄떡여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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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장유汲長孺 : 중국 한나라 때 황제에게 올바른 소리를 해 노여움을 사서 회양태수淮陽太守로 좌천된 인물.
좌해左海 : 바다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우리나라’를 달리 이르던 말.
이소離騷 : 중국 초나라의 굴원이 지은 부賦. 조정에서 쫓겨난 후의 시름을 노래한 것으로 ≪초사≫ 가운데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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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 울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