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는 결혼에 대한 환상으로 노력없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다. 일에 진심인 세균학자 남편 월터는 감정 표현이 서툴고 일하느라 시간이 없다. 키티는 관심과 행복을 느끼지 못해 바람을 피운다. 남편은 이를 알게 되어 키티를 콜레라가 창궐한 외딴 마을로 데려가는 단죄를 한다.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는데 나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루함만 느낄테니까요./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는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었다. 키티는 간절했지만 충족되지 못했다. 결혼했음으로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 결핍때문에 외도를 하게 되었다. 애정결핍인 사람이 관심과 사랑을 줄수 있을까?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사랑을 주는게 가능하리라. 자존감이 없어 자신 마저 생존이 위태로운 사람이 어떻게 타인에게 건강과 행복을 줄수 있겠는가. 자존감없이 주는 사랑은 기생이 목적이거나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수단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키티는 큰 고통을 경험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사랑을 학습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콜레라로 죽어가는 험지에서 키티는 수녀들의 숭고한 사랑과 관리자 위딩턴의 연인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환상임을 자각하게 된다. 베일이 벗겨진 것이다. 키티는 남편을 대할 때 직면의 모습으로 대화하고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월터는 콜레라로 죽는다.
베일을 벗어야 할까? 철저한 자기관리와 친절의 베일을 쓴 외도 상대 찰스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키티는 의존의 베일을 벗고 성장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월터는 왜 불가능했지??
228p /그녀는 월터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이봐요 우리 바보 짓은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나요? 우린 서로에게 애들처럼 부루퉁해 있어요. 입맞춤하고 친구가 되는 게 어때요? 우리가 연인이 아니라고 해서 친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당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고 당신 생각을 자주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아.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나 자신을 경멸해.'' 그가 가진 극도의 민감함을 절감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그의 허영심에 난 상처가 분명했다. 그것이 가장 치료하게 어려운 상처임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허영심이 뭐길래, 월터는 자기 경멸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키티를 단죄하기위해 험지왔고, 온것만으로 용서를 했다는데 왜 정작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키티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가 원하는 친절(외도 상대 찰스가 가진 면모들)을 그녀에게 줄수없는 자기 경멸, 좌절감일까. 더이상 줄 수 있는게 없어서? 그렇다면 진짜 더 사랑한 게 맞다.
228p / ''누구 아이요?'' ''잘 모르겠어요.'' 월터의 아이라고 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겨났다. 그 거짓말은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녀가 그렇게 확신만 주었다면 그에겐 커다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까는 가슴속에 존재하는 이상한 훼방꾼이 나서서 상황을 그녀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가장 솔직한 대답, '''잘 모르겠어요.'' 이 말의 진솔함이 월터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230p /우리가 일을 완전 엉망진창을 만들었군 안 그렇소?아직도 나와 이혼하고 싶나요? / 난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신을 이곳에 데려 옴으로써 난 그 죄를 용인했다는 걸 알아둬요 /난 몰랐어요. 알다시피 내가 부정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것도 아니니까 그럼 여기를 떠날 때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같이 살게 될까요? / 그건 미래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놔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소?
질문하는 능력, 공동의 문제를 찾는다는 것, 좋은 질문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 그들이 오래좋은 관계를 유지하기위해서는 풀어야할 갈등을 모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시도해 나가야 결혼이든 조직이든 질높은 공동생활을 만들 수 있겠다.
베일이 벗겨지고 선명하게 알게되는 묘미도 있고, 마치 가려진 베일처럼 불확실함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의 신비함이 인생의 베일이고 이 소설의 맛이 아닐까.
210p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거예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조차 모를 수 있어요./
맞다! 쉽게 주어지는데 내가 노력할 필요성을 못 느낄테니까 고마움을 느끼기 쉽지 않지. 안정이 보장되어 있다면 긴장감이 없고 시시하겠지. 기티는 결혼했다면 반드시 유지를 위해 분투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자신의 결핍을 상대에게 갈구하며 지낸 키티와 월트는 노력으로 갈등을 극복할수 있었을까? 허영심의 벽을 허물수 있었을까?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할까?
동반자라면 이해와 연민, 건강과 행복을 주려고 애썼어야 했다. 사악한 범죄자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야할 될 존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핍정도에 따라 사랑이 안채워지기도 하겠다.
물살을 거스러는 노력을 죽을때까지? 그래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일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