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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낭송시] [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 낭송 김민성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58 12.12.25 10: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낭송 김민성 | 2012.12.24 

  

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바람이 낳은 달걀처럼
참새떼가 우르르 떨어져 내린
탱자나무 숲
기세등등 내뻗은 촘촘한 나무 가시 사이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새들은 무사통과한다
 
(그 무사통과를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바람의 살결을 닮으려 애쓰는가)
 
기다란 탱자나무 숲
무성한 삶의 가시밭길을 뚫고
총총히 걸어가는 참새들의 행렬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가시의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가)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망했는가
 
 
시_ 유하 -  전북 고창 출생. 시집으로 『武林일기』『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세상의 모든 저녁』『세운상가 키드의 사랑』『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천일마화』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수상.
낭송_ 김민성 - 성우. <격동50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출연.
출전_ 『세상의 모든 저녁』(민음사)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김은미
프로듀서_ 김태형

  이 시가 실린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에서 「세상의 모든 저녁3」을 읽다가, 무릎을 치는 대신, 나는 얼른 옮겨 적었다. ‘헤비메탈을 부르다 뽕짝으로 창법을 바꾸는/그런 삶은 살지 않으리라’
  시집이 나온 당시, 내 뜨악했던 감상 원인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헤비메탈 쪽인 줄만 알던 가수가 ‘뽕짝’을 부르는 걸 볼 때, 재밌기도 하지만 어쩐지 ‘손이 오글거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 전의 유하는 세련된 솜씨로 시대를 찌르고 휘저으며 요리하던, 영악해 보일 정도로 재기 넘치는 도시 시인이었던 것이다.
  긴 세월이 흐른 이제 내게도 그때는 없었던 미감(美感)이 생긴 것 같다. 구성진 ‘뽕짝’의 눅눅한 아름다움을 능히 알만한 나이가 돼 버린 것이다.(유하 시들이 ‘뽕짝’이었다는 말은 결단코 아니다!). 다른 시집들에서 유하가 옹호하고, 의도적으로 표방했던 ‘키치’의 발랄함 대신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을 채우고 있는 건 진솔함이랄지 어떤 진득함이다. 시골 풍경이나 기후에 기대어 삶에 대한 성찰과 슬프고 여린 마음을 출중한 언어 감각으로 조리한, 그 깊은 맛! 그 전의 유하 색깔이 바이올렛이라면, 『세상의 모든 저녁』은 퍼플이라고 할까.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망했는가’
나도 그렇다! 그러나 무사하지 않아서 시를 잉태했고, 무사하지 않아도, 무사하지 않은 채, 우리는 생을 통과한다. ‘탱자 가시 울창한 삶의 목구멍이여,’ (「저녁 숲으로 가는 길 2」에서)
  유하는 이제 시 안 쓰나? 유하도 보고 싶고, 그의 새로운 시도 보고 싶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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