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지나고 이젠 좀 선선한 가을 분위기가 올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지지가 않았다.
낮엔 폭염, 밤중엔 열대야, 습도까지 만땅.
역시나 밤새도록 거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침을 맞았고 옆방의 동태를 살펴보니 아직 출근 전, 달포 넘게 술도 안마시고 있는데다 잠도 충분히 주무셨을텐데...무슨일이라도...
그러면서도 부스럭거리면 방해가 될까봐 그냥 옷만 입은채 숙소를 나와 출판단지 거쳐 아트센터까지, 2Km 알람이 울린 뒤에 거기서 화장실로
해가 쨍쨍 내려쬐고 있어서 만사가 다 늘어지고 귀찮다.
그나마 사람이라도 좀 있는 곳이 나을 것 같아 편백숲길로 갔고 수북하게 자란 풀들을 최근에 좀 정리 한 것 같길래 사진도 한장 찍어놓고 북쪽 방향으로 올라가는데...헉!
앞서 걸어가던 할배가 테니스라켓을 냅다 휘두르는 통에 얼굴에 제대로 한방 퍽!
안경은 저멀리 날아가고 왼쪽 광대뼈에 통증을 느끼며 만감이 교차한다.
설마 산책로에서 라켓을 휘두르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것도 걸어가면서 백스윙으로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일이어서 말도 안나온다.
하지만 이런걸 두고 법으로 갈 수도 없고 그저 쓴 웃음만...
다음엔 골프채도 조심해야 되겠고
뚝방길로 올라가서 나무 사이로 달릴땐 나 또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겠기에 걷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속도로 조심조심 사사삭
어쨌든 이러저런 상황에서도 10Km는 채웠다.
다행히도 숙소에 돌아와보니 그 사이 단장님은 출근을 했고...이렇게 또 한시름 놓으며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