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가도가도 왕십리’ 특별전
곱창거리·자개시장 등으로 유명한 왕십리의 근현대 잔상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조선시대 목마장에서부터 배추밭, 근현대 곱창거리와 자개시장 금형공장 등 서울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왕십리를 소개하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 청계천문화관은 근현대 서울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왕십리’에 대한 특별전 ‘가도 가도 왕십리’를 지난 23일 개막해 내년 2월 24일까지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발전해 온 근현대 서울의 다양한 문화와 공간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함께 해온 서민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왕십리의 길과 도시공간 구조, 생업 및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는 ‘금형공장·자개시장·곱창거리·봉제공장·굿과 신당·채소우물과 해장국’이라는 주제로 분류됐다.
▲ 60여 년간 왕십리를 지켜오다 재개발로 자리를 옮긴 왕십리 해장국집의 대명사 ‘대중옥’. (사진제공: 서울시) |
전시에선 60여 년간 왕십리를 지켜오다 재개발 열풍으로 자리를 옮긴 왕십리 해장국집의 대명사 ‘대중옥’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 고지도, 금형·자개 제작 기계 및 생산품, 생활용품 등 130여 점과 왕십리 토박이들의 인터뷰와 금형·자개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기증된 8점의 자료가 함께 공개됐다.
왕십리라는 명칭은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지를 정할 때 ‘십리를 더 가라’는 가르침을 받은 데서 유래한다. 조선 전기 왕십리에는 드넓은 벌판, 살곶이벌을 아우르는 마장이 위치했다.
병자호란 이후 말을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왕십리 일대는 배추·미나리를 심고, 소를 잡아 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이 설치돼 도성 안에서 물자를 공급해 주는 곳으로 바꼈다.
일제강점기 때는 왕십리 일대에 전차·기동차 노선이 부설되고 경성 도심의 공장들이 교외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동대문 밖 성저십리의 왕십리는 기계·방직 등의 공장지대로 변모했다.
▲ ‘59년 왕십리’를 부른 가수 김흥국의 LP. (사진제공: 서울시) |
또 해방 이후 지방민의 집단 이주와 함께 가내공업지대로 모습이 변형되면서 금형·자개·봉제공장들이 즐비한 공장골목 지대를 형성했다. 채소를 씻던 우물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해장국집이 생겼다.
가까운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공급된 신선한 부산물로 만든 곱창집들이 들어서면서 오늘날 왕십리의 대표적인 마루지가가 됐다.
특별전 ‘가도 가도 왕십리’는 전시해설과 시청각 교육 및 자개를 이용해 자개쟁반을 만들어 보는 전시연계교육프로그램 ‘반짝반짝 왕십리’를 운영한다.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며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