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급 연 800만원 순소득
농촌에서 기본소득 역할 충분
1970년대 농민운동(가톨릭농민회 부회장)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6월민주항쟁 전국상임집행위원장)의 중심에 섰던 진보원로가 소규모 영농형 태양광 보급운동에 나섰다. 정성헌(36회) 한국디엠지(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의 얘기다.
정 이사장은 지난 6월 29일(화) 국회 앞에서 ‘100㎾ 미만 소규모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 입법을 촉구하는 9쪽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박승옥 햇빛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동희 충남 공주시농민회장, 김창한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 등 입법 촉구에 뜻을 함께하는 농업계 인사와 활동가들이 곁을 지켰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농업소득을 올리는 소농에 햇빛발전 수입으로 기사회생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이사장에게 지원법에 담겨야 할 내용을 물었다. 그는 “반드시 농사짓는 사람만, 농업진흥구역은 빼고, 농지 훼손과 지목 변경 없이, 100㎾ 미만 소형으로 해야 한다”고 즉답했다. 우량농지는 식량 생산에 활용하고 진흥구역 밖 농지에서 영농과 소규모 발전을 추진하자는 얘기다.
굳이 소형을 강조하는 이유는 농민을 태양광 자본가로 육성하려는 게 아니어서다. 정 이사장은 “100㎾급 발전만으로 연간 800만∼1000만원의 순소득을 낼 수 있고, 이 정도면 농촌에서 기본소득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 체계에선 농지에 그대로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농지를 전용하거나 타 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영농을 계속하면서 직불금을 받고 발전소득도 올릴 수 있는 해법은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이라고 했다.
강원 인제에서 영농형 태양광 방식으로 산나물·인삼 농사와 전력 생산을 하는 정 이사장은 “시설은 농지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치했고, 토마토·마늘·양파 등 다른 작물도 재배해봤다”며 “당장 농촌 현장에 적용해도 문제 될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농촌 곳곳에서 태양광에 대한 갈등이 생긴 이유는 외지인 주도의 개발 탓이라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외부 자본에 의한 농지 침탈을 막고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지역농민이 에너지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소형 햇빛발전을 하는 농민에게 인센티브(유인책)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 입법으로 영농형 태양광의 길을 터주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로 둔 이격거리 규제를 농민에겐 예외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태양광 떴다방’을 차단하면서 농촌 청소년을 지역농민으로 성장시키는 유력한 수단이 바로 소형 영농형 햇빛발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로의 관심은 소멸위기에 빠진 농촌 살리기와 기후위기 대응을 접목한 지점에 있었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농사를 내려놓고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를 해결할 만한 현실적 방안에 대한 고민이다. 정 이사장은 “전국에 마을이 3만7000개 있고, 한마을당 3곳씩만 영농형 태양광을 추진해도 10만개 이상 된다”며 “이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농민 10만명을 양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 발전소 10만개는 1.4GW짜리 원자력발전소 7개에 상응하는 규모다.
정 이사장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위성곤·김승남 의원 등이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0㎾ 미만의 소규모 영농형 태양광 지원에 초점을 맞춰 조속히 입법해줄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