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가 이승엽(27) 측에게 연봉으로 단돈(?) 45만달러(약 5억4천만원)를 불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시애틀은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팀 중 가장 가능성이 낮은 팀이긴 했다. 시애틀은 이미 존 올러루드(35)와 에드가 마르티네스(40)라는 걸출한 1루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얼마전 영입한 라울 이바네스(31·외야수)도 1루수 출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이 30만달러라는 점, '마이너리그에서의 1년'을 제안했다는 점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라는 자존심이 무너질 정도다.
언론에 따르면 이승엽을 초청한 구단은 시애틀과 LA 다저스다. 하지만 다저스 역시 1루수 보강의 첫번째 목표는 이승엽이 아니다. 이미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오른손 거포 리치 섹슨(28)을 데려오기 위해 귀한 왼손 선발투수 오달리스 페레스(26)를 내걸었다. 미국 내에서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올해 45홈런 124타점을 기록한 섹슨에 비할 바가 못된다.
홈구장의 우측펜스가 짧아 이승엽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차목표는 데릭 리(28·플로리다). 20일 볼티모어의 유력지 <볼티모어 선>은 볼티모어 구단에게 반드시 리를 영입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리는 올해 타율 .271 31홈런 92타점으로 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공헌을 한 강타자다.
볼티모어는 리를 데려오지 못할 경우, 차선책으로 라파엘 팔메이로(39)를 생각하고 있다. 팔메이로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볼티모어의 주포로 활약한 바 있다.
스콧 스피지오와 브래드 풀머를 모두 방출해 한때 1순위로 꼽혔던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일단 팀 새먼(우익수)이나 대린 얼스태드(중견수)의 1루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새 구단주 아르테 모레노가 3,000만달러 투자를 선언한 애너하임은 이 돈으로 앤디 페티트(31)나 바톨로 콜론(30) 같은 에이스급 투수, 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8·텍사스)나 마쓰이 가즈오(27) 같은 특급 유격수를 구할 심산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승엽의 진로를 결정할 열쇠는 이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쥐게 됐다. 마크 그레이스(39)의 노쇠, 유망주 라일 오버베이(26)의 빅리그 적응 실패로 1루수를 찾고 있는 애리조나가 섹슨이나 리 중 한명을 반드시 잡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애리조나는 밀워키에게 주니어 스파이비(2루수) 대니 바티스타(외야수) 크레이그 카운셀(3루수)에 유망주 투수 1명을 더 얹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으며, 플로리다에게도 '스파이비+유망주 투수'를 내걸었다.
반면 애리조나가 섹슨과 리의 트레이드에 실패한 후, 뉴욕 양키스에 커트 실링(37)을 주고 닉 존슨(25)을 받아올 경우 이승엽의 진로는 볼티모어로 급선회될 수도 있다. 양키스는 존슨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경우 팔메이로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승엽의 진로는 섹슨과 리의 거취가 먼저 결정되고 나서 정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그들의 다저스행 또는 볼티모어행을 막을 유일한 방해꾼은 애리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