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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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04 03:03
청주 태양광시설, 폭우에 인근 주택까지 토사 흘러들어가
"비만 오면 걱정돼서 논에 가서 살어유. 태양광인지 머시긴지 농사 좀 짓게 해달라구유."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창읍 성재2리 태양광발전 패널 공사 현장. 거대한 태양광 패널 아래로 민머리를 드러낸 산은 군데군데 비닐로 덮여 있었다. 배수로 곳곳은 토사로 꽉 막혔다. 산비탈 곳곳에는 전에 없던 골짜기가 생겼다. 깊이가 최대 2m나 된다. 뿌연 흙탕물은 골짜기를 타고 도로를 가로질러 인근 논밭으로 흘러들었다. 주민들은 어처구니없이 밀려들어 온 토사에 "올해 농사를 포기할 판"이라고 했다. 주민 신완균(80)씨는 "큼지막한 나무들을 훌렁훌렁 베어내 트럭 몇 대분을 실어 나르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이번 피해로 논 8만7400㎡(2만6400평)이 토사와 물에 잠겼다고 주장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일부 태양광발전 시설이 붕괴되면서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설치를 마쳤거나 공사 중인 태양광발전 시설이 폭우로 무너져 내리며 토사 유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발전 시설 대부분은 나무가 울창했던 산을 깎고 조성됐다.
성재2리 태양광 시설 공사는 내달 완공 예정으로 공정률은 85%였다. 총 2만9000여㎡에 심어진 참나무와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패널 수백개를 설치했다. 오창읍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총 127㎜의 비가 내렸다. 벌거벗은 산비탈은 비가 내리면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토사 유출 방지를 위해 덮어둔 대형 비닐도 속수무책이었다. 흘러내린 토사가 배수로를 막으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시공사 측은 폭우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나흘이 지난 3일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청주 지역에 3일 이후로도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어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앞서 공사 현장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인근 주택으로까지 흘러들어 갔기 때문이다. 주민 신언관(67)씨는 "토사가 논밭이고 집이고 할 것 없이 순식간에 흘러들어와 마을 주민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도랑을 흙으로 메워 차량 통행로로 쓸 때부터 사고는 예견돼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지자체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쏟아냈다. 한 주민은 "관계 기관에 재해 대책과 관련한 민원을 넣었는데 농지 주변 배수로 정비가 고작이었다"며 "지난 7월에도 피해가 있었는데 또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공사 업체 관계자는 "장비를 투입해 서둘러 복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 주민에게는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폭우로 토사 유실 사고가 난 산지 태양광 시설은 성재리 한 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3일 "토사 유실 사고가 난 지난달 30일 에너지공단을 통해 사고 내용을 보고받았다"며 "즉시 시공 업체에 조속히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사업 현장 곳곳에서는 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한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지역에서 61㎜ 비에 산사태가 발생해 태양광 패널이 무너지고 토사가 인근 도로와 과수원을 덮쳤다. 지난 5월에는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이틀 동안 내린 50㎜ 비로 태양광발전 시설 공사장 축대벽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 시설의 안전 관리를 위한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북대 건축공학과 서동현 교수는 "태양광 시설도 건축물이 감리를 받듯 전문가의 안전 점검을 받고 철저한 사후 관리를 하도록 법에 못 박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