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걷다. 등대벽화마을, 논골담3길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 고단한 노동으로, 역경의 힘겨움도 모두 자식들의 가르침을 위한 희생입니다. 언제 봄이 오고 가는지 조차 스스로 알수 없는 삶, 덕장에 명태가 사라지면 이제사 겨울이 지났음을 아는.. 등대마을의 돌담길에는 그러한 아련한 추억을 되새겨 보는 길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봄은 산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묵호의 봄은, 시린 손 호호 불며 겨울바다에서 삶을 그물질하는 어부의 굳센팔뚝으로 부터, 신새벽 어판장에서 언 손 소주에 담가가며 펄떡이는 생선의 배를 가르는 내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으로부터, 언덕배기 덕장에서 찬바람 온몸으로 맞이하는 북어들의 하늘 향한 힘찬 아우성으로부터....온다. 봄은,
논골3길의 들머리에 씌여진 글귀입니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는 골목, 한 겨울 차디 찬 동해의 바닷바람을 이고 지고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추워도 그리 추울수 없을 정도로, 시려도 그리 시릴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계절, 유독 논골길의 작은 동산위로 불어오는 동해의 바람은 그리도 매섭습니다. 그리고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 사이로 칼바람을 일으키며 지나 움츠린 어깨 더 작게 만들고는 묵호의 항구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다시 묵호의 덕장을 한바퀴 휘 에둘러 지나고 가는 겨울바람입니다. 이렇게 유독 더 매서운 바람이 일때면 보통의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합니다. 묵호의 바람은 전하지 않는 계절, 알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봄을 묵호의 사람들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봄이 지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봄이 지났음을 알게 됩니다.
논골담3길은 논골1길을 지나 큰길을 조금 더 걸어 오르면 만납니다. 논골갤러리를 만나게 되면 그 시작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를 통하여 길을 따르면 묵호 등대에 닿습니다. 198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작한 논골마을, 묵호항을 따라 만들어진 부락은 그렇게 삶을 이어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어머니는 난전에 앉아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희망을 키워 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묵호는 더 큰 호황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데, 시멘트공장과 무연탄 공장이 들어 섭니다. 말그대로 바다빛도 검고, 하늘도 검게 되어 묵호(墨湖)가 되지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묵호는 절정을 이룹니다. 자고 나면 판자집 한채가 늘고, 일 마치고 오면 또 한채가 늘어나는 식이었지요. 결국 모든 빈땅에 다닥다닥 붙여 놓는 집들의 모습이 되었고, 골목은 그만큼 작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논골의 어머니들은 명태를 담은 고무다라이를 이고 지고 언덕에 자리한 덕장을 가야만 했습니다. 지금이야 콘크리트로 덮은 길이었지만, 당시에는 흙길이었던 지라 다라이에서 넘친 물들은 늘 길을 질퍽거리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생긴말이 "서방, 마누라는 없이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라는 말이 생겨 납니다. 사실 '논골'이라는 지명도 길이 논처럼 질퍽거린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지요.
논골벽화마을의 낭만? 그것은 오롯히 마을을 찾는 객들의 몫입니다. 실제 그곳에서 살아가도 계신분들에게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자,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누추함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벽화마을을 다녀가실 때, 그곳에 머물며 낭만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시는 분들을 생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즐기되 추하지 말고, 웃되 되바라지하지 않으며, 만나되 졸렬하지 말아야 됩니다. 낭만 보다는 그 분들의 삶의 무게가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논골갤러리 이곳에서부터 묵호등대로 오르는 논골3길이 됩니다.
by 박수동 |
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일부러 찾아가 보기 힘든 모습들인데 아기자기한 모습과 자세한 설명에 쉽게 이해합니다~~
보이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태백 한편더, 그리고 영월 벽화로 넘어갑니다.^^
묵호지역 좀 고지대 생활이 좀 그러한곳이지만 골목길이곳저곳을 잘 정리하여놓은 벽화모습 잘 보고 갑니다
지금은 벽화로 인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고장의 특색이 잘 녹아들어 있는 벽화마을입니다.
묵호만의 바다, 능선, 그리고 가난속의 행복들..참 잘 표현하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