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주일
마태오 복음 28장 16~20절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이 주시는 정보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동 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에게 두 가지 실험을 했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쁜 사람의 이미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나쁜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에서 보던 험상궂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그 실험을 하고 나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줬는데,
그들은 전혀 무섭고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동네 아저씨나 옆집 형과 같이 평범하고 온순한 얼굴이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쁜 사람의 이미지’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곧 주위에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실험은
‘아이들이 허술한 속임수에 넘어가는지’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제작진은 성범죄자들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써서
아이들을 유혹 해 보았습니다.
‘엄마 아는 사람인데 같이 가자... 데려다 줄 테니 차에 탈래...
물건 좀 옮겨 줄래... 길 좀 가르쳐 줄래...’ 라는 방법들로 아이들을 유혹했습니다.
그러자 ‘엄마 아는 사람인데 같이 가자...’ 라는 말이나
이유 없이 호의를 베푸는 것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따라가기를 피하고 경계합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어떤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의심 없이 도와주고 낯선 사람의 차에까지 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경계를 풀고 도움을 준 이유는
평소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라..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교육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박스를 차에까지 옮겨달라는 낯선 사람의 말에,
6학년 쯤 된 여자 초등학생이 ‘도움을 줄만한 다른 어른을 데리고 올게요..’ 라고 말하고
다른 어른을 데려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어른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해야 하고,
낯선 사람을 돕지 않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양의 탈을 쓴 나쁜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수준의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유괴범이나 성범죄자들의 형태에 관한 정보를 주고,
유괴 상황을 피하기 위한 지속적인 훈련을 시켜줘야,
아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죄와 죽음이라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와 말씀과 성체의 자리에 나아가 하느님이 주시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정보에 따라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과 은총의 길에 들어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예전에 기도 중에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부 1․2학년 때 개인적으로 성체조배를 많이 했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기도하고 싶어서 성체조배를 했다기 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대화하고 노는 것이 어렵고 부담 되서
기도실에 오래 앉아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마음속에서 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기도하면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하느님의 목소리, 나의 목소리,
그리고 마귀의 목소리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날 들은 목소리가 하느님이 들려주신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목소리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라...”
처음에는 차라리 다른 목소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해라. 공부해라. 운동해라. 청소해라...
그런데 그날 그 목소리는 거부하거나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밀려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응답하기 시작했고,
그 일들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고 성숙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주님이 들려주신 그 목소리가 당시로서는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면서도
가장 필요했던 목소리였던 것 같은데요.
기도하지 않고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주님이 주시는 그러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도와 말씀과 성사 안에 머물러야 내가 정말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말 사랑해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주시는 정보와 그 정보에 따라 살아가는 훈련은
신앙인들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주님이 주시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정보에 따라 살아가는 훈련을 하길 바라십니다.
그래서 모두가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명과 은총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십니다.
오늘 하루, 하느님이 주시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정보에 따라 살아가는 훈련을 해 봅시다.
그리고 아직 주님을 모르는 이들이 기도와 말씀의 자리에서
주님이 주시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그런 기회와 장을 만들어 줘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프라도 사제 전국 연수를 할 때
어느 신부님이 나에게 어느 본당에 있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신도’ 에 있다고 하니까,
“신도.. 신의 섬이라는 건가..” 하고 멋있게 풀이해 주셨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선배 신부님이 자기가 살던 동네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구청이 있는 신포동은 ‘신이 포기한 동네’ 잖아~”
첫댓글 귀 기울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