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는 노인을 부축하는 물건으로, 출입하거나 걸음을 걸을 때 필요하므로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
당우(唐虞)와 하상(夏商) 시대에는 노인을 봉양하고 노인을 편안히 모시는 것이 지극했는데, 지팡이[杖]라는 글자가 전기(傳記)에 보이지 않음은 어째서인가? 무왕(武王)이 지팡이에 명을 새기고,이기(伊耆)가 지팡이를 공급한 것에 대해 그 의미를 들을 수 있겠는가? 〈곡례(曲禮)〉에서는 다만 “대부가 일흔 살에 벼슬에서 물러나면 궤장을 하사한다[大夫七十致仕 則賜之几杖].”라고 하였는데, 《후한서(後漢書)》 〈예의지(禮儀志)〉에서는 “백성의 나이가 일흔인 자에게 모두 구장(鳩杖)을 하사하였다[民年七十者 皆授鳩杖].”라고 하였으니, 어찌 노인을 대우하는 예가 고금에 상세하고 소략한 차이가 있었는가?
시골에서 지팡이 짚고, 도성에서 지팡이 짚고, 조정에서 지팡이 짚는 것은 각각 나이가 같지 않고,지팡이를 안고, 지팡이를 짚고, 지팡이를 끄는 데 따라 질문이 각기 달랐으니, 그것을 상세히 말할 수 있겠는가?
“어른에게 어떤 일을 문의할 적에는 반드시 안석과 지팡이를 가지고 따라간다[謀於長者 必操以從].”라고 하였고, “군자를 모시고 앉았을 때 지팡이를 잡으면 나가기를 청한다[侍坐君子 撰則請出].”고 하였으니, 지팡이가 어른을 모시는데 도와 이처럼 관계가 중대한가?
원양(原壤)이 다리를 뻗고 앉아 있으니 공자께서 지팡이로 정강이를 두드렸고,공자께서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제수를 받는 꿈을 꾸고서 재난에 대해 탄식하였고,지팡이를 짚고 새벽에 노래하였으니, 성인께서 사람을 가르치고 보여주신 은미한 뜻이 반드시 지팡이에 있었는가?
지팡이를 꽂아 놓고 김을 맨 사람은 세상을 피한 은사이고,지팡이를 짚고 조서를 들은 사람은 덕화를 즐긴 백성이다. 지팡이는 동일한데 쓰임이 다른 까닭은 무엇인가?
구장(枸杖)ㆍ도장(萄杖)ㆍ공장(邛杖)은 무슨 일로 인해 각기 이름이 다르고, 장의(杖義)ㆍ장인(杖仁)ㆍ장현(杖賢)은 무엇이 다르기에 그 공효를 나누어 말했는가?
늙고 병든 스승에게 영수장(靈壽杖)을 하사한 이는 누구인가? 생일날 황자장(黃子杖)으로 장수를 빌어 준 것은 누구인가? 소실산(少室山)의 구절장(九節杖),천록각(天祿閣)의 단려장(丹藜杖),수미산(須彌山)의 목상좌(木上座),감로사(甘露寺)의 방죽장(方竹杖)은 어떤 사람의 고사이고, 어느 책에 기록되어 있는가?
태왕(太王)의 지팡이는 무슨 생각으로 짚은 것인가?등림(鄧林)의 지팡이는 무슨 일로 버려졌는가?창가에서 석장(錫杖)으로 싸우는 호랑이를 말리고,갈피(葛陂)의 대지팡이가 용으로 변한 사적에 대해 상세히 말할 수 있겠는가? 돈을 지팡이에 매달았던 것은 어떤 의미이고,시를 지어 지팡이에 감사한 것은 무슨 까닭이며,나연(羅兗)의 명(銘),형중(瑩中)의 명(銘)에 대해 그 의탁한 뜻을 모두 부연하여 드러낼 수 있겠는가? 〈적등가(赤藤歌)〉와 〈도죽인(桃竹引)〉은 어떤 신령함이 있기에 이토록 칭송하였는가.
대체로 늙은 사람은 지팡이가 아니면 몸을 부지하여 일어나고 앉을 수 없으므로 국가에서 노인을 우대하는 은전에 지팡이를 하사함을 우선하였고, 젊은이가 어른을 공경하는 예는 지팡이를 보아서 행하였으니, 지팡이가 예에 관계된 것이 어찌 작다 하겠는가?
근년에 들어 노인을 공경하는 도리가 점차 쓸모없는 것으로 되어, 조정으로 말하자면 오직 벼슬이 높고 낮음만 헤아리므로 지팡이 짚은 노인을 존경한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고, 여항(閭巷)으로 말하자면 오로지 세력의 강약만 살피므로 지팡이 짚은 노인을 공손히 섬기는 일을 보지 못하였다. 노인이 나가기 전에 감히 먼저 나가지 않고, 노인이 이미 나가면 감히 뒤쳐지지 않는 의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때문에 노인의 지팡이는 다만 시내를 건너거나 고개를 넘을 때에 동쪽, 서쪽으로 짚으며 기력을 부축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 6척의 지팡이로 귀천의 예를 논하고 친소의 의리를 구별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며, 젊은이들도 어른의 지팡이와 신발을 공경하는 예와 들어와서 부형을 섬기고 나가서 어른을 섬기는 도리를 듣지 못하였으니, 이 지팡이 한 가지만으로도 족히 식자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말세의 풍속이 경박함으로 인해 그런 것인가? 아니면 위에 있는 사람이 인도하는 방도를 얻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인가?
만약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지팡이 짚은 노인을 공경하여 노인을 편히 안정시키는 도리를 다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 방도는 어때야 하겠는가?
註: 이 책제(策題)는 무명자 윤기가 시관(試官)의 입장이 되어 과거 시험 예상 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책(策)이나 전책(殿策)에 실린 글과 일부 주제가 중복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