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하나
머리말 둘
머리말 셋
이력서
글쓰기란 무엇인가
연장통
창작론
인생론: 후기를 대신하여
그리고 한 걸음 더: 닫힌 문과 열린 문
그리고 두 걸음 더: 도서 목록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어느 날 밤, 우리는 마이애미 해변에서의 연주를 앞두고 중국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에이미에게, 작가와의 만남이 끝날 무렵이면 거의 빠지지 않는 질의 응답 시간에 지금껏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바지를 입으려면 꼼짝없이 외발로 서야 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것처럼 사뭇 근엄하게 서서, 팬들에게 답변할 때,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에이미는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보더니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문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묻더군요.”(‘머리말 하나’ 중에서)
에이미의 말이 옳았다. 문장에 대하여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델릴로나 업다이크나 스타이런 같은 작가에게는 물어보지만 대중 소설가에게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나 같은 얼치기도 나름대로 문장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종이 위에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를 향상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이제부터 나는 내가 창작을 하게 된 과정, 지금 내가 창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 그리고 창작의 방법 등에 대하여 말해보려고 한다. 이것은 내 본업에 대한 책이며 문장에 대한 책이다.(‘머리말 하나’ 중에서)
글 쓰기에 대한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짧다. 나를 포함하여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이 훌륭하거나 형편없다면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이 짧을수록 헛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해두고 싶은 말은 모름지기 작가 지망생이라면 《문체 요강》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책에 실린 ‘작문의 원칙’이라는 장에는 17번 규칙으로 ‘불필요한 단어는 생략하라’는 말이 씌어 있다. 나도 여기서 그 말을 실천해볼 생각이다.(‘머리말 둘’ 중에서)
이제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어린 시절의 그런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때보다는 좀 더 분명하게 생각나는 시절, 즉 사춘기와 청년기의 삽화들도 곁들였다. 그렇다고 자서전은 아니다. 일종의 이력서라고나 할까. 아무튼 한 작가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 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이런 책을 쓴다는 것부터가 시간 낭비일 것이다.(‘이력서’ 중에서)
뮤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가 여러분의 집필실에 너울너울 날아들어 여러분의 타자기나 컴퓨터에 창작을 도와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뮤즈는 땅에서 지낸다. 그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여러분이 뮤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내려간 김에 그의 거처를 잘 마련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낑낑거리는 힘겨운 노동은 모두 여러분의 몫이라는 것이다.(‘창작론’ 중에서) 닫기
출판사 서평
1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을 아우르는 퓨전문학의 기수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스티븐 킹의 창작론!
“글쓰기는 창조적인 잠이다. 글쓰기에서든 잠에서든 육체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낮 동안의 논리적이고 따분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일정량의 잠을 자듯이 깨어있는 정신도 훈련을 통하여 창조적인 잠을 자면서 생생한 상상의 백일몽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훌륭한 소설이다.”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존 그리샴, 톰 클랜시 등과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스티븐 킹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상업적인 것은 물론 문학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천문학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또한 그의 첫 장편소설인 《캐리》를 위시하여 거의 모든 작품들이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소설로 일가를 이룬 스티븐 킹은 국내 독자들에겐 소설보다 여러 영화들(〈미저리〉〈쇼생크탈출〉〈그것〉의 원작자로 더욱 알려져 있다.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킹의 재능은 공포 내지 환상소설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속도감 있고 영상과 가까운 소설을 원하는 대중의 그런 욕구들을 정확히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추리소설가 정석화 씨는 스티븐 킹을 두고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을 아우르는 퓨전문학의 기수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 플롯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 속에도 플롯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진정한 창조의 자연스러움은 절대 플롯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에서는 상황이 제시되고 등장인물들은 자기 방식대로 움직인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작가는 소설의 창조자일 뿐 아니라 최초의 독자(스티븐 킹은 글을 쓰는 자신조차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이다. 즉, 스티븐 킹의 작품은 미래의 소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라 할 수 있다.
https://youtu.be/v-vCkxBlNJk
2
소설만큼이나 명쾌하고 속도감 넘치는 글쓰기 교본
문학적 우수성에 이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엄청난 양의 닭튀김을 팔아치운 샌더스 대령(KFC의 조리법 개발자)에게 그 과정을 묻지 않듯이 누구보다 많은 독자들이 찾는 스티븐 킹에게 글쓰기 과정을 진지하게 묻는 사람은 없었다. 업다이크나 스타이런 같은 작가에게는 물어보지만 대중소설가 스티븐 킹에게는 묻지 않았다.
스티븐 킹은 찰스 디킨즈가 저급 독자층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평가들의 공격을 받는 것을 예로 들면서, 비평가나 학자들이 작가의 대중적인 성공을 수상쩍게 본다는 것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그들의 의심이 정당할 때도 많지만 ‘한번 삼류는 영원한 삼류’라는 견해에는 반대를 한다. 스티븐 킹이나 존 그리샴,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사람이 소설로 그렇게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까닭은 어떤 신비롭고 통속적인 요소들을 잘 써먹기 때문도 아니고, 완고하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문단의 기득권 세력이 깨닫지 못하는 진정한 위대함 때문도 아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허위의식과 근심을 버려야 한다. 허위의식이란 어떤 글은 ‘좋다’ ‘나쁘다’라고 규정하는 것이며, 이런 태도는 근심에서 비롯된다. 그는 글쓰기의 목적은 상관없으나 경박한 자세만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글쓰기는 인기투표도 아니고 도덕의 올림픽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눈화장이나 세차와는 분명 다른 일이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그의 소설처럼 속도감 있고 솔직하며 명쾌한 글쓰기를 얘기한다. 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유혹 행위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소설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아이디어 창고나 소설의 보고, 베스트셀러가 묻힌 보물섬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 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던 두 가지 일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막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옥석을 접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창작의 가능성을 경험한다. 무엇보다 독서는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그것이 편안해지는 최상의 방법이다. 다음으로, 아는 것에 대하여 써야 한다. 미국 중하류층 출신인 스티븐 킹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소설로 대중의 사랑을 받듯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소재를 쓰고 삶, 우정, 인간관계나 성, 일 등에 대하여 개인적인 체험들을 섞어서 독특한 것으로 만들면 그 소설은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가상독자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써야 한다. 가상독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누구보다도 그들의 의견을 비중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스티븐 킹은 강조한다. 그의 경우엔 그의 아내 태비사 킹이고 먼지 속에 묻어둘 뻔 했던 《캐리》도 그녀 덕분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글쓰기의 가장 큰 맥락부터 수동태와 부사의 남발을 피할 것, 서술(narration)·묘사(description)·대화(dialogue)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연장들 등에 관해서도 풍부한 예화와 함께 상세하고 재미난 설명을 곁들인다.
3
소설이라는 커다란 화석을 발굴한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
소년 시절 스티븐 킹의 어머니는 꼬마 스티븐이 소설 한 편을 완성시킬 때마다 25센트 동전을 주었고, 그것은 미국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의 밑거름이 되었다. 십대 초반에 썼던 첫 소설이 앨라배마 지방의 작은 공포잡지에 실린 것에 고무되어 소년 스티븐은 꾸준히 여러 잡지사와 출판사에 자신의 소설을 투고했다. 출판사들로부터 날아오는 거절 쪽지들을 꽂아놓는 전용 못을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바꿔야 할 만큼 숱한 거절을 당하고서도 그는 글쓰기를 버리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첫 베스트셀러 《함정과 진자》(권당 25센트)로 9달러를 벌었던 일, 학교 선생님들을 풍자한 <빌리지 보밋>이라는 신문으로 처벌을 받았던 사건을 회고한다. 왜 쓰레기 같은 글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따져 묻는 선생님의 비난에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작품들을 부끄러워했다. 그러다가 시든 소설이든 단 한 줄이라도 발표한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서 하늘이 주신 재능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듣게 마련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마흔 살 무렵, 그때서야 비로소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외에도 아내 태비사와의 만남, 결혼과 아이들,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창작활동, 첫 장편소설 《캐리》의 성공(당시 스티븐 킹을 발굴해낸 편집자가 존 그리샴 또한 발굴해냈다) 이후 미국 최고의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99년 생명을 잃어버릴 뻔한 큰 교통사고로 스티븐 킹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바로 자신이 글쓰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며, 글쓰기가 곧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을 되찾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력을 기르거나 보다 쉽게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실용서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깊은 자아성찰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작가가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애정 어린 충고를 하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스티븐 킹이 독자들에게 남기고픈 잔잔한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