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어 문이 열리고 방긋 웃는 한 소녀가 유란을 맞이하자 무표정하던 그녀의 표정도 점차 밝게 변해간다.
"꺄아~ 유란아!!"
"꺄악~ 미화야!!"
두 소녀의 기쁨의 비명소리가 궁전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려대자 지나가는 신하들의 시선을 그제야 의식하고는 얼굴이 붉어지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두 소녀들.
"으아아, 이게 몇 시간 만에 보는 얼굴이니?"
"그러게말야, 너무 보고 싶었어!"
그 둘은 꼭 1초라도 안 보면 죽는마냥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렇게 얼마를 서로 부둥켜 안고 있었을까.
미화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유란에게서 떨어지며 물었다.
"참, 유란아! 할 말 있어서 온거 아니야? 무슨 일로 온거야?"
그러자 표정이 굳어지며 말을 얼버무리는 유란.
"아.. 그게 있잖아.
그게 말이지.. 저어.."
"뭐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유란이 그런 태도를 보이자 조금 불안해진 미화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던 유란이 결심한 듯 주먹을 꽈악 쥐어 보이고는 말했다.
"마계.. 알지? 우리 천계와는 앙숙인 종족 말이야.
우리 천계에 마계에서 온 스파이가 있었었잖아.
왜, 그.. 사실 마족인데 천인인척 하며 천계의 귀중한 정보들을 빼돌려 막대한 타격을 입힌 그 스파이 말야."
"아, 응. 알아. 그것 때문에 잠시 우리 천인들이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있잖아.
다행히도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힘을 쓰셔서 이 곳의 멸망만큼은 막았고.."
"그래.. 아무튼 지금 많은 천인들이 소멸되어 천계가 멸망 위기에 처해있어.
그래서 세계 그 어느 종족보다 강했던 우리 천계를 다시 살리기 위하여 폐하께서는 서열 2위였던 마계와 손을 잡기로 하셨대."
"정말?! 그럼 잘 됀거잖아. 이젠 라이벌도 사라졌고.."
"아직 좋아하긴 일러.
내가 전할 말을 한참이나 남았다구.
나쁜 소식은 지금부터야.
그 천계와 마계의 결합 조건이.. 결혼.
바로 너와 마왕의 결혼이야."
"뭐어 - ?!!!"
굉장히 당황한 미화였지만, 곧 침착하고 유란에게 또 한 번 물었다.
"호, 혼례식이 언제지?"
"..이번주 일요일이라고 들었어."
"으아악!! 미치겠다. 마왕이라면 대채 어떻게 생겼을까?"
"글쎄.. 아마 그 거대한 마계를 다스리는 자이니 굉장히 무섭고 음침하지 않을까?"
"그리고 분위기만으로도 이 곳을 지배할거야."
"맞아, 그리고 조금만 뭐라고 하면 무조건 봉인을 시킬걸?"
"...으으, 난 절대 그런 남자랑은 결혼 따위 못해!
아니, 안해먹는다구!!
가서 아바마마에게 따져야겠어."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유란이 말릴세도 없이 문밖을 나서 윗층으로 달려가는 미화.
그리고는 문을 벌컥 열어버린다.
"아바마마, 제가 결혼을 한다는게 정녕 진실이라 하옵니까?
그것도 마계의 왕 따위와 말인가요?!"
"음.. 그래. 벌써 유란이에게 들은 모양이구나.
네가 들은 것이 정확하다."
"으읏..!"
사실을 확인하고나서야 비로소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듣도 보도 못한 안면도 못 튼 생판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의 혼인이라니..
게다가 결혼날짜까지 멋데로 그렇게 빨리 잡아 놓을 줄이야 생각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 그렇다면 왜 하필 계약 조건이 결혼인지요.
정녕 나라를 위해 제가 희생했어야 마땅했습니까?
고작 나라 때문에 절 팔아 먹으신건가요?"
그러자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여왕이 그 무겁던 입을 열었다.
"미화, 너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 아닐수가 없구나.
그러나 너도 현재 나이가 18세..
결혼할 나이도 되지 않았더냐.
네가 여러 이름있는 가문의 남자들의 청혼을 받아 들이지 아니하니 일이 이렇게 되 버린게다.
게다가 네가 마왕의 아이를 낳아야 나라가 더욱 번창하지 않겠느냐."
".....잘 알겠사옵니다, 어마마마.
그럼 소녀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미화가 입술을 꾸욱 깨물고 그렇게 말하고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왕과의 시선이 마주어친다.
그러자 왕은 애써 자신의 딸의 시선을 피하며 한 마디 내뱉는다.
"미안하다, 내 딸아.."
그러자 듣기 싫다는 듯이 휙 나가 버리는 미화.
왕은 자신의 딸이 나간 곳을 바라보며 씁쓸히 홀로 미소짓는다.
한 편, 방으로 돌아 온 미화는 문을 부술듯이 닫아버리고는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런 미화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유란.
"왜..? 폐하께서 뭐라고 하셨어? 무슨 일이라도 있던거야?"
유란의 물음에 깊게 한숨을 내쉬어보던 미화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 준다.
"결혼.. 해야한대."
"아.. 그런...."
"그래서 말이지, 난 집을 나갈거야."
"뭐? 하, 하지만 어디로..? 갈 곳도 없잖아..!
넌 공개적인 몸이야.
다른 세계로 가려던 생각이면 그만 두는 게 좋아.
그 곳에선 이미 다들 널 알아 볼꺼라구.
그래서 그들이 널 인질삼아 무슨 일이라도 벌이면 어쩌려고 그래?"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리 생각해 뒀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우릴 믿지 못하는 지상세계로 내려갈거야."
"아아. 좋은 생각이야! 역시 미화라니깐."
"...천계의 공주가 되선 이 정도도 되지 못하면 이 세계에선 살아 남을 수 없으니까.."
"아.. 미화야."
곧 유란에게 빙긋 웃어보이고는 말 하는 미화.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할게.
뒷처리 좀 부탁해도 되겠지?"
"물론이지~ 절대 안 들키도록 할게!"
"고마워, 유란아.
여기서 걸리면 나 어떻게 될 지 몰라..
잘 하면 사형.. 선고도 받을 수 있어.
나 하나로 인해 우리 종족의 생사가 달렸으니까.
하지만.. 일단 나도 생각 좀 해 봐야 겠어.
결심이 차면 그 땐 돌아 올게.
그동안 나 없어도 몸 건강히 잘 있어. 안녕..!"
첫댓글 재밌겠네요 ㅇ_ㅇ~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