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충치 치료로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예전에 피부과 일할 때 바로 아래층에 있었던 데다가
같은 건물이라고 할인도 해줘서 다니게 됐습니다.
글 쓰는 이유요? 별 거 없습니다. 손꾸락이 스멀스멀해서 말이죠.
몇 번 다니다 보니 글을 안 쓸 수 없게 만드는군요.
특히 치과에 계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몇 자 적어봅니다.
글이 기니까 바쁘시면 밑줄 친 부분만 보셔도 됩니다.
최대한 감정 쳐내고, 군더더기 잘라냈습니다만
여전히 길고, 워낙에 혓바닥이 뾰족해서 이죽거리는 말투도 있습니다.
18세 이하 구독불가
예약
치과는 예방과, 보철과 등 진료과가 나뉘는 모양입니다. 몰라서 여쭤보는 겁니다.
문제는 재진 예약할 때 전화 걸면 왜 데스크(대표 전화)에서 일괄 처리를 못 하고 어느 과로 예약했는지 묻느냐는 겁니다.
제가 어떻게 압니까? 충치 치료하는데 과가 따로 있고, 이빨 씌우는 과, 스케일링 하는 과가 다 따로 있습니까?
그리고, 그걸 꼭 알아야 됩니까?
어느 과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확인해보겠다 그러고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납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돌려줍니다. 예약 시간 바꾸는데 몇 분씩 통화해야 하고, 같은 말 두 번씩 반복해야 됩니다.
대기실에서
방문할 때, 데스크 직원은 얼마나 바쁘면 인사도 제대로 안 하더군요.
어떨 땐 데스크 앞까지 가도록 쳐다도 안 봅니다. 몰래 남의 사무실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기분 나쁜 건 제가 단지 까칠해서, 혹은 너무 ‘대접’ 받으려 들어서인가요?
지나가는 직원들은 어딘가 굉장히 분주해 보입니다. 다들 굉장히 정신 없어 보이더군요.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의료 서비스를 행하는 병원이라기보다, 그냥 일(치료)만 하는 사무실 같다랄까.
또 한번은 메일 확인할 일이 생겨서 고객용으로 비치된 PC를 쓴 적이 있는데,
로그인하고 메일 열어 보는 데 5분 걸렸습니다. 그나마 두 대 중 하나는 아예 먹통이더군요.
요즘은 PC도 인테리어의 부분인가요?
치료 과정에서
1. 고객의 피부까지 생각해주는 치과
: 스케일링과 세수를 동시에
이 치과, 서비스 하난 참 혁신적이다 못해 혁명적입니다.
스케일링 하면서 저는 치과 서비스의 끝(?)을 보았습니다.
스케일링 하면서 서비스로 세수까지 시켜주더군요.
다만, 입 안을 세척하던 물이 얼굴에 튀어서 하게 되는 세수. 그리 상큼하진 않았더랬습니다.
2. 고객의 의사를 꼼꼼하게 들어주는 친절한 치과
<스케일링 세안>이 끝나자 미안하단 말도 없이 다짜고짜 거울 들어보랍니다.
왼쪽 위 어금니 하나, 밑에 두 개가 썩었답니다.
어쩔래, 묻습니다.
어쩔까, 되묻습니다.
치료해야 된답니다.
치료하자 했습니다.
오늘 할꺼냐 묻습니다.
오늘 하자 했습니다.
위아래 동시에 할까 묻습니다.
야..
질문 참 많습니다. 무슨 문진표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의사입니까? 그런 걸 판단하고 결정하게?
위아래 동시에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도 아끼고.
근데, 그러면 부담스러우실 거랍니다.
뭐가 부담스럽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알아서 해달라고 했습니다.
좀 있다가 과장이랍시고 누가 오더니 오늘은 일단 밑에만 하잡니다.
야~!!
아, 그럴 거면서 왜 물어봤냐고. 그리고! 아까 질문하던 걔는 누구고, 너는 또 누구세요?
3. 나는 누구에게 치료 받았을까?
일전에 에몽이님이 ‘치과 위생사’라는 호칭에 대해 글 쓰신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호칭, 중요하지요.
근데, 사실 일반인은 치과의 특수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병원=의사+간호사>의 개념이지요.
상담 실장이네, 서비스 코디네이터네 하는 직책에 대해서도 대부분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습니다.
막상 치료를 받아보니, 나를 치료한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겠더라는 겁니다.
일단 명찰도 없고, 전부 마스크 쓰고 다니는 통에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또 과장이라는 직책을 쓰던데, 그 사람이 의사인지 치과 위생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분 목소리
지난 번 치료 받을 땐 턱이 아파서인지 자꾸 입을 다물게 되더군요.
그랬더니 과장이란 사람, 은근 짜증을 냅니다.
지난 번 야간 진료 때 차가 막힌다는 핑계로 20분 늦은 데 대한 사과는 못 받았는데 말이죠.
사람 감정은 목소리에 다 묻어납니다.
특히 눈 감고 들으면요.
거기서 친절하다, 배려심 있다 생각되는 직원은 단 두 사람.
그나마 한 사람도 남들에 비해서는 낫다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그 두 사람, 마스크 쓴 얼굴과 목소리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5. 고객의 턱 건강을 위한 깊은 배려
: 무한 기다림
치료실에 누우면 처음에 여직원이 제 치아 상태를 봅니다.
(여긴 명찰도 없고, 직책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여직원, 남직원이라 부르렵니다.)
뭐 좀 끌쩍끌쩍 하나 싶더니, 얼굴에 포 덮어놓은 채로 말도 없이 사라집니다.
3분쯤 지나서 오더니 입 다물어도 된답니다. 그리고 사라집니다.
5분 뒤에 오더니 아 해보랍니다. 또 끌쩍끌쩍 합니다.
2~3분 치료하고 10분씩 사라지고, 치료하고 또 사라지고.
그리고 또 5분 있다가 이번엔 다른 직원이 옵니다.
앞서 치료한 그 직원이랑 뭔가 쑥덕쑥덕합니다. 입 벌리라 해놓고.
여기는 충치 치료하고 임시 약재 씌우는 데 두 시간 걸립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딱 두 시간입니다.
지지난번에 야간진료만 보는 ‘과장’이 늦게 와서 2시간 걸렸는데,
최근엔 늦게 오지도 않았는데 2시간 걸렸습니다.
그때는 미안하다, 다음에 오면 오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해주겠다 그러더니 또 2시간입니다.
그리고 다음 예약 시간 잡아줄테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결국 또 10분을 잡아 먹습니다.
진료 일정 확인하는 데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야간에 특히 바쁜 거 모르는 바 아닙니다.
고객 열 사람에 직원 열 명 뽑으란 소리가 아니잖습니까.
그냥 이러저러한 상황이니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 한 마디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사람 눕혀서 얼굴 덮어놓고 말도 없이 십 분씩 자리 비워버리면,
벌린 제 입은 얼마나 뻘쭘하겠습니까.
적어도 입 다물고 있으라고나 하든지.
6. 창씨개명
우연히 치아 본뜬 걸 담았던 위생 봉투를 봤습니다.
제 이름을 거꾸로 써놨더군요.
치아 본을 보니 더 가관입니다. 거꾸로 쓰다 못해 아예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가운데 있어야 할 ‘원’자가 뒤로 가더니 ‘은’으로 써놨더군요.
치료해주는 직원 이름을 일부러 잘못 부르며 지적해줄까 했더니, 명찰이 없습니다.
7. 자주 봐요, 우리~ 한 번이라도 더.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에 충치 갈아냈을 때 바로 치아 본을 떴으면 좋았을 걸, 바로 임시 약재를 덮었더군요.
금주에는 윗니 치료하고 바로 본 뜨더만.
왜 그랬을까요? 자꾸 자꾸 보고 싶나?
8.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돈이나 내세요.
처음 아랫니 충치 치료 끝내고 데스크에서 결제할 때,
그제서야 다음주에 오시면 금으로 씌울 거랍니다.
(이 얘길 데스크에서 하더군요.)
왜 금이냐고 물었습니다.(나한텐 상의도 없이.)
온갖 쓸데없는 질문은 다 하더니 정작 중요한 건 묻지도 않습니다.
나는 금이 싫다고 했습니다.
반짝거리고, 전도율이 높아 뜨거운 거 먹으면 거슬리고
전에 했다가 (너네가 잘못한 모양인지) 빠진 적도 있어서 다시는 금 안 한다 그랬습니다.
금이랑 치아색이랑 비슷한 그, 머시냐, 거시기 그거랑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데스크에 이 아가씨, 살짝 버벅대기 시작합니다. 별 차이 없답니다.
좀 전까지는 금이 내구력이 더 좋다더만.
잘 모를 수도 있죠. 데스크에서 결제만 하는 역할일텐데.
(근데, 고객 입장에서는 병원 직원은 진료든 뭐든 이 병원 내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고 여기기 쉽거든요.)
근데 그 두가지 가격 차이도 몰라서 기어이 전화로 물어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금이건 뭐건 간에
"왜 아까 치료실에서 설명 안 해줬냐고~~!!!"
여튼, 다음 치료 일정을 잡고 치료비를 냈습니다.
"치아 세 개! 각 10만원씩 30만원"으로 들었습니다. 분명.
스케일링 1만 5천원까지 해서 선결제로 31만 5천원 달랍니다.
그리고 아랫니 치료 끝낸 지난 월요일ㅡ치료실에 눕혀놓고는 윗니 치료도 할 거냐고 묻습니다.(응?)
지난번에 다 같이 할 거라고 얘기했다니까 그러면 30만원 추가된답니다.(응?)
아랫니 두 개, 윗니 하나 해서 총 30만원으로 들었다니까 선생님이 잘못 들으신 거랍니다.
그리고는 더이상 설명이 없습니다.
치료 끝나고 데스크에서 물으니 아랫니 두 개, 윗니도 두 개. 그래서 네 개. 원래 20만원씩인데 너니까(오래 진료 받아왔으니까) 15만원씩 해서 총 60만원. 지난 번에 밑에 30만원 냈으니 이번엔 위에 30만원 내랍니다.
무조건 제가 잘못 들은 거랍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분 상당히 나빴습니다.
진료 계획에 대해서도, 돈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 못하고,
또 치료실에서 할 얘기, 데스크에서 할 얘기 구분 못하는 것도 참 개념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30만원 또 결제해줬습니다.
이제 한번만 더 오면 되는데 이제 와 다른 치과 알아보려니 성가시기도 해서요.
주절 주절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더 길게도 쓸 수 있는데, 참습니다.
올해 라섹 수술했던 안과는 120% 감동했었는데.
혹여 제가 너무 까칠하고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긴 왜 이 모양일까요?
|
첫댓글 지극히 환자의 입장에서 쓴 글인데 물론 우리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문제는 고객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다는거죠..
우리도 무심코 지나가는 일들이 고객을 화나게 하지는 않는지 넥코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