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하루 전, 오늘
하늘은 푸르고
들은 초록빛으로 부드럽고
햇살은 영롱하다.
담마다 출렁이는 둥글둥글 주먹만한 줄장미꽃송이 송이는 그대로 빨간 보석이다.
철철철 흐르는 냇물에 백로 두마리 서로 사랑을 한다.
흙 한줌에 자리한 딱 참깨알만한 가녀린 풀꽃들이 살랑대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활보하는 아가씨들의 허여멀겋게 내 놓은 무다리들이 풋풋하다 못해 싱그럽다.
모든 것이 밝고 맑으니 내 혈맥도 빨라져 마음이 풋것이 되어 입안이 새콤 달달하다.
어제 오후엔 시청 마당에서 절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벌였다.
나는 종교가 없으니 어느 곳을 참석하든 마음에 꺼리낌이 없다.
이것도 마음의 커다란 자유요
일종의 해탈이리라.
만들어 온 커다란 에밀레 종에 타종을 했다.
종소리가 산 속이 아닌 시청 광장에서 은은히 퍼져 신비로 다가온다.
음식도 많고 사람들도 꽉찼다.
불교에 대한 예의로 두 손을 모은다. 이어 행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 문화는 불교 문화가 많다.
그 문화 중 하나인 화려하고도
신비의 미소를 띈 부처님의 모습인 탱화 2점 정도 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춤을 추는 숙연한 얼굴
바람에 날리는 가사 옷자락의 섬세한 흐름이 어두운 주위를 살갑게 감는다.
그리고 간간이 바라가 울릴 때마다
우리가 잘 듣지 못한 색다른 음율로 마음에 신비로 다가온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절에서 천도제를 지내드렸다.
이 때 스님께서 고인이 극락에 들라고 바라춤을 추며 축원해 주는 것을 감명깊게 보았었다.
나비 춤? (승무?)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걸치고 고운 무늬에 고깔을 쓰고 추는 승무.
조지훈의 시가 생각난다.
'얇을샤 하얀 고깔은 고이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시상이 시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학생 때 배운 시가 지금껏 긴 여윤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남편의 49재 때 여승이 나비춤을 추면서
고운 목소리로 나옹선사가 불렀던 찬불가인 '청산가' 노래가 생각이 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수백년 전부터 불이어 왔던 절의 이 노래가 어느 좋은 경전의 글귀보다 먼저
우리 가슴에 와 안기는 노랫말이다.
물같이 구름같이 흘러가는 세월
우리는 비우고 버리면 살아야하는 것을...
말없이 티없이 살게 되면 이 세상이 극락인 것을...
난 지금도 이 찬불가를 적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다.
이어 축제는 무르익어 시 낭송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서정으로 물들게 하고
가수가 초청되어 흥이 크라이 막스로 오르니
어쿠! 깜짝 출연한 주민 하나가 손수 만들어 입은 특이한 패션을 하고 넓은 마당이 좁다하고
춤을 얼마나 멋떨어지게 추는지 우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때 남자 한 분이 뛰어 같이 춤을 추자
우리는 모두 깔깔대며 웃음꽃이 만발하였으며 주위의 나무도 배꼽을 잡고
돌이 웃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이밤 행사의 열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마지막으로 초대된 가수의 창으로 흥은 절정에 닿았고 가수가
마당을 한바퀴 돌면서 마당놀이가 되어 주민과 함께 떼창으로 아리랑을 불러
5월의 허공이 즐거움으로 들썩였다.
고독에 잠겨 있는 서양, 로댕의 '사색하는 사람' 동상도
늘 사유에 잠겨 고요하고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금동미륵보살반가유상'도
이 날 밤만은 환하게 웃는 목소리를 들을 것도 같은 5월의 밤이다.
아! 신나고 아름다운 5월의 밤이다.
5월 14일 밤 낭만 씀
첫댓글 멋드러진 춤사위 천천히 추는
바라춤은 흔히 볼수 있는춤이 아닌데
초파일 기념식의 하이라이트 였겠어요
저도 절에 등은 달았지만
가진 않아요 멀어서요
작년엔 거리에서 축제 하는걸 봤답니다
성남 시청에서 좋은 구경을 하셨군요
내알 비가온다하여 오늘 등을 달고 왔어요
특별한 축제 감상 잘 하셨습니다.
전 오늘 중랑천 걷기 다녀 와 피곤 해 한 잠 자고 일어 났습니다.
언제든가 인사동 스님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에 친구 소개로 가 본 적 있었는데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보이는 그 식당에서 고깔 곱게 쓰고 승무춤 추는 스님 공연을 봤었던 기억을 울낭만 선배님 글 읽으며 떠올려 봅니다. ^^
♡
바라춤의 멋진 춤사위를
예쁘게도 담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낭만 선배님,,
저도 함께 선배님과 나란히 앉아
감상하는 그 느낌입니다
세세히 마음을 담아 글로 표현 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움인데~~~~
선배님 글을 읽고(음미)
그냥 지나칠수 없어,,바로 이것이
글쓰시는 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에너지(힘)이 아니실까 생각해 봅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사실을 꾸밈없이
눈으로 보듯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을 끄집어 낼수있는 진솔한 글,이야기
낭만 선배님..
불자가 따로 있겠습니까요?!
바로 선배님이 불자(佛子)이십니다ㅎ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절에 가려고
준비 하던차
선배님의 글에 두서 없이 댓글을 올림다ㅎ
건강과 자비 행복이 충만 하시기를
축원 드림니다(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리릭선배님
불기 2568년 석가탄신일 경축 드립니다. ^^♡
@수피 ㅎㅎ수피님 다녀가셨군요
우리 모두 다 부처님 오신날
자비광명이 온누리에~~ㅎ
불자가 따로 있지 않다고해요
선(善)한 마음으로 살면
바로 그자리가
부처의 자리라 한답니다요ㅎ
녹음 짙은 꽃보라 날리는
공기좋고 물좋은,,,
(5월)4월 초파일,,절밥 절떡 잡수시고 오시지요ㅎ
시청마당에서 저런 행사가 열렸었군요.
역시나 부지런하신 발걸음의 낭만님
부처님오신 날 행사가 볼거리도 많고 즐겁습니다.
날마다 행복하세요
함께 보는 것 같은 생생한 글을 접하니 절로 마음에 평화가
가득 차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말씀과 선사 님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선배 님의 가르침 스승의 가르침과 다름이 없다는 것 아시죠?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의 꽃다발을 드립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부처님 말씀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이제 절에는 안 다니지만
부처님 말씀을 참 좋아합니다
쉽게 풀어쓴 법구경의 말씀들
수시로 꺼내어 읽어 봅니다
좋은 행사보고 오셨네요
전국노래자랑 뛰쳐 나오는 분들
계시곤 하던데 여기서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