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타격’ 신림역 상권 풍경
하루 유동인구 10만명 넘는데
호프·카페는 손님없어 파리만
원룸 문의 줄고 빈 방도 속출
“이런 추세라면 폐업가게 급증”
“코로나19 시절로 다시 돌아간 거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다 힘드실 겁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앞.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텅 빈 매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 21일 칼부림 사건 후에 손님이 크게 줄고 매출은 반 토막 났다”며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신림역을 찾은 시간은 점심 시간대였다. 평소 같으면 오가는 사람들로 한창 분주했을 때이지만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신림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신림역 4번 출구를 오간 행인은 20여 명에 그쳤다.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신림역 주변 매장은 손님 없이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임대 문의’ 현수막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역 상권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묻지마식 칼부림 사건이 미친 심리적 충격이 컸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맥줏집을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칼부림 사건 이후 신림역 주변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라며 “단골손님 이외에 신림역을 지나다가 방문하는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5년째 신림역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손모(33) 씨는 “요즘은 밖에 나가면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집에만 있게 된다”며 “칼부림 사건이 있기 전에는 밤에도 자주 외출을 하곤 했는데 퇴근하면 무조건 집에만 있거나 신림역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약속을 잡는다”고 했다.
분위기가 위축되다 보니 신림동에서 원룸을 찾는 학생, 직장인 수도 줄었다. 신림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2) 씨는 “평소 같으면 원룸을 구하려는 문의가 많았을 텐데 사건 이후엔 뚝 끊겼다”며 “새로 분양한 오피스텔에도 빈방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현 관악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신림동은 저녁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적막하다”며 “이런 추세라면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역, 경기 성남시 오리역 등 최근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칼부림 예고 지역’으로 표적이 된 곳도 고객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인터넷상에 ‘강남역 칼부림’이 예고된 이후 지난 주말 손님은 전주보다 40% 이상 감소했다”며 “묻지마식 범죄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58729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