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20㎝ 훌쩍 넘는 개구리… 뱀이랑 새도 잡아먹죠
아프리카황소개구리
▲ 머리와 등 부분이 녹갈색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 /위키피디아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이웃 나라 나미비아에서 새로운 종류의 아프리카황소개구리를 발견했대요. 기존 아프리카황소개구리와 얼핏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 곳곳이 금빛이었고 성격이 아주 공격적이라는 점이 두드러졌어요. 몸길이는 20㎝가 훌쩍 넘어 지난 1세기 동안 발견된 개구리 중에 덩치가 가장 큰 편이래요.
황소개구리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의 논과 웅덩이에서 살고 있는 외래종 황소개구리가 먼저 떠오르죠? 황소개구리(bullfrog)라는 이름이 붙은 종은 미국과 아프리카에 살고 있어요. 대서양을 사이에 둔 만큼 두 개구리의 생김새와 습성은 많이 다르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황소개구리는 미국 동북부 지역이 원래 서식지인 아메리카황소개구리예요.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아메리카황소개구리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우락부락하고 성질도 드세답니다. 다 자란 몸길이는 24㎝(수컷 기준)에 이르고 머리와 등 부분은 녹갈색이에요. 온몸에는 우툴두툴하고 길쭉한 돌기가 있고,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모양을 하고 있죠. 그래서 두꺼비나 맹꽁이가 연상되기도 해요.
보통 개구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큰 경우가 많은데,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그 반대예요. 수컷이 암컷 몸집의 두 배나 되죠. 암수는 색깔로도 구분할 수 있어요. 수컷의 아래턱과 배 부분은 진한 노랑 또는 주황색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암컷은 아주 옅은 노란색이에요.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케냐·탄자니아·보츠와나·짐바브웨 등 동·남아프리카 지역에 살아요. 이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와 비가 안 오는 건기가 번갈아 와요. 많은 야생동물들은 건기가 되면 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우르르 이동을 하지만,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서식지를 떠나지 않아요. 대신 땅속 깊은 곳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답니다. 이때 몸이 말라붙지 않도록 촉촉한 보호막이 만들어져요. 이 상태로 건기를 보내는 거예요. 마치 추운 겨울이 있는 지방에 사는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자듯, 건기의 뙤약볕을 피해 여름잠을 자는 것처럼도 보이죠.
이렇게 몇 달간의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돼 흙이 촉촉해지면 비로소 밖으로 나와 번식을 준비해요. 아프리카황소개구리 수컷은 여느 개구리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부성애가 있답니다. 암컷이 낳은 4000여 개의 알이 부화해 올챙이들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정성껏 돌보죠. 아프리카에선 뜨거운 태양 때문에 웅덩이가 말라붙어 올챙이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요. 그럴 땐 아빠 개구리가 튼튼한 뒷발을 움직여 진흙을 파내요. 물길을 만들어 올챙이들이 더 큰 웅덩이나 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보통 개구리는 뱀이나 새 등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큰 덩치와 드센 성격 때문에 무서운 포식자로서의 면모가 더 강해요. 물고기나 뱀, 쥐, 새까지 가리지 않고 뭐든 잡아먹죠. 풀숲이나 웅덩이 부근에서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먹잇감이 접근해 오면 순식간에 덮쳐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