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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야 은체아! 너 나와"
유미가 잠깐 진호 만나러 간 사이 나 혼자 자리에 앉아 있는데
겁도 없이 3학년 반 교실문을 벌컥 열고 나한테 반말을 찍찍 뱉어대는 건,
다름아닌 이 학교 이사장이 할아버지라는 한나경이였다.
"할말 있음 여기서 해"
"넌 쪽팔리게 여기서 맞고 싶냐? 나오라면 나와!!"
학교에서 10분쯤 떨어진 거리.
이상한 폐허가 된 건물 안에 날 끌어다 놓고 메워싸기 시작하는 다섯명의 아이들.
대낮부터... 뭐 하자는 거야? 그들 중심에 서있는 한나경을 어이없게 바라봤다.
"내가 경고 했을텐데?"
"그래서.. 지금 다구리라도 하시겠다?"
"니가 주제넘게 깝치고 다니니까 이런 일도 생기는 거야~
억울하단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껄?"
"뭐 하나만 불어봐도 되냐? 넌.. 뭘 믿고 그렇게 나대?"
흥분하면 말 못하는 버릇이 있나....
얼굴만 울그락불그락, 한참을 더듬더듬 버벅거리다가
"넌 뵈는 것도 없어?? 아직 상황파악 안되냐고!!!"
"여자 5명이서 뭘 어쩔껀데? 그리고 내가 물었잖아, 넌 뭘 믿고 그렇게 나대냐고.
너네 할아버지.. 너네 부모님 돈 많은 거. 그거 다 니 돈이야??"
"피식.. 어차피 다 내 돈 될 껀데 뭘 따져? 넌 고아라 모르나 본데~
니가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기나 해? 돈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알아?"
"....내가 그래서 너네같은 애들 싫어해. 진짜 최악이야."
"누구보고 최악이래? 너처럼 찌질하게 사는 거 보단 훨씬 나!!
너도 내 밑으로 기어~ 그럼 학교 생활 편하게 해줄께~"
"내가 미쳤어? 너따위 년한테 기게?"
만나면 만날 수록, 얘기하면 얘기할 수록 정말 내가 만난 애 중 최악이였다.
부잣집 년, 놈들.. 이래서 짜증나. 이래서 재수없고, 이래서 상대하기 싫어.
나부터 재벌가 딸인 주제에 이런 말 하면 욕하겠지만, 진짜... 싫다.
너 같은 애들이랑 똑같은 사람으로 볼까봐 우리 체안 밖에서 고아라고 하고 다니고,
너 같은 애들이랑 어울리기 싫어서 난 그쪽 거들떠도 안 봐.
아빠땜에 어쩔 수 없이 가끔 파티같은 거 가긴 하지만, 너 같은 애들.. 신물나고 지겨워.
그깟 돈이 뭔데, 니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처럼 까불어?
하..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유성그룹 딸이라는 거 알면 까무러칠 니 표정이 떠오르는
나도 미친년이지.. 그래, 나도 똑같아. 그래서 더 싫어.
한꺼번에 달려들 기세로 움직임을 보이는 한나경 무리들..
"잠깐만"
아주 침착하게 잠깐 물러나 있게 한 후, 난 한발짝 한나경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뭐.. 할말 있어?"
"어차피 맞을 거니까, 맞기 전에 너 나한테 한대만 맞아"
"뭐? 지금 ㅁ.............."
짜악- 내 왼쪽 손은...
한나경이 뭐라고 말을 하는 중에 그의 오른쪽 뺨을 그냥 내리쳤고.
"나 손 엄청 맵거든...? 오른 손으로 때렸음 넌 죽었어...
난 볼일 다 끝났으니까 이제 니 차례야."
아주 황당한 얼굴로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곧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내게 달려드는 한나경.
처음에 한대는 나처럼 뺨이였고, 두번째도 뺨이였고, 세번째도 뺨이다.
내 입술에선 지금 피가 나고 있는지 몰라도 하나도 안 아파.
난, 맞고 자라진 않았지만 맷집좋고 깡 쌘 아이였다.
뒷 배경이 빵빵해서 겁이 없는 거라고 누가 그랬지만...
이유야 어쨌건, 너 같은 애들 하나도 안 무섭다고.
'그러니까 때려' 라는 표정으로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자신을 노려보자
더욱 흥분해서 나를 발로 차기 시작하는 한나경.
덩달아 나머지 넷까지 달려들어 난 점점 먼지 속에 묻히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제풀에 지쳐 먼저 발길질을 멈춘 2학년 애들.
그러고보니 나 지금, 나보다 2살이나 어린 애들한테 얻어터진 거네?
살다보니 별일 다 있다...
"뭐 이런 독한 년이 다 있어?"
"생긴 것도 독하게 생겼잖냐.. 오늘은 가자"
"야 은체아,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마.
계속 내 경고 무시하면 나도 나 감당 못해~ 알아 들어?"
날 비웃으며 자리를 뜨는 5명의 아이들. 비웃고 싶은 건 지금 난데?
5분 정도 아무생각 없이 팔 다리 쭉 피고 바닥에 누워있다가
먼지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
"체아야!!!!!"
날 찾으러 헤매고 다녔는지 땀 범벅이 된 채로 내 앞으로 뛰어오는 유미.
학교에서 불려 나간 거니까,
교실로 돌아왔다가 애들한테 얘기 듣고 무작정 뛰쳐 나온거 같다.
"야, 너 죽은 지 알았잖아!!!!! 왜 가만히 누워있었어!!!????"
"그냥.. 힘들어서 좀 쉬었어. 내가 죽긴 왜 죽어~"
"너 괜찮아? 어디 봐.."
"아...! 아파~ 건들지마."
"미친년들 많이도 밟아놨네... 속까지.. 다 터친거 같은데. 너 피나..."
정말로 속까지 다 까졌는지 교복 밖으로 피가 묻어나왔다.
철철 흘러 넘치진 않지만, 갑자기 피 보니까 더 아픈 건 뭐야??
"뼈는? 안 뿌러졌어?"
"야~ 무슨 뼈까지 걱정해!"
"난.. 뼈도 나갔었거든"
"아....."
정작 맞은 나도 안 울고 멀쩡히 서 있는데 갑자기 내 대신 주저 앉아
엉엉 울기 시작하는 유미. 옛날 생각이 났나보다.
딱히 달래 줄 말은 생각나지 않아 그냥 등막 토닥거려주다가
유미가 울음을 그치면서 학교로 안 가고 집으로 곧장 온 나.
대충 교복을 벗어 던지고, 따뜻한 물에 깨끗히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화장실 문 앞에...무서운 얼굴로 피 묻은 내 교복을 들고 서 있는 시후.
14.
"시후야..."
"이거.. 뭐야......"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날 보는 건지 모르겠을 만큼
날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시후놈.
"아무 것도 아니야"
"다 알고 왔으니까 거짓말 하지 마"
".....별거 아니야. 걱정 안해도 돼"
"벗어"
"어????"
타올로 몸을 둘둘 감싸고 있었는데,
내가 놀란 틈에 손으로 잡고 있던 타올을 홱 풀어버리는 놈.
속옷... 안 입고 있었음 어쩔 뻔......
"너 왜 그래! 미쳤어??"
"너야말로 미쳤어? 거길 왜 따라 가??
안 간다고 버티면 되지, 왜 따라 나가서 맞고 오냐고!!!!"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 진심으로 맞고 들어 온 내가 걱정이 되서..
멍청하게 서 있는 날 지 방으로 끌고가 침대에 앉히더니 몸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하는 놈.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속옷 차림이라는 걸...........
갑자기 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동시에
놈도 정신이 들었는지, 민망한 듯 고갤 홱 돌려버리고
".....너,너 왜 그러고 있어!?"
어울리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날 황당하게 만드는 놈의 말.
난 한손으로 옆에 있는 이불을 끌어 올려 대충 몸을 가리고
또 한손으론 베개를 들어올려 놈의 머리에 던졌다.
"니가 벗겼잖아, 이 변태야!!!"
"벗긴다고... 벗냐???"
"뭐???? 나가!!! 안 나가????"
"아씨..알았어! 알았다고!!!"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손에 집히는거 아무거나 다 잡아 던지는
내 기에 눌려 결국 밖으로 쫒겨나간 시후 놈.
한참 후, 방에 있던 놈의 츄리닝 바지 하나를 대충 줏어 입고
위에는 베개로 앞만 대충 가리고서
쇼파 한쪽에 대충 자리 잡고 뭔가 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는 놈한테 약을 툭 던지고 등을 보이고 앞에 앉고는
"손 안 닿아... 발라 줘"
.
.
의외로 아무 말 없이 잘 바르는 가 싶었다.
그래, 아주 잠깐.
"이거 풀러도 되냐?"
역시, 얼마 안 가 매를 버는 녀석.........
"김시후"
"왜"
"하고 싶어?"
"어"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어라고 대답하는 놈.
"그럼... 가서 철 좀 들고 와."
"야 나 철 들었어!!"
"아직 멀었거든??? 딴 생각 하지 말고 약이나 발라!!!!!!"
"아...ㅆㅣ발.........."
"뭐???"
"씨발... 짜증나!!!!!!!!"
또 쾅.. 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시후. 오늘도 외박인가?
15.
놈이 나간지 벌써 세시간째.. 정말 오늘도 안 들어올 작정지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그냥 전활 걸었다.
-왜
"안 들어올꺼야?"
-어
웃기는 놈.. 기다렸다는 듯이 벨 울리자마자 받을 땐 언제고
왜 안 들어 온다고 튕기고 난리야?
"오늘 비온데"
-......알았어. 갈께
"지금 바로 와~"
-어
귀엽다.. 보면 볼 수록 하는 짓이 귀여워.
그래서.. 점점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애.
비 온다는 내 거짓말에 바로 알았다고 하는 착한 애.
20분 후..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난 문앞에서 놈을 기다리고 서 있었고
들어오다가 날 보고 화들짝 놀라는 놈. 그냥 말없이 놈의 목을 꽉 끌어 안았다. 근데..
"너 뭐 하다 왔는데, 숨소리가 거칠어?"
"야동보다 왔다"
이런.... 어쩐지
"밥은??"
띠리링-띠리링...
갑자기 전화가 울려대는 통에 액정에 윤비서 언니 이름이 뜨는 걸 보고
난 눈치를 보며 베란다로 나왔다.
"여보세요.."
"아가씨.. 회장님께서, 태화그룹 회장님과 저녁 약속이 있으시......"
"그런데요?"
"아드님도 나오신다고 아가....."
"전 안가요.."
끝까지 안들어도 무슨 말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계속 중간에서 말을 짤라버리는 나였다.
태화그룹이라면, 우리집 못지 않게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재벌가..
근데 아들도 나온다고? 있단 얘긴 들었는데 여태 한번도 본 적은 없다.
"언니 죄송해요.. 저 그런 자리 싫어하는거 알잖아요.
아빠한테 말 좀 잘 해주세요~ 끊을께요!"
그냥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제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는 놈.
"누구야?"
"어.. 집~ 밥먹으러 오라고"
"근데 왜 안 가?"
"싫어~ 다른 사람도 온데"
".....이리와 봐"
침대에 대충 걸터 앉아 있는 나를 갑자기 끌어당겨 안아주더니..
정떨어지는 소릴 해대는 놈.
"너.. 학교 졸업하고 집에서 갑자기 시집가라는거 아니야?"
"뭐??? 미쳤어!!!???"
"드라마같은거 보면 그러잖아~ 정략결혼"
정략...결혼....???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럼 나 죽어버릴꺼야"
"피식.. 넌 왜 그렇게 싫어해?"
"그런 거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
"아니.. 니가 부잣집 딸이면서, 왜 너같은 애들 그렇게 싫어하냐고"
"나같은 애들이니까.. 걔들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싸가지도 없고.. 다 지들만 잘난 줄 아니까"
"그렇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지... 너 만약 내가 부잣집 아들이면, 나한테 시집 올래?"
"싫어. 나 그럼 너 절대 안 봐."
"....내가 평범한 집 아들이면"
"그럼 생각해볼께~"
"퍽이나.. 너네 집에서 잘도 허락해주시겠다. 나 잘거야.. 나가~"
"지금 시간이 몇신데 벌써 자? 밥 안 먹어?"
"안 먹어"
아예 돌아 누워버리는 놈.
피곤한가? 난 조용히 방 문을 닫고 나와 쇼파에 앉았다.
근데, 다른 생각은 안나고 '정략결혼'이란 단어만 자꾸 머릿속을 맴돌고....
이런 썩을!!!
결국 벌떡 일어나 방에서 자고 있는애 등짝을 사정없이 갈겼다.
"아..아!! 왜 이래!!! 미쳤어???"
"죽을래?? 정략결혼??? 왜 괜히 쓸때없는 소릴 해가지고!!
너 때문에 자꾸 신경쓰이잖아!!!! 잠이 와???"
"아!! 알았어알았어!! 잘못 했으니까, 그만 때려 아퍼!!"
"너 진짜... 짜증나......"
"야... 갑자기 왜 울고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게.. 내가 왜 울지? 갑자기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졌다.
갑작스런 모습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다시 꼭 껴안아주는 시후.
정략 결혼이란 말.. 얜 그냥 장난이였을 텐데...
나한텐 어쩌면 진짜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 난 그게 그렇게 싫고 무서웠나 보다.
"그렇게 얻어 맞아도 눈물 한방울 안 흘리는 애가..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
"나.... 유학 안가고 체아로 살면서 처음으로 많이 행복했거든...?
근데... 니가 그런 말 하니까,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해"
"미안, 안 그럴께.."
"근데 만약에.... 체아랑 나. 우리 둘 중 누구 한명이라도 그런 일 생기면.. 어떡해야 돼?"
갑자기 그런 의문이 생겼다. 지금 체아랑 나랑 바뀐 거니까.
혹시라도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하긴, 내가 언닌데.. 그래도 체아보단 날 먼저 보내려고 하겠지...
"은체아 말고, 은유화한테 그런 일 생기면.. 너 어쩔껀데?"
"유학은 내 대신 갔지만, 시집까지 동생한테 대신 가라고 할 순 없어"
"만약에... 체아한테 그런 일 생기면"
"내가 언닌데, 나 먼저 가라고 하지 않을까?"
"만약에...."
"그건.....잘...모르겠어.."
"우리 나갈래? 옷 입어, 나가자~"
내 기분이 우울해보여서 그런가 갑자기 나가자며 보채기 시작하는 시후놈.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별로 반갑지 않은 인물 하나와 마주치고..
그냥 지나치고 싶었지만, 먼저 알아보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상현.
우리 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집 아들..
한마디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 중 한명. 성격? 한나경이랑 비슷하다.
부모 잘 만나서 그저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그런 싸가지 없는 놈이니까.
"은체아, 오랜만이다?"
첫댓글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
잘봤어요 ~ 다음편도 기대기대요 >.<
넵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
잘봣어용 다음편도 기대 너무 재밋당 ㅠㅠ
감사합니다 담편도 기대해주시요 ㅠ ㅋㅋ
연재가 빨리빨리 되서 너무 좋아요ㅋㅋㅋ 재밋어요!!ㅋㅋ
ㅋㅋㅋㅋ 감사합니당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여~~
헐 여기에 제 이름있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악역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ㅠㅠ .... 어쨌든 재밌어요 ㅋㅋㅋㅋ 다음편 올리면 쪽지 보내주세요~ ㅋㅋㅋㅋ
에엑 -0- 혹시 한나경...?? 아 이런 ㅋㅋㅋㅋ 그 이름 너무 예쁜데 ㅠ 재밌게 봐주셔서 넘 감사해용 ㅋㅋ
잘 보고갑니다~ 연재가 빨라서 너무 좋아요~~~^^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재맸게 바주셔서 감사해요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넘 재밌어요 ㅋㅋㅋ 담편도 기대할게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우와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