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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들과 고구마를 캐는 안 씨
추석 연휴 경북 군위군 산성면 봉림역(폐역) 앞에서 고구마를 캐는 안영석(70) 씨를 만났다. 안 씨는 대구에 살면서 토요일이면 이곳 밭으로 와서 이틀 정도 자고, 또 대구로 가는 4도 2촌 1자(4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 밭에서, 1일은 자유스럽게)로 생활한지 10년이 됐다고 한다. 시골에는 6평 집을 지어놓고, 4백여 평의 밭에 감자, 고추, 고구마, 참깨, 들깨,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을 재배한다. 농약과 비료를 안 하고, 되면 먹고 안 되면 못먹는다는 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고구마는 물빠짐이 좋은 모래참흙이 좋은데, 적당한 땅이 없으면 아무 땅에도 잘 자라기에 밭이 있으면 있는 땅에 심으면 된다고 한다. 5월 중순 경 서리 내리는 시기를 지나서 심는데 초보자가 농사짓는 데는 고구마와 들깨가 최고라고 한다. 고구마는 심은지 100일 정도가 지나면 수확할 수 있으니 언제쯤 캘 것인지 거꾸로 계산해서 심으면 되고, 흙을 파 일궈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30cm 간격으로 심어 주고 한해 농사를 지어보고 더 가깝게 심을지 멀리 심을지 조정하면 좋다고 한다. 심은 뒤 100일 더 지나면 고구마에 심이 생기기 시작하니 수확시기를 잘 조정해야 한다.
고구마가 자라고 있는 밭
고구마를 캘 때는 낫으로 줄기를 자른 뒤 비닐을 걷어내고 호미로 겉흙을 살살 걷어내어 고구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 뒤에 삽이나 쇠스랑으로 캐면 되는데 빨리 캐려고 호미 사용 없이 바로 삽이나 쇠스랑으로 캐다가는 고구마에 상처를 입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삽날에 뭉텅뭉텅 잘리기 십상이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이날은 손자들 6명과 며느리 아들 딸 사위까지 모두 14명이 고구마캐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천과 대구, 대전에서 왔는데 캔 고구마를 한 가족이 10kg 2박스씩은 가져 간다고 한다. 고구마 모종 2묶음(200포기)을 심으면 100kg을 생산하니, 세 집에 20kg씩 2상자씩 주고 안 씨가 먹을 것도 4상자가 남는다고 한다. 체험에 참가한 손자들과 아들 딸은 즐겁게 웃으며 큰 것을 캐면 소리를 지르니 코로나19도 못 올것 같았다.
1시간이 조금 지나 고구마 캐기가 마무리됐고 고구마들은 고랑에 죽 줄을 섰다. 각자의 상자에 담을 때는 먹기에 알맞은 것(에어프라이기에 넣어 굽기 알맞은 것)을 서로 자기 상자에 넣기에 바쁘고 할아버지께서 먹을 것은 결국 잘린 것과 상처난 것들뿐이었다.
나란히 줄을 선 고구마들
고구마를 캐는 동안 할머니는 불을 때서 돼지고기를 삶고 있었고, 숯이 만들어진 불에는 손자들이 먹을 고구마가 구워지고 있었다. 마당 식탁에는 김이 술술 나는 삶은 돼지고기 수육이 차려지고 모두 모이라는 할머니 신호에 모두 모였다, 어른들은 일을 하고 막걸리 한 잔에 수육을 먹었고, 손자들은 수육보다는 군고구마에 더 관심을 가졌다.
돼지고기는 삶고 고구마는 굽고
금방 삶은 수육이 차려지고
안씨는 말한다. "이렇게 시골에 고구마를 심었기에 추석 연휴에 가족을 모아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할 수 있지요.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온 식구가 집에만 모여 있으면 뭘 하겠어요? 술 안 먹으면 다운받은 영화보기, 화투 그런 걸 할 건데, 이번 추석은 고구마 캐기 체험으로 추석연휴 1박2일을 여기서 보내고 내일은 텔레비전에 나온 화산마을 견학하고, 각자의 일자리로 갈 겁니다. 나는 밭으로 가서 남은 고구마를 캐고 뒷정리를 하고 다시 도시로 갈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