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진다고 했던가요?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꿈은 시골에 조그만 한옥을 짓고 텃밭을 가꾸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소박한 꿈이지만, 저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소중한 꿈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집 어떠냐며 남편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수수하게 지어진 옛집. 한창 집 지을 터를 알아보고 있을 때라 구경삼아 들러보자 해서 찾아간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지금, 내 집이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첫눈에 반했어요. 양지바른 곳에 지어진 그 모습이 어린 시절 살았던 시골집을 떠오르게 했죠. 집터를 고르며 가장 중요시했던 계곡도 없었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이 집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집 하나만 보고 선택한 곳이라 기존의 외형과 구조만큼은 그대로 살리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주위에선 모두 리모델링을 말렸다. 웬만하면 새로 집을 지으라며 몇 번이고 들러 설득하는 마을 분도 계셨다. 그러나 그녀와 남편이 이 집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예전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 집이 아주 낡았음에도 신축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값어치를 따지거나 상태로 보아서는 좋은 집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나중에 남편과 둘이 이곳에서 살 생각을 하면 벌써 흐뭇해지는, 그래서 어디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소중한 집이었어요. 누군가 이 집을 잘 고쳐주기만 한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싶었죠.”
오래된 집을 수리해 본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발견했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리모델링을 맡게 된 모루초디자인 박선은 대표는 “집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잘만 하면 신축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이 집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사 중간중간에도 이건 돈 버리는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리모델링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에 온전히 서로의 의사소통만으로 공간을 구현시켜 나갔다. 낡고 오래되어 새로운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은 70년이 넘은 집과 낯설지 않도록 자연스레 녹여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자 부부가 머릿속에만 그려왔던 집의 형태가 서서히 갖춰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땐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엄지를 치켜세워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 주었다.
현관문 및 방문 : 모루초디자인 제작(현관문 : 방킬라이 + 금속프레임 리폼 / 방문 : ABS도어 + 현장 도장, 오래된 전개문 및 창살도어 고재상에서 구입)
설계 및 시공 : 모루초디자인 070-8860-9323 www.morucho.com
➊ 별채 아궁이가 있던 곳을 일상에 맞춰 보조주방과 다이닝 공간으로 만들었다.
➋ 다락 별채 속 비밀스런 다락 공간. 미닫이창을 열면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➌ 사랑방 따뜻한 구들장에 몸을 뉘이면 어릴적 시골집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➍ 야외 부엌 기존에 아궁이가 있던 공간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고쳐 만든 부엌
부부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공간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열성을 높인 안방(천장에 내단열재를 추가하고 석고보드로 마감)과 서까래를 노출해 한옥의 느낌을 잘 살려준 거실과 주방, 작지만 실용적인 화장실, 구들장을 재현한 사랑방 등을 18평의 한옥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비가 오면 비가 내리는 풍경에 취하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 풍경에 취해 툇마루에 한참 을 앉아 있어요. 구불구불 서까래나 대들보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아요.”
옛 전통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달빛을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움은 이 집만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고 옛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이다. 1943년에 시작된 오래된 집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두 사람. 한옥을 고치고 얻은 기쁨은 부부의 삶의 방향까지 바꾸는 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