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5년만에 계엄령으로 보여진 군 민주화 부작용과 반세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문제점 / 1/8(수) / AERA dot.
한국에서 엄계령이 내려진 것은 1979년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와 이번 계엄령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한국의 변하지 않는 체질이란. AERA 2025년 1월 13일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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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의 한국과 세계를 뒤흔든 '비상계엄'. 일본에서도 여름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생각났다는 소리가 SNS 등에서 많이 들렸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사건을 계기로 계엄령하의 한국에서 군의 실권을 쥔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모델로 한 영화다. 45년 뒤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계엄령과 비교하면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다르지 않은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이번 계엄령은 12월 3일 오후 10시가 넘어 내려졌으며 오전 4시쯤 해제됐다. 불과 6시간여 만에 끝난 배경에는 한국군이 권력자의 군대에서 국민의 군대로 바뀌었다(군사언론인 요시나가 켄지 씨)는 사연이 있었다. 계엄군 관계자들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사령관들은 의원과 시민들을 절대 살상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실탄 장전과 전기총 사용도 금지했다. 의원들이 농성 중인 한국 국회 본회의장 진입도 불허했다. 그 결과 의원들은 헌법이 정하는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를 내는 데 성공했다.
■ '군 절대주의' 기풍
서울의 봄에서 그려졌듯 1987년 민주화 이전 한국군에는 군 절대주의의 기풍이 남아 있었다. 종전을 사이에 두고 옛 일본군과 문화가 단절된 자위대와 달리 옛 일본군의 일부였던 한국군만의 특징 중 하나였다. 군 인사는 독자적으로 했고 정치 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계엄령에 대해서도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군에 주어진 당연한 임무라는 의식이 강했다. 이 풍조가 1980년 많은 시민이 군에 피살된 광주 사건의 비극을 낳았다.
군이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군 내부에 '하나회'라는 사적 조직도 생겨났다. 전 씨 등은 하나회 회원들과 함께 군의 실권을 잡았다. 민주화 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새로운 쿠데타를 막기 위해 하나회를 해체. 현대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군 인사에 주문을 거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됐다. 한국군의 민주화가 진행된 것이 이번 계엄령으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은 큰 요인이 됐다.
다만 부작용도 발생했다. 군이 정치의 눈치를 보는 풍조다. 계엄군에 가담한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년 여름에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과 여인형 군방첩사령관과의 회동에서 계엄령을 언급했다. 여 씨는 "계엄령은 안 됩니다, 라고 말렸다"고 증언했지만 결국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군의 출동을 막지 못했다.
또 계엄군 관계자가 국회 증언뿐 아니라 군 출신 국회의원의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하며 울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도 생겨났다. 자위대 관계자는 "군의 사기를 현저하게 낮추는 행위. 군 전체를 생각하면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반세기 가까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 권력의 사물화 체질이다. 이번에 윤 씨가 계엄령을 협의한 군 관계자는 김용현 씨와 여인형 등 서울충암고 동문들이었다. 원래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윤 씨는 정재관계에 폭넓은 인맥이 없었다. 주로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동문, 출신 모태인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 예스맨 투성이
또 한국에서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캠프라고 부르는 후보 진영이 들어서면 전직 관료와 정당 미디어 관계자, 학자들이 너도나도 모여든다. 정말로 후보자를 정책으로 도와 더 나은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권력의 달콤한 꿀에 몰려드는 사람도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예스맨이 된다. 거역하고 모처럼 얻은 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윤 씨가 계엄령을 내린 배경에는 야당에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정부 제안의 법률과 인사가 잘 통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쌓았던 사정이 깔려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 씨는 진보(혁신)계 신문이나 TV를 일절 보지 않고 극우계 윤 씨를 옹호하는 유튜브를 즐겨 시청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5년여 전부터 정치적 주장과 해설을 하는 유튜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과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둘러싼 좌우 대립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유력한 정치계 유튜버는 지지하는 정치인의 집회에 나타나거나 정치인 인터뷰를 하는 등 기존 미디어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진다.
■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
윤 씨는 12월 3일 밤 계엄령을 설명하면서 "국회는 범죄집단의 소굴이다"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괴물이 됐다"고 말했다. 육상 자위대 토호쿠 방면 총감을 맡아, 정보전 등에 정통한, 마츠무라 고로(松村 五郎) 전 육장(陸将)은 「윤씨 자신이(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이나 정보, 주장만이 반복해 흐르는 공간에 갇히는) 에코 체임버 현상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닌가」라고 말한다.
※ 육장(陸将) : 장(将)은 자위대의 계급구분의 하나. 장성으로서의 계급이며, 자위대법에 의해 자위관의 최고위 계급으로서 육상자위대에서는 육장(陸将), 해상자위대에서는 해장(海将), 항공자위대에서는 공장(空将)이 정해져 있다. 또한, 장 중에서도 막료장에게 맡겨져 있는 막료장인 장은 장의 더 고위직으로 취급된다.
다만 윤 씨가 설령 극우계 유튜버의 언설을 믿더라도 최고지도자인 그에게는 한국 제일의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이 붙어 있다. 스스로, 과격한 주장의 시비를, 리얼한 세계에서 검증하는 능력을 지니면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주변에 윤 에게 직언할 인물이 없다.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윤 씨에게 조언을 해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권력욕에 현혹돼 전두환을 모델로 한 군인을 유유히 따르는 군인들의 모습과 겹친다. (아사히신문 기자, 히로시마대학 객원교수·마키노 요시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