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08) - 백아현과 풍산 거쳐 안동 옛 동헌에 이르다(예천 보건소- 안동 동헌 34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12
4월 11일(화), 흐리다가 오후 한 때 빗방울 스친다. 숙소 나서기에 앞서 전날 저녁 서울에서 내려온 강호갑 부회장이 사흘 일정으로 합류하여 반가운 인사, 서울 출발 때 이틀간 함께 걷고 부산에서 합류하여 일본구간 걷기에 동행할 예정인데 잠시 틈을 낸 것, 일부러 먼 길 찾아온 호의가 고맙다.
오전 7시에 보건소 옆 식당에서 아침 식사, 7시 50분에 보건소에서 안동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곧바로 경관이 아름다운 하천을 가로지르는 예천교를 건너 안동과 영덕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3km쯤 걸으니 진호국제양궁경기장 입구에 이른다. 이 고장 출신으로 세계양궁을 석권한 김진호 선수의 이름을 딴 양궁경기장. 때마침 자전거로 부근을 지나던 촌로(95세) 한 분이 어떤 사연으로 걷는지 묻는다. 내용을 알게 된 어른의 말, ‘좋은 행사인데 수중에 현금이 없어 나누지 못함이 아쉽다.’ 헤아리는 마음씨만으로도 격려가 된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예천교를 지나며
5km쯤 걸어 예천읍 지나 한창 때가 지난 벚꽃길이 길게 이어진 호명면에 접어든다. 잠시 후 내성천 다리 건너 한적한 길로 들어서 백골마을 지나 고개 마루에 이르니 오전 10시 20분, 잠시 휴식하며 고개의 내력을 새겼다. 고개 이름은 백아현, 영남대로의 중요한 길목으로 옛날 안동에서 예천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지날 때는 도적의 피해를 막기 위해 100여명이 모여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휴식 중 나눠준 참외가 꿀맛이다.
백여명이 모여서 넘었다는 백아현고개를 오르는 일행
10시 반에 백아현을 출발하여 한참 걸으니 안동시 풍산읍 신양마을의 보건소, 그곳에서 잠시 휴식 후 풍산 읍내를 관통하여 12시 반에 점심장소에 이른다. 십 수 년 계속 들른 단골식당, 음식 맛은 좋은데 한 가지 흠은 화장실이 비좁고 재래식이다. 2년 전에 들렀을 때도 이를 지적하였는데 방바닥에 앉던 좌석은 테이블로 일부 바뀌었지만 화장실은 예전 그대로다. 식당주인은 세를 얻어 영업 중이라 선뜻 손대지 못한 듯, 마침 집주인과 대면할 수 있어 전후사정을 설명하니 흔쾌히 보수하겠다는 뜻을 밝혀 해결책을 찾았다. 무릇 서비스는 고객중심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식당 바로 옆에 운치 있는 정자가 있다. 정자 이름은 체화정, 조선시대 진사 이민적 형제의 우애가 돈독하여 다른 이들의 칭송이 자자하였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그길 약간 지나서는 서애 유성룡 묘소 입구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유성룡의 고향 하회마을 가는 길도 이곳을 지난다.
조선시대 운치 있는 정자인 채화정을 지나며
다시 안동과 영덕으로 이어지는 큰길 따라(더러는 그 옆의 소로로) 두 시간가량 걸으니 오후 3시 넘어 학가산 안동온천에 이른다. 온천 앞에서 휴식 중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옷 등을 챙기고 출발하려니 이내 멎는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지속되는 중이라 단비가 긴요하다. 걷기에 불편하더라도 비여, 내리소서.
학가산 온천지는 옛 관원이나 선비들이 왕래하다가 머물던 두솔원(兜率院) 자리, 그 곳에 새긴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조선 세조 때 관원이나 선비들이 왕래하다가 해질 때가 되면 숙식하도록 두솔원을 설치하여 마을 이름을 두솔원이라 하였다. 원은 공무로 지방에 출장하는 관리들의 숙박시설로 역과 역 사이 인가가 드문 곳에 설치했던 국가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여관이다. 안동지역에는 안기역을 포함하여 7개의 역과 제비원을 비롯한 17개의 원이 설치되었다.’ 학가산 안동온천은 안동시가 운영하는 대규모 온천장, 지하 700미터에서 솟아나는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온천으로 전국 단일온천시설 중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대형온천이라고 팸플릿에 적혀 있다.
오후 3시 반에 이곳을 출발하여 서후면 거쳐 안동 시내를 한참 걸어서 목적지인 안동 동헌까지 두 시간 넘게 걸어 오후 6시 경에 옛 동헌이었던 영가헌에 도착하였다. 걸은 거리는 34km. 대기 중인 시청 간부의 전언, ‘시장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의회에 출석할 일정이 겹쳐 못나왔다. 내일 문화탐방을 위한 차량이 준비되어 있고 시장께서는 모래 출발 때 전송 할 예정이다.’
영가헌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식사, 메뉴는 유명한 안동닭찜에 맥주와 소주를 곁들였다. 주류는 유병희 대원이 대접, 박수로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식당 바로 옆이 숙소, 내일은 문화탐방일이라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다. 먼 길 걸었으니 푹 쉬고 새 힘을 얻자.
최종목적지인 영가헌에 도착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