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 이전에 아무것도 안했고,
그 이후에도 변변한 무엇도 해내지 못한 나머지들은 다 어쩔건데?
왜 다른 이들은 그조차도 못했던건데?)
어쩌면 서태지의 한국식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는 것은,
대신 본토의 스타일에 충실했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장르에의 정통성,
말그대로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언젠가 서태지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왜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외국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하면
해외시장의 흐름을 편승한다는 둥 모방한다는 둥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외국 유명한 가수들의 음악을 따라하는게 아니라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한국에서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아직까지도
그의 장르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 아쉬운가?
할 수 없다. 그럼 그냥 아쉬워해라.
2 - 표절?
그렇게 태지가 하드코어 동네에 둥지를 틀었다.
그 이웃에 콘, 림프비스킷, RATM 등이 산다.
( 다 뭉뚱그려도 되는 똑같은 음악들이란 얘기는 물론 아니다 )
대부분이 백인들이고, 한국인은 별로 없는 동네다.
한국인들이 살기 불편한 동네인지 의외라는 눈치다.
집을 좀 눈에 띄게 지어서 소문이 났나본데,
그랬더니 한국인이 이 동네 온게 뭐 저 자식이 처음이냐는 식으로
사람들이 시비를 건다.
한국인이 많지 않았다는거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먼저 와서 살던 사람과 달리 서태지 집은 중심가에 있나보다.
시비걸다 안되니까,
이웃집 사는 콘의 집을 고대로 따라 지었다느니 하는 말이 나온다.
오호, 표절!
한 아파트단지에 40평짜리 300가구가 있다고 치자.
방이 네 개. 화장실 두 개. 그 두 개 중에 하나는 안방에 있을테고,
베란다는 앞쪽에 다용도실은 뒷쪽에. 싱크대는 'ㄱ' 자.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집 300개가 구분이 안가네?
이번 표절 시비를 보면서
나는 구조가 비슷하니 다 같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그 꼴이나 뭐가 다른가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네티즌들 표절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그 말은 그렇게 쉽게,
더구나 이렇게 무식하게 써도 되는 말이 아니다.
정말 해서는 안되는 짓이 표절이니만큼,
아무데서나 쉽게 갖다 붙여 얘기해서도 안되는게 표절문제 아닌가.
그럼 서태지가 우리나라 가수 중에 제일 먼저 빨간머리 했으니
니들 중에 빨간머리는 서태지 표절이냐?
이번 태지의 음악이 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맞다.
근데, 그래서, 뭐가 어쨌는데?
- 전혀 다른 장르의 뮤지션이긴 하지만-
난 박효신의 노래를 들으면 임재범이 떠오른다.
임재범처럼 노래 잘하고 목소리 멋진 애가 나왔네?
이러면서 난 요즘도 박효신 앨범을 즐겨 듣는다.
RATM 속에서 KORN 적인 면모를 보게 될 때도 있고,
KORN 속에서 RATM 적인 면모를 보게 될 때도 있다.
태지는 이번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핌프록 계열의 뮤지션이
20팀도 넘는다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직접 밝혔다.
그렇지만 분명 자신의 색깔이 들어가있으며,
양심에 걸릴 것은 조금도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오히려 태지 본인은
아직 이런 류의 음악에 사람들이 익숙치 못하기 때문에
귀가 트이지 않은 상태에서 다 비슷비슷한걸로
인식하기 쉽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콘의 음악과 태지의 음악이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태지의 새로운 스타일이 가미되어 있으며
왜 표절이 아닌지 오목조목 설명해낼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이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솔직히 나는 그럴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콘의 데뷔앨범을 한장 갖고 있을 뿐이며,
핌프록, 하드코어 계열의 음악을 남보다 많이 들어보지도 못했고,
음악을 들으며 이건 이런 면에서 좋고 나쁘고
그런 것을 깊이 따져본 적도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만큼은 내게 그럴 능력이 없다는게
그래서 무어라 똑부러진 얘기를 할 수 없다는게
매우 아쉽지만,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신경 곤두세워 음악을 들으며 해부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오히려 애써 무슨 말이든 하려든다면 우스울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다른 분께서
잘 설명해주시리라 믿고 바란다.
다만, 내가 두 곡을 들어본 바로는
'대경성'이 'BLIND'를 표절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너무나 간단한 대답이지만,
들어본 내 귀가 아니라는데 어쩌면 그걸로 되는거 아닌가.
나는 귀가 머리보다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3 - 평론계엔 서태지가 없다.
자, 여기서 여러분들께 태지앨범에 대해 평론쓰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알려드리려고 한다.
우선 첫문장을 고른다.
" 4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서태지가 돌아왔다 "
" 서태지의 선택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 온 세상이 서태지로 시끄럽다 "
" 드디어 4년 7개월을 기다려온 서태지의 앨범이 나왔다"
.... 뭐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하드코어, 랩코어, 핌프록, KORN, RATM 등의 단어를
한번씩 보기 좋게 배치한 뒤 서태지의 이번 앨범과
연결시키주면 자연스러운 서론이 완성된다.
강렬한 사운드에 대해 ('디스토션'도 아깝게 놓치지 말고 얘기해라)
얘기하면서 서론에서 꺼낸 하드코어 뉘앙스를 이어간다.
'인터넷전쟁' 의 맛깔스러운 랩핑이 돋보이며
'오렌지'의 도입부는
하드코어에 힙합적 느낌을 가미했다고도 꼭 쓴다.
서태지가 맘에 안드는 사람들은 '대경성' 앞에다가
"KORN의 곡을 표절했다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고
수식어를 꼭 붙여주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 붙여주기만 하고 판단은 언급하지 않는게 지혜다.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에 대해서는
하드코어의 강렬한 사운드 속에
특유의 대중적 멜로디를 잘 조화시켰다고 써주면 무난하다.
'ㄱ나니'는 '울트라맨이야'에 가려 슬쩍 넘어가줘도 별로 티 안난다.
곡도 좀 난해하고 가사도 웬지 다른 곡보다는 잘 안잡히는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그래도 좀 자존심에 걸리거든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히든트랙 '너에게'를 대신 언급해라.
좀더 치밀하게 보이고 싶을 때는
정확히 몇 분이 지나면 '너에게'가 시작되는지 등을 계산해
수치적인 언급을 하면 된다.
청탁받은 원고량을 고려해서 글이 좀 짧겠다 싶으면
세 곡의 연주곡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넘어가고,
분량 상관없이 서태지가 여전히 맘에 안드는 경우엔
러닝타임도 얼마 안되는데 그나마도 연주곡이 세 곡이나 되다니
성의가 아쉽다고 쓰면 간단하다.
이렇게 하여 앨범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설명이 담긴
본문이 완성되었다.
이제 정리의 뉘앙스를 풍겨줄 차례.
해외음반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사운드가 돋보인다.
아티스트로 변모하려는 서태지의 고민이 엿보이는 앨범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재기발랄함은 감소되었다.
별로 색다른 것이 없다.
특유의 감성적 멜로디가 없어 아쉽다...
등등의 말들 중 맘에 드는 걸로 골라서 붙여준다.
자, 이제 첫문장보다 더 중요한 엔딩멘트를 생각할 차례.
" 서태지의 이번 앨범으로 하여
국내에도 하드코어의 열풍이 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댄스와 발라드의 홍수 속에서
서태지는 과연 구명정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뭐 위와 같은 멘트로
국내가요시장에 대한 넓은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주면 무난하겠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싶거나, 가슴에 맺힌 한이 있다면
또 방법이 있다.
서태지팬들이 무서워 사실 말 한마디 꺼내기도 겁난다거나
하루에도 수십통씩 항의메일을 받았다는
그런 얘기를 덧붙여주면
동정표 얻고, 태지팬들 이상해지고 일석이조다.
완벽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이런 팬들의 맹목적 사랑은 서태지에게도 부담이 될 거라고
그렇게 써라 .
제목은 뭐 괜찮은 문장 하나 골라서 의문형으로 바꿔주거나
(예 - 서태지, 소리의 새날을 열 것인가)
골똘한 고민의 뉘앙스를 풍겨주면 된다.
(예 - 메마르다는 느낌, 컴퓨터칩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하여 태지신보에 대해 평론쓰는 법을 살펴보았다.
충분히 정리가 되셨으리라 믿으니
이제부터 진짜 평론쓰는 법을 알려드리겠다.
저.위.에.있.는.대.로.만.안.쓰.면.된.다.
조금 덧붙여 얘기한다면 본문을 길게 써라.
'앨범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설명이 담긴 본문'이라고 언급된
그 부분을 길게 써라.
길게 쓰려면 내용이 많아야하고
그러려면 충분히 알아야하고, 그러려면 열심히 들어봐야한다.
장담하건데,
저 위에 있는 공식만 벗어난 상태에서 본문만 길게 나와도
지금 나도는 어떤 글보다 볼 가치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몇해 전만 해도
평론가라고 이름 내놓고 나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평론가라는 직함만 있어도 문화지식인으로 보이고
문자 좀 썼다는 글이면 자동으로 우러러보이고 그랬다
그렇지만 요즘은 어떤가.
씨디로 채워진 벽면만 촬영용 배경으로 깔 능력이 되면
평론가 소리 듣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자기는 평론가라는 말을 싫어하니 '음악듣는 사람' 정도로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다느니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달라느니
그러고다니는 평론가까지 보일 정도니 참 웃기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제 웃기다 못해 화가 난다는 건데.
난 이제 좀 따져야겠다.
과연 당신들은 그 대단한 글들을 쓰시느라 얼마나 노력했나?
태지의 앨범을 몇 번이나 돌려들었나?
그 가사집을 몇 분이나 들여다보았나?
자신의 글에서 평가받고 있는 그 작품과 작가에 대해
얼마나 계산없이 집중해보았나?
내가 당신들의 노력을 너무나 몰라주는 건가?
그래서 고작 나온다는 글이
샘플링 퍼다놓은 건지도 모르고
그게 이번 앨범 최고의 트랙이라고 극찬해놓고
서태지는 자폐아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나 흘리며
팬들 무서워서 누가 한 얘긴지는 못 밝히겠다고 뒤로 내빼고는
다 나와있는 키워드나 조합해놓는 그 수준인가?
난 앨범 리뷰 하나를 쓰기 위해
그 뮤지션이 내놓은 모든 앨범들을 거의 일주일 동안
하루종일 돌려 듣다시피 하며 준비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난 그것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서없고 서툰 글이나마 난 이 글을 쓰기 위해
꽤 여러날에 걸쳐 고민하고 쓰고 고치고 보태고를 반복했다.
왜 그 똑똑한 당신들은
고작 평범한 대학생일 뿐인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비교되어가며
비난받고 있나, 왜 '쪽팔린' 줄도 모르나.
내가 당신들에게 바라는 것은
태지의 음악에 대한 달콤한 칭찬도, 태지 추켜세우기도 아니다.
우린 그런 것들에 배고프지 않다.
화려한 칭찬과 수식어구 따위는 이미 지겹도록 보아왔다.
내가,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뼈대있는 비판과 노력을 동반한 관심인 것이다.
첼리스트 장한나가
연주에 대한 평론들에 영향을 받는편이냐는 물음에
했던 대답이 생각난다.
그들이 평론을 쓰는데 있어
자신이 음악에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만큼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신경써야할 이유가 없다고.
난 그 명쾌하고도 씁쓸한 소녀음악가의 말 한마디가
그간 보아온 어떠한 말잔치보다도 가치있는 지적이라 생각했다.
그의 음악에 대해 실컷 얘기해라.
당신들이 그렇게도 외쳐댄대로
10년을 썩어온 가요계를 구제해줄지도 모르는 태지의 음악에 대해
그렇게도 겉도는 얘기 밖에 할 수 없단 말인가?
말많고 불만많은 태지팬들이 이번에는 찍소리도 할 수 없게
어디 보란듯이 복수해봐라.
진심으로 환영하고 맞아줄 준비가 되어있다.
어떤 신랄한 얘기에 가슴이 찢어질지는 몰라도
까짓거, 이 미적지근하게 화만 나는 지금의 꼴보다
더 비생산적이겠는가.
4 - 안티서태지연대를 위하여.
'안티서태지연대 홈페이지'엔 가보지 않았다.
이미 그쪽에서 발표한 '공식입장'이라는 것은 아는 상태라
괜히 히트수만 올려줘가며 재밌지도 않은 구경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구성원들의 면면들에도 별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다.
<안티서태지 연대의 '비공식' 입장>.
사실 아무생각 없이 한 일을 두고
구구절절 숨은 뜻이 없나 캐고드는 기자들에게
지겹도록 당한 피해자의 팬이다보니
웬만하면 이젠 어떤 일이든 곧이 곧대로 보며 살아야지, 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좀 신경을 곤두세워 봐야겠다.
곧이 곧대로 보아주자니 석연찮은 구석이 눈에 밟힐 뿐더러,
아무 생각 없이 벌인 일이라기엔
도가 지나치게 무식하고 폭력적이지 않은가.
서태지 인형을 만들어 배를 가르고 그 안에서 순대를 빼먹는 꼴을
(난 설마 소문이겠지, 했었다
그게 멀쩡히 나이 먹은 인간들이 모여 공개적으로 할 짓인가?)
돈 받아가며 보여주는 그 작태를 접하고는 확신이 섰다.
더이상, 감정적인 개인들의 '합동 화풀이'를
연대니 뭐니 하는 말로 무장시키지 마라.
정말 뭔가 건수를 올려보고 싶었거든
그들은 좀더 똑똑하고 주도면밀했어야 했다.
그들은 대중을 갖고노는 서태지의 영악함을 주장한다.
근데 그 똑똑하고 영악하고 머리 잘 돌아가는
서태지를 잡겠다면서 그렇게 속보이게 멍청히 굴어도 되는건가?
최소한 스스로 내놓은 그 공식입장이
정말 뭔가 잘못된 현실을 걱정하고 수습하려는 사람들인가봐,
하고 믿어지게끔은 굴어줬어야지,
믿던 사람도 정떨어지게 허튼 이벤트나 꾸밀 시간에
정말 자신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싶게 만들 고민을 했어야지,
그게 맞지 않은가?
그들의 주장이 당위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그 공격대상과 그 공격의 목적이 명확하고 타당해야한다.
한번 따져보자.
공격대상은 확실히 서태지로 정해졌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반기를 들고 나서야할 대상이 과연 서태지인가?
단순히 싫어서, 라는 것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운운해도
그것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따져버리면, 그들이 욕하는 서태지의 행동도
'좋아서 그런거야' '서태지는 그게 싫대' 라는 말로
다 설명되니까. 할 말 없지 않은가?
거대브랜드가 되어버린 허상으로서의 서태지, 에 대한 부분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대강 무슨 얘길 '표명하고' 싶었던 건지도 알겠다.
(앞서 밝혔듯, 난 그들의 공식입장만을 알 뿐이다)
그렇다면 그 공격의 대상은
서태지 그 자체가 아니라
서태지를 그렇게 만든 주변환경이 되어야 옳지 않은가?
서태지가 무슨 그리 문제될 짓을 했는데?
어떤 분의 말씀 그대로,
돌아온다고 발표하고 입국해서 앨범내고 공연한 것 밖에 더 있나?
서태지가 한짓이 (내가 보기엔 한짓이랄 것도 없다) 그리 맘에 안들면
서태지가 하지 않은 짓을 한번 볼까?
보도자료 들고 굽신거리면서 잘 부탁한다고 인사 안했고,
아무 방송이나 얼굴 내밀면서 배시시 웃는 거 안했고,
오자마자 기자회견부터 열어놓고는 폼 잡는 짓 안했고,
연습도 안하고 활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굴었다.
아직도 이 모든 상황의 문제가 서태지인가?
그들은 대상에 대한 접근방식을 잘못 택했다.
그들은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 대신
거대기업화된 허상으로서의 서태지를 물고 늘어졌다.
비난하고자 하는 바가 그랬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문제는 그것이다.
그들은 비난하느라 바빠서 '나아갈 바'를 정하는데 실패했다.
나아갈 바를 잃은 비판이란, 비난 이상이 되기 어렵다.
뮤지션 서태지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상황에서
허상 서태지를 백날 외쳐봐야 그것이야말로
얻을 것 없고, 들은 것 없는 껍데기외침 밖에 안된다.
뮤지션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
해왔고, 하고 있고, 하려하는 일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라.
그리고 나서 서태지의 행동에 오류가 있었거든 지적하고,
실행되었어야 할 행동들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서 그 문제를 걸고 넘어져라.
음악인을 음악인으로 보지 않는 풍토와,
음악인이 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과,
사회현상을 해석해내느라 음악 얘긴 찾아볼 수 없는
조악한 평론문화와,
앉은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많은 기자들과,
아동학대가 따로 없다 싶은 기획사의 행태와,
그 기획사와 손잡고 매일매일 즐거운 방송사에 대해 얘기해라.
제대로 된 공격대상을 골라, 이유있고, 비전있게 들고 일어서야
부딪히기 어려운 상대 앞에선 여태 찍소리 못하고 있다가
이제와 분풀이하듯 괜히 서태지나 걸고 넘어진다는
지금과 같은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식입장, 그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5 -상업주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서태지에 대하여.
정말 논박할 가치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행여 찔리니까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보여질까 하는 걱정에
소심하게 몇 자 적는다. -_-;;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가 돈을 밝힌다는 증거로
CF계약껀을 걸고 넘어지는데,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대체 CF 두 편 계약한 것이 뭐 그리 입에 오르내릴 일인지.
그 계약금이 15억이라는게 문제 아니냐고?
정말 답답해죽겠다.
그만큼 받을만 하니까 받았겠지.
그만큼 서태지한테 줄만 하니까 줬겠지.
백만장자의 사회비판이란 아이러니이므로
"샐러리맨들 연봉이 5천만원도 안된다는데, 저도 조금만 주세요."
이러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하다못해 부동산에 단칸방 하나를 내놓더라도
10만원이라도 더 준다는 사람한테 내놓는게 당연한거고
당장 방을 못 팔더라도 헐값에는 안 팔려고 하는게 당연한거다.
제값 받고 잘 팔아줄 수 있는 부동산에 의뢰하는 것도 당연한거다.
그 집주인들이 상업주의자에 돈벌레라서 그런게 아니라
원래 사는게 다 그런 것이든, 서태지도 똑같다.
다만 그 액수가 보통 사람들과 스케일이 다른 것 뿐이지.
돈만 많이 받아낼 수 있으면 어디에나 좋다는 식으로,
과자 먹으며 맛있어 죽겠다고 오버하고,
이 바지를 입어야 다리가 길어보인다고
허무맹랑한 소리나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다면 몰라도.
자신의 이미지와 마인드에 어긋날 것 없는 범위 안에서의
CF 출연이란 논란의 여지가 되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5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서태지 본인이 작성했던 팩스인터뷰의 내용이 기억난다.
// 나의 음악적 열정을 돈 때문이라고 매도하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 이번 음반이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은
‘음악이 어려워서’‘대중적이지 못해서’라는 말을 할 것이다.
성공하면 무조건 ‘상업적’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나의 매니지먼트나 대언론 홍보가
상업적 이슈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음악이다.
나를 음악사업가라 해도 좋다.
하지만 음악을 팔아먹는 장사꾼은 아니다.
장사꾼은 돈을 벌기 위해 목표를세운다.
하지만 나는 목표를 세우기 위해 돈을 번다. //
최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태지는 음악을 위해서라면 악착같이 돈을 벌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11월 예정인 전국순회 콘서트에
본전이나 건질 수 있으면 다행일 정도의
최고급 음향장비들을 들여와
제대로된 하드코어사운드를 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그들의 공연문화를 보고 한방 맞았다더니
아픈 자리 슥슥 문지르는 걸로 끝내고 가진 않을 모양이다.
(화이팅이다!)
그리고 남은 문제, 신비주의.
지금 얘기되는 신비주의라는 것은
'기자들에게 싹싹치 않음'과 동일한 의미로 보인다.
컴백 전에 어떤 사전 정보도 흘리지 않는 것은
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할 적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갑자기 난리들인지.
더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다.
이런 것이 신비주의라면, 난 그가 계속 신비하길 바란다.
접시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이 젓가락, 저 젓가락에게 파헤쳐지기만 기다릴
그럴 이유가 없다.
그의 '이유있는 낯가림'이,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을 수 있을만큼의 거만함'이
소신껏 지켜지길 바란다.
6 - 태지야, 너 음악만 해.
어떤 기자의 말을 고대로 빌어 얘기를 시작하련다.
"우리는 태지에게 바라는 상이 있다." 라고.
그렇다. 나는 태지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그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신의 음악을 계속 했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가 기뻤으면 좋겠고,
태지가 지금처럼 단호하게 NO! 라고 말하는 걸 두려워 말고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든든하게 지켜내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 아주 조금씩이라도
'아, 전보다 나아졌구나. 좋아졌구나.'
이렇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이고, 충분히 많다.
더 이상 그 무엇을 서태지라는 단 한 사람에게 바라겠는가.
서태지는 메시아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고, 투사도 아닌데.
그가 설령 남들과 비교할 수도 없는 음악적 재능을 가졌다 해도,
그 재능을 결과물로 발휘시켜내는 일이란 정말로 힘든 것일텐데.
서태지이기 때문에, 그래도 넌 서태지니까, 라는 말은
그에게 폭력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기회 2대 회장이었던 현지영씨의 얘기대로,
서태지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박제가 아니고
작은 실수들을 거듭하며 조금씩 깊이를 더해가는 권리는
서태지도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이 아닌가.
서태지더러,
우리 가요계를 싹다 개편해놓고 돌아가라고 조를 일이 아니다.
소리의 새 날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종용할 일도 아니다.
SM 따위가 발 붙일 수 없도록
제대로 된 서태지사단을 만들고,
그 사단을 현실적으로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아
이 가요계를 한번 제대로 휘어잡아보라고
그렇게까지 말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건 우리가 서태지라는 개인에게 바라야 할 상이 절대로 아니다.
우리 덕에 네가 인기를 얻고, 돈도 많이 벌었으니
좋은 일에 환원해야 될텐데 어쩔 셈이냐고 묻는 것이 우스웠듯
(실제로 이번 기자회견에선 세 명이나 이렇게 물었다.)
네가 이만큼의 권력을 갖게 되었으니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 권력으로 네 몫을 해놓으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유아적이다.
나는 태지가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한 지혜롭게 구실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만든 앨범을 떳떳하게 우리에게 내밀었고,
자신의 음악을 가장 잘 나타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며,
스스로의 가치만큼 정당하게 요구하고, 받아냈다.
이번 컴백콘서트와 사전녹화되어 방송된 음악캠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서태지는 이번 공연들을 스스로 기획했고
그 기획안을 가장 멋지게 실현시켜줄 스탭들을 손수 골랐으며
그렇게 얻어진 화면을 직접 편집해
그 선택들을 최대한 존중해줄 수 있는 방송사와 계약을 맺었다.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니
사전녹화를 하자고 요구했고 얻어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서태지의 상품성과 문화권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난 이것이 분명 좋은 선례가 되리라 믿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몇 달씩 활동을 쉰다는 이유로
출연정지까지 당했었지만,
지금의 가수들은 때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굿바이 무대까지 대접받고 쉴 수 있듯이.
서태지와 아이들은 머리색깔이 까맣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다 퇴폐시킬 것처럼 난리를 겪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듯이 말이다.
단 한곡의 라이브를 위해서라도 몇시간씩 사전녹화를 하고,
아티스트의 요구를 가장 잘 수렴해줄 기획자를 찾아
계약을 맺고 만족스러운 무대를 얻어내는 선진국의 문화가
우리에겐 불가능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태지는 꼭 유난스럽게 군다고들 얘기한다.
그렇지만 그 유난스러움 덕에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나.
난 서태지라는 사람이 매번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가능성을 본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제도를 바꾸고, 밭을 다 갈아 엎는 일은
그러한 최대치들이 모이고 합쳐져셔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그 다음의 문제일 것이다.
7 - 그리고 여기 다시 우리.
탤런트 정보석씨가 태지의 컴백공연을 본 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는 글을 읽었다.
오늘 서태지 come back show를 방송을 통해서 보았다.
정말 존경할 만한 음악인이다. 그 열정----
자기 일에 대한 그 열정은 내내 날 반성 하게 하였다.
배우랍시고 난 어떠했는가?
내 일, 즉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과연 얼마만큼의 열정을 갖고 했는가?
한마디로 부끄럽다.
무성의함을, 핑계로 포장 해서 내 합리화에만 급급하지 않았던가!
새삼 서태지가 고맙다. 내게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 주어서-----
이제부터라도 처음 연기 시작할 때의 그마음으로 돌아가
혼신의 노력으로 배역에 임하자.
새삼 서태지가 고맙다. 내게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