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가계대출 규제에 나섰다. 시중은행들도 신규 대출 중단과 대출금 조기 상환을 유도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 추세다. 실제로 계절적인 비수기인 지난달 전세자금 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액의 15%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3% 올라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0.1~0.5%포인트씩 올랐다. 가계대출을 규제하면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의 돈줄인 주택담보대출이 묶여 버렸기 때문이다.
2009년 하반기부터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부산·경남지역 아파트시장과 주택건설사들도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매수-매도자의 '눈치보기'와 가계대출 중단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 여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탓이다.
따라서 앞으로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묻지마 투자'가 줄어들면서 입지나 분양가가 소비자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과거와 같은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고충도 점점 커질 것이다. 오른 전셋값을 견디지 못해 내집을 마련하려 해도 대출이 막히면 무용지물이다. 간신히 대출을 받아도 치솟은 금리에 허리가 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서민·저소득 대상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소득기준 ▷대출한도 ▷상환방법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세입자들은 바뀐 전세대출제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나 연소득이 최저생계비 2배 이내(3인 가구 기준 234만6000원)의 무주택 가구주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과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적극 활용하자. 농협과 우리·신한·기업·하나은행에서 취급하며 연 2~4%의 저리로 빌려준다.
가계대출 부실은 국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는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직 불황이 바닥을 치지았다는 우려도 나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