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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25만 원 지원법에 거부권 행사
이제 법안이 아닌 민주주의 파괴의 문제
"언론자유를 지키는 싸움 단계 넘었다"
"그 자리에 결코 계속 있지 못할 것"
'대통령 탄핵' 손피켓 든 윤종오 원내대표
유례없는 거부권 행사로 국회는 제 역할을 못 하며 그 피해는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제 법안 공포를 떠나 민주주의와 대통령의 헌정 파괴가 국민을 격노케 한다.
어제와 오늘, 대통령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로 언론노조는 또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을 향해 “그 자리에 결코 계속 있지 못할 것”이라며 더 큰 항쟁을 예고했다.
13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 개정안)’과 ‘25만 원 지원법’에 거부권이 의결됐다. 12일, ‘방송4법’에 이어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두 번이나 넘었지만, 또 폐기될 위기에 처한 거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총 21개. 재임 기간만 따지면 거부권을 제일 많이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국민의 총선 심판으로 여당은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았지만, 대통령은 민의를 듣기는커녕 더 강경한 행보를 보인다.
이제는 법안 공포보다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분노가 강해지고 있다. 입법부 무력화로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은 무너졌고,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민주적 절차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방송4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각계각층에서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언론노조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법 개정 싸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더 큰 희생이 따를지 모르겠지만 변함없이 이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맞섰다.
마이크를 잡은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정말 할 말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언론자유를 지키는 싸움의 단계를 넘어서 버렸다”며 “방송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생의 밑동을 허물고 있는 이 정권을 반드시 끝장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경용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사회연대위원장은 지금 사태를 “사실상 헌정 중단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 요체는 삼권분립에 기초해있다”며 “거부권 남발 행태를 보면서 도대체 입법부를 구성한 국민들의 민의는 어디로 갔는가” 따졌다.
대통령의 두 번째 노란봉투법 거부에 민주노총도 선포에 가까운 성명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경제단체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며 노조법 개정에 반대했다”며 “윤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거부한 핵심 이유는 기업의 사용자 책임 회피와 노조 파괴 행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민주노총은 “헌법과 국제기준, 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않는 정부”라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는 힘을 모으겠다. 공영방송 독립성과 민주성을 지키기 위해 언론노동자와 함께 싸우겠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거부권 따위로 노동자 투쟁을 막을 수 없으며, 그 자리에 결코 계속 있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한 경고를 보냈다.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조법 등 거부권 의결에 대한 진보당 입장 발표 ⓒ 진보당
분노는 국회에서도 분출됐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에 ‘대통령 탄핵’이라 쓰인 손피켓을 들고 나왔다. 진보당은 “윤석열 정부는 그릇된 신념에 빠져 2,200만 노동자의 염원을 짓밟았다”며 “정말 오만하고 무도한 정권”이라고 꾸짖었다.
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동자 중에서도 약자인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민생법안이며, 내용의 대부분이 법원의 판결로 인정되던 것을 입법한 것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