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모티프#1 2층짜리 이 건물은 크게 3개의 게스트룸과 전시를 위한 2개의 갤러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서 재, 3개의 집주인 방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많으면 딸과 아들의 방도 손님에게 내주 고, 서재도 주인과 모든 손님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이 집에서는 게스트룸과 집주인의 공간 이 모호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고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대학교 2학년 인 큰딸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여기에 온 손님들과도 자주 어울린다. 심지어 중 학생인 아들은 어제 온 손님들과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 잠이 든 바람에 셔틀버스를 놓쳐 15분이 면 갈 수 있는 학교를 1시간 만에 갔다고 한다. 참 대책 없는 아빠다. 3개의 방에는 블랙, 블루, 화이트 등 방 컬러에 따라 이름이 정해져 있는데, 각 방에 놓는 가구 하나, 소품 하나도 허투루 고른 것이 없고, 침대 위 수건을 놓는 위치까지 정해져 있을 정도로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물건 이 없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창을 크게 한 것도 이 건물의 특징이다. 건물 외벽도 건물 옆에 있는 숲의 연장선상에 놓일 수 있도록 녹색 노출 콘크리트(헤이리에 지어 지는 건물 외관에는 페인트칠을 할 수가 없다)를 사용했다. 그 위에 스테인리스 메시로 감싸서 빛의 밝기에 따라 건물의 표정이 달라진다.
1 마치 부티크 호텔처럼 꾸며진 2층의 블랙 룸. 블랙 데코 타일로 바닥을 마감하고, 흰색 벽지를 발랐다. 직접 철판을 구부려 만든 테이블 아래에는 아내가 손수 염색해서 만들었다는 방석이 좌 우 대칭으로 세팅되어 있다. 이 방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테이블 위쪽으로 뚫린 창으로 바라 보는 하늘. 오래전 외국을 여행할 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냈던 비오는 날을 기억하고는 만든 것이다. 벽에 걸린 조각보는 배미애 작가의 작품. 2 갤러리k라고 불리는 1층 거실. 앉으면 뒤로 넘어갈 듯, 앞으로 쏟아질 듯 흔들리는 의자에 앉 아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튜디오 블루와 화이트에 묵는 손님들이 식탁으로 주로 사용하는 공 간.
3 마치 그림처럼 놓여 있는 그림 한 점과 다기. 모든 물건들이 멋지게 놓여 있어서 이 집에 머무 르다 보면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4 갤러리k의 다른 한쪽. 집주인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솟대 만들기 강의도 한다. 해외여행을 하 면서 우리 것이 귀하다는 생각에 누구도 의의를 달지 않는 게 뭘까 고민하다 솟대라는 생각이 들 어 직접 배웠고, 그걸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있는 것.
3평 남짓한 공간에 붙박이장부터 책장, 침대 등이 들어차 있다. 침대는 7cm 두께의 통판 2장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맞대 만든 것. 겨울에는 요를 깔아 사용하고 여름에는 대청마루처럼 사 용한다. 침대 헤드 뒤 벽에는 잣나무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모던함을 잃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다. 잣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에는 냄새 제거 및 산림욕 효과가 있어 여기서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금방 연기와 냄새를 빨아들인다.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로 사용되는 가구는 일제시대 우체국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3~4년 전에 구입한 것.
‘라이브러리O’이라는 이름이 붙은 1층 거실 ㄴ자로 된 이 넓은 공간에는 7천여 권의 책이 꽂혀 있다고 한다. 여행 서적부터 소설책, 요리책 등 별별 종류의 책이 들어차 있다. 해가 지면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이들이 여기에 모여 밤새 얘 기를 나눈다고. 책장은 모두 가공하지 않은 잣나무를 쌓아서 만든 것이다.
5 여기에 왔다 가는 모든 이들은 반드시 방명록을 써야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방명록을 읽는 재 미도 쏠쏠하다. 6 2층 블랙 방의 주방. 나무 도마를 상판으로 사용하고, 철판을 아일랜드 식탁처럼 사용한다. 이 철판 식탁은 빙 돌리면 싱크대와 일자가 된다. 게스트룸에 있는 소품 하나도 예술품 같은 디자인 . 개인적으로 토스터와 식기세척기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